Interview

'미지의 세계' 이자혜 작가 인터뷰, '이자혜 사건' 그 이후를 말하다

최선아 기자 | 2019-02-02 17:28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58

[미지의 세계]

이자혜 작가


 이자혜 작가는 2014년 <미지의 세계>로 데뷔했다. 

 <미지의 세계>는 예술계 대학생 조미지가 겪는 일상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그린 만화이다. 조미지의 패배주의와 염세주의 섞인 심리묘사는 대한민국 20대 초반 대학생들의 심리를 대변하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 특히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사람의 어두운 감정을 가감 없이 다뤄낸 점이 특징이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한 번쯤 접해봤을 아래 그림이 바로 이자혜 작가의 그림이다.



 2016년 소위 '이자혜 작가 사건'이 SNS를 뜨겁게 달궜다. 

SNS에 올라온 글로 인해 이자혜 작가는 미성년자가 성폭행을 당하도록 사주 혹은 방조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사건은 법적으로 불기소 판결이 났지만 이자혜 작가에 관한 시각은 여전히 2016년에 멈춰있다. 

웹툰가이드는 작가와 작품을 동일시하는 시선에 반문을 던지고 엄격한 윤리적인 잣대에 가려진 작가들을 재조명하려 한다.






[소위 '이자혜 사건'에 대해]


Q. 사건 이후로 관련자들과 연락한 적은 있는가?

 남자분은 그냥 친구로 지내고 있지만 자주 연락하지 않는다. 고소한 사람과는 원래부터 친하지 않았다. 2013년 즈음 잠시 얘기를 나누던 사이였을 뿐이다. 그 뒤로는 직접 연락한 적이 없다.


Q. 사건에 대해 지금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되짚어보면 당시 내가 감정에 휩쓸리는 대로 행동한 게 일을 더 크게 만들었고 그 부분은 온전히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건 자체와 내가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언제 생각해도 무고하다.


Q. 법원에서 무혐의로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다시피 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그 일이 있고 나서 1년 정도까지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정신적인 충격이 심했다. 2018년 들어서야 조금씩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소위 ‘이자혜 사건’을 성범죄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내가 고소를 당한 항목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이었다. 이는 법적으로 확실하게 불기소 판결이 났다.

 2017년 판결 결과가 기사로도 나갔고 나도 몇 번에 걸쳐 증거를 올리며 SNS에 글을 썼다. 법적 결과를 알리기 위해 쓴 글은 더 이상의 피해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조심스럽게 썼기 때문에 당시의 일이 아주 조금밖에 드러나 있지 않다. 게다가 관련 글을 올려도 사람들은 ‘이자혜는 성범죄자다’라고 외칠 때와 달리 아무 관심도 반응도 없었다. 심지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내가 성범죄를 사주했다고 믿고 있다. 자극적인 내용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는 거 같다.


Q. 당시 트위터가 비난하는 글은 리트윗이 많이 되고 정정글은 거의 리트윗이 안되는 경험을 하셨다.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모든 이슈에 대해 표면만 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람들의 말은 물론 객관적이어야 하는 기사마저도 실제 사건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진실을 알려면 스스로가 정보를 적극적으로 취합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 이슈가 터지면 예전에는 그냥 '그런 일이 있구나'  하거나 선악을 가르는 정도의 가치 판단에서 그쳤는데 요즘은 소위 '사건들'의 이면에 내가 알 수 없는 복잡한 일들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Q. 사건에 대해서 가장 억울했던 점은 무엇이었는가?

 연재했던 연재처, 출판사에서 아주 즉각적으로 작품을 폐기해버렸던 것이 가장 억울했다. 계약서로 보장되었던 계약 관계들이 아무 효력도 없이 바로 사라져 버렸다. 




Q. 개인적으로 사건을 극복하기 위해 도움이 됐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만화를 다시 발표하고 그것을 통해 다시 돈을 벌 수 있게 되니까 정신적으로 많이 나아졌다.  일상에서는 운동이나 요리를 했다. 몸으로 하는 활동이 우울함을 많이 잊게 해준 거 같다

 특히 단편만화를 그려 홈페이지에 공개했던 것도 도움이 됐다. 만화를 그리는 것이 여전히 재미있고 내가 만든 만화가 내 마음에 든다는 사실이, 내게 재능이 없지 않으며 앞으로도 계속 만화를 그리며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Q. 사건 이후에도 계속 연락을 하고 힘이 되어 준 지인들이 있는가?

 사이가 오래된 친구들이 많이 의지가 되었다. 당시에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많이 들어준 친구들이 있었다. 남아있던 팬으로부터 팬레터도 받았다.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Q. 사건 이후 이자혜 사건을 둘러싼 모임도 있었던 걸로 안다. 그 모임이 많이 도움이 되었는가?

 그 모임은 일단 페미니즘에 관한 모임이었고, 당시 그 사건을 페미니즘 운동의 영향력이 만들어낸 복잡하고 어두운 일면으로 보고 비평을 시도하는 모임이었다고 생각된다. 내가 무고하다고 주장하는 모임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내가 만약 진짜 성범죄자라고 가정한다 해도 내 만화를 세상에서 삭제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즉 나쁜 역사로 밝혀진 것이라면 무엇이든 빠르게 제거해야 하며 그것이 옳은 일인지 등에 대한 논의 말이다.




▲ 그 결과로 책 <당신은 피해자입니까, 가해자입니까?>가 출판됐다


모임의 참여자들은 사건과 연관해 내 만화에 대한 비평 또한 적극적으로 기록했고 나의 만화가 오명을 쓴 채 세상에서 제거당하는 것을 거부하는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준 사람들이었기에 심적으로 도움이 됐다. 다만 나의 모든 발화와 행동이 철저하게 대상화당하고 내 사고를 분석당하는 것이 조금 서글플 때도 있었다.


Q. 사건 이전에 다른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하면서 반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욕받이’ 역할을 했던 걸로 안다. 사건 발생 후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작가님에 대해 비난하고 외면했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는가?

 당시에는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를 받았다. 대응할 방법이 없어 법적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참아야만 했다. 법적 결과가 나왔어도 사람들의 반응이 그렇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에 씁쓸함을 느꼈다. 


Q. 사건 이후 무엇이 가장 변했다고 생각하나?

 인격적으로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 보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걸 깨달았다. 말로 정리하니 엄청 평범한 말같지만 큰 깨달음이었다.



이자혜

▲ 2015년에 인터뷰한 이자혜 작가


[페미니즘과 소수자]


Q. 옛날에는 '이자혜'하면 페미니스트 대표 작가로 손에 꼽혔었다. 요즘은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여전히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 계속 페미니즘 이슈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여성으로 나고 자랐기 대문에 느낄 수 있는 삶의 특성들, 불합리함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내가 페미니즘의 존재를 알기 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느끼던 것들이고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즘을 실천하기 위해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의식적으로 페미니즘에 입각한 창작을 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인간으로서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원하며 남들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다만 여성은 그 자체로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여성을 영원한 피해자로 만드는 페미니즘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의 극단적인 의견처럼 여성의 권리를 위해 다른 소수자의 권리를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Q. 작가님의 페미니즘을 표현하자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살고 싶은 대로 살면 좋겠다. 진취적인 사람은 진취적으로 살고, 한량 같은 사람은 한량으로 살고. 그게 무엇이든 간에 스스로 고민 끝에 결정한 삶이라면 각자가 원하는 삶을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원하는 삶을 위해 노력할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할 것이다. 특별한 성별과 신체로 태어났기 때문에 가져야하는 이미지, 남들의 시선과 훈계, 환경의 얽매임을 무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Q. 소수자의 권리를 이야기하다 보니 작가님이 장애인이나 퀴어 등 소수자를 자주 다루시는데, 그들의 내면의 모습을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시는가?

 어렸을 때부터 아웃사이더적 기질이 있었다. 사춘기 때는 피해망상이나 자기비하가 심했다.  그때는 나 자신이 혐오스러웠고 못나고 비정상적인 존재이며 남들도 나를 당연히 그렇게 생각한다고 여겼다. 그리고 내가 하필 그런 인간으로 결정됐다는 것을 비극적으로 느끼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어려움에 처하거나 불행한 상황도 아니었고, 그렇게 느끼지 않아도 됐었는데.

 그래서 어렸을 때 소위 말하는 ‘불쌍한 존재’, ‘불합리한 상황에 빠진 존재’들에 대해 많이 생각다. 외양이 기괴하거나 타인으로부터 오해받고 비난받는 캐릭터에 공감과 매력을 느끼고 그런 것들이 나의 일부분을 대변할 수 있다고 느꼈다.

 지금 어릴 때의 작품을 보면 다소 과격하고, 과격하기만 할 뿐 너무 납작하며,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 그린 그런 만화도 나름의 가치는 있었다. 외로운 청소년이었던 나에게 위안을 주었고 내가 창작을 업으로 삼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지금의 나와는 너무도 멀어졌고, 지금의 나에게는 더 깊은 생각을 하고 좀 더 나은 만화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Q. 피해 망상을 많이 가졌다고 하셨는데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셨는가?

 창작을 통해서였다.  피해망상이라고 해봤자 ‘남들이 모두 나를 싫어하고 비웃고 있는 게 틀림없어, 정말 슬프다’ 수준이었다. 있을 법한 이야기를 상상하며 여러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행위가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됐다.   언제나 친구도 별로 없었고 말도 별로 안했기 때문에, 사람과의 직접적인 대화와 경험보다는 책이나 예술작품 등을 통해 깨달음을 얻거나, 자기 객관화를 연습할 수 있었다.






[이자혜와 작품]

Q. 만화 외에 자신을 표현하는 다른 수단은 없었는가?

 옛날에는 블로그에 일기나 잡담을 많이 썼다. 블로그 등 SNS를 통해 사람도 많이 만났다. 그런데 그 사건 이후로는 내 생각이나 느낌을 공개적인 곳에 즉각적으로 드러내지 않게 됐다.


Q. 지금은 SNS는 안하시는지?

 블로그랑 트위터는 있는데 만화만 올린다. 사건 이후 개인적인 이야기는 노출하지 않는게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SNS를 통해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너무 가볍게 소모해버린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은 그런 생각들을 정제해 작품으로 푸는 게 더 좋은 거 같아 SNS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Q. 요즘 만화를 그리는가? 어떤 만화를 그리고 있는가?

 지금은 단편 만화를 주로 그리고 있다. 이드페이퍼라는 사이트에 올리고 있다. 새 장편 만화 또한 준비하고 있다.



▲ 작가가 연재한 단편 'Infanta'


Q. 이번에 ‘미지의 세계’ 3, 4권이 발행되었는데, 다른 곳에서 연재 제의가 들어오진 않았는가?

미지의 세계는 곧 다른 웹툰사이트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새로 시작하는 장편은 제의가 들어와서 하게 됐다.


Q. 혹시 생각하고 있는, 혹은 그리고 싶은 만화가 있는가?

새로 연재할 장편은 고전문학 <소공녀>의 리메이크이다. 왜 소공녀냐면, 힘들 때 옛날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많이 들었다. 그런 노래들은 전형적으로 '지금은 힘들지만 울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소공녀 세라> 노래는 멜로디와 보컬이 서글프면서도 동시에 힘을 주었다. 원작 내용은 지금 보면 애들이 읽기에도 유치한 편이지만 주인공의 억울함에 대해 상상하며 공감하다보니 만화를 만들게 됐다.

<미지의 세계> 후속편도 언젠가 그릴 생각이다. 어른이 된 조미지의 인생에 대해 상당히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있다.


Q. 성인 코드는 앞으로도 지속할 생각인가?

딱히 성적인 소재를 골라서 만드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려고 하는데 거기에 성적인 소재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장르로서의 성인만화는 더 많이 만들어보고 싶다. 인간 삶에 성적인 부분이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품에서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Q. 성인 작품이란 꼬리표가 붙는 점에 대한 부담은 없는가?

 오히려 성인만화의 세계를 좀 더 많이 참고하고 싶다. 좋은 성인만화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해외의 좋은 작품들을 보면 성인만화라는 장르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개인적으로 성인만화라는 단어 자체는 포르노와는 별개로(포르노 또한 그것대로 존중하지만) 현실의 인생사에 당연히 등장하는 섹스(혹은 범죄 등)와 같은 일들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장르일 것이다.

 다만 내 그림체로는 남들을 시각적으로 흥분시키는 만화는 그리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기질상 아예 가상 세계에서만 가능한 일보다는 현실에서 사람들이 겪을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욕망도 여전히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여성 독자를 위한 성인만화를 시도하고 싶다.

 특히 성인만화에 있어서 여성향이라는 것이 어떻게 정의되는지, 왜 여자들은 시각적으로 남성향 성인만화의 말초적 자극보다는 여성향 성인만화의 특정 코드와 로맨틱한 서사에 대해 흥분하고 쾌감을 느낄 수 있는지 탐구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Q. 자료 조사는 어떻게 하시는가?

 평소에는 성인 만화를 많이 체크하는 편이다. 성인만화에 몸담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어떻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지, 만화로서 어떻게 새로운 시각적 기호들을 만들어내고, 그것들은 어떻게 전파되고 받아들여지는지 등을 고민한다. 하지만 그것들을 내 방식으로 만들어보고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


Q. 천재적인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많이 들었던 걸로 안다. 어떻게 하면 그런 통찰력을 갖게 되는가?

 사실 내가 통찰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만화를 그리면서도 내가 그리는 것을 남들도 똑같이 느끼는지 잘 모르는 상태로 그린다. 그냥 이런 걸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 것뿐이다.


Q. 숨기고 싶은 마음, 남들은 표현하지 않는 생각, 외면하고 싶은 내 모습까지 표현하는데 부담은 없었는가?

 물론 있었다. 그래도 그걸 숨기고 싶은 것보다 드러내고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큰 거 같다. '이것'을 표현해야먄 답답함이 사라질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작가라면 누구나 그런 성격이 있지 않을까?


Q. 작가님은 천재라는 이름이 붙을 때 부담을 느끼진 않았나?

 자만할 때도 있고 자기 혐오에 빠질 때도 있다. 나는 아직 젊고 이룬 게 별로 없어서 그런 표현은 이르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 정도의 작가는 세상에 많을 것이다. 전세계의 내 또래 작가들이 만든 신선한 만화를 볼 때마다 내 자신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Q. 작가님과 미지를 동일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미지의 세계>에 내 이야기를 많이 넣어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미지의 세계'가 곧 내 일기장은 아니다. 나는 그 만화를 만들 때 일상툰 혹은 일기만화와는 다르다고 정의했다. 작가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아예 배제하고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가능한지에 의문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 작가와 작품은 별개라고도 생각한다. 작품이 완성되고 세상에 발표된 순간부터 작품 스스로 생명력을 갖고 작가의 통제를 벗어난다. 작품에 대한 비평을 할 때 작가의 행보를 참고하면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작가와 작품은 따로 보아야 한다. 

<미지의 세계>를 연재할 당시, 어떤 사람들은 미지의 행동이 그냥 기괴하고 웃겨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던 반면, 많은 사람들이 미지의 생각과 행동이 ‘자신과 너무 비슷하다’며, 농담 식으로 ‘자신을 스토킹해서 그린 게 아니냐’ 하는 평을 많이 받았다. 그 만화가 많은 또래 젊은이들의 공감대를 가졌다는 것이다. 즉 이런 사람들은 세상에 이미 많이 있고,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이런 것들을 그렸을 것이며, 사실 이제 이런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많다. 내가 조미지와 비슷하다거나 동일하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가 없는 말이다. 




[이자혜와 미래]


Q. 작가님을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

 만화 자체의 퀄리티를 많이 높이고 싶다. 미지의 세계는 데뷔작이었고 이전에 그리던 만화들처럼 낙서 느낌으로 그렸다. 당시에는 그림에 별로 자신이 없기도 했다. 이제는 좀 더 완성도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 연출이나 스토리에도 더 공을 들이고 깊이 있는 캐릭터를 창조하고 싶다. 2018년부터 이드페이퍼에 공개했던 단편 만화들은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


Q. 앞으로 만들 작품은 지금까지의 작품 방향과 달라지는가?

 의식적으로 다르게 만들지는 않는다. 나의 취향이 조금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전과 같이 다양한 현실을 정제하고 압축시켜서 좋은 형태로 구성해나가고 싶다.


Q. 그래도 달라진 게 있다면?

 어둡기만 한 이야기는 잘 상상하지 않게 됐다. 독자들이 읽고 만족할 수 있는 결말을 만들고 싶다. 어릴 때 만든 만화들은 거의 다짜고짜 절망으로 끝을 맺었는데 그런 결말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예술은 사람에게 교훈을 주는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남들이 만든 좋은 예술작품들을 통해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Q. 이제 20대 후반인데 나이가 들었다고 느끼게 된 적 있는가?

 프로로서의 만화가를 지향하게 된 것이다. 만화가라는 직업에 좀 더 충실히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것, 일시적인 관심을 끄는 것보다는 오랫동안 훈련하고 묵묵하게 공들여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는 작업들을 하고 싶다. 어렸을 때는 친구들하고 돌려보는 낙서식의 만화를 그렸다면, 지금은 좋은 예술가가 되고 싶고 스스로 나의 직업에 보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훨씬 더 나이가 들었을 때 내 자신이 만든 것들을 여전히 사랑하고, 내가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독자가 작품을 읽을 때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고려하는가?

 우선은 고려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도 내 만화가 재밌다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내 만화를 통해 누군가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게 되거나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이자혜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단언하기 어렵다. 전에는 내 만화의 특징이 어둡고 역겹고 비천한 것들을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것과 멀리 떨어져있다. 그러한 것들을 일부러 피하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그런 것들에 정이 가지만, 꼭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여전히 같은 점이 있다면 만화를 그리는 것이 내 삶의 중요한 동력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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