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연애 길잡이] 남수 작가 인터뷰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71
[바른연애 길잡이]
남수 작가 | 네이버

웹툰작가가 되기까지
Q. 만화가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제가 공부를 소홀히 할까 봐 만화를 보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함께 만화책방을 가자는 거에요. 그때 처음 가서 아무 만화책이나 하나 빼서 봤는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어요. 딱 보자마자 첫눈에 반한 느낌? 첫눈에 만화를 너무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좀 특이한 거 같긴 해요.
Q. 그 만화책이 뭐였나요?
만화책이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요. 그냥 칸 안에 흑백으로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는 그 자체에 반했던 거 같아요. 만화의 형식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Q. 비교적 빨리 만화를 접하신 거 같은데 그럼 그때부터 만화 쪽으로 준비를 하셨나요?
그건 아니었어요. 만화가 너무 배우고 싶어서 아침에 학교 앞에서 나눠준 만화학원 홍보물을 들고 엄마에게 다니고 싶다고 말도 했는데 초등학생의 짧은 호기심인 줄 아셨나 봐요. 안 보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만화를 따라 그리고 그림 연습을 하다가 중3 때 처음으로 만화학원을 가게 됐어요.
Q. 어떻게 다니시게 된 건가요? 어머니를 설득하신 건가요?
그때부터 진지하게 생각해주시더라고요. 그전까지는 아이들이 흔히 그렇듯 금방 바뀌는 꿈이라고 생각하신 거고요. 제가 만화학원을 많이 조르진 않았거든요. 중3이 되고 애니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어 만화학원에 다니게 됐어요. 그런데 결국 떨어졌어요, 상도 받았는데!
Q. 그럼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셨나요? 일반고등학교에서 만화를 그리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애니고에 떨어져 인문계를 간 후 ‘내가 만화를 해서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슬럼프였던 거 같아요. 스토리 짜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나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할 뿐이지, 만화를 그리고 싶은 게 맞는 걸까?' '이런 내가 만화가를 할 자격이 되나?' 하는 자기성찰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대학교는 실내건축디자인과로 갔어요.
Q. 실내건축디자인은 괜찮으셨어요?
엄청 잘 맞았어요. 실내건축디자인을 계속하려고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때 즈음 웹툰시장이 뜨기 시작했어요. 옛날엔 집중선 그리고 스크린톤 붙이고 전부 수작업이었는데 요즘엔 작업툴이 워낙 좋아서 옛날보다 만화 그리기도 쉬워졌고요. 그래서 ‘꼭 직업이 아니더라고 취미로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때 나온 게 ‘그림 그리기 좋은 날’이었어요.
Q. 취미치곤 굉장히 본격적이셨네요.
네, 대학교 3학년 때 만화가 너무 하고 싶어서 부모님을 설득해 휴학을 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 그리기 좋은 날’을 그렸어요.
Q. 그림그리기 좋은 날을 1~2주에 한 편씩 연재하신 거로 압니다. 일주일에 한 편 그리는 것도 힘든 일을 보수도 없이 2년 간 하기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어떠셨나요?
처음 휴학을 결심했을 때 1년간 정말 열심히 해서 안 되면 취업하겠다는 각오로 마지막인 것처럼 1년을 보냈어요. 그렇게 하니까 수확이 있는 거예요. 다른 포털에서 연락 오기도 하고 엄마 친구분이 보시고 이야기도 해주시고요. 그러다 보니 1년이 너무 빨리 가더라고요. 조금만 더 하면 입질이 올 거 같은데...그래서 엄마에게 1년 더 해도 되냐고 하니 그러라고 해주셨어요.
그때는 네이버에서 포텐업이라고 60명을 뽑아 한 달에 50만원씩 주는 게 있었어요. 저는 포텐업 때문에 더 희망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어요.
Q. 10년 전에도 꿈이 만화가셨는데 꿈을 성취한 소감은?
좋지요. 그때는 제가 만화가가 될 거라는 기대가 없어서 상상도 못했어요. 진짜 디자인 공부해서 회사생활 할 줄 알았는데. 아직도 제가 만화가라는게 얼떨떨해요. 바연길도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더 놀라워요. 저는 대학교 가서 잘 풀린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Q. 작가님은 베스트도전 연재를 먼저 하셔서 기대를 안 할 수 없었을 거 같은데요?
베스트도전 독자층보다 네이버웹툰의 독자층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또 기존 독자분들이 그림그리기 좋은 날을 많이 좋아해주셔서 새로운 작품을 하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까 걱정도 했고요.
Q. 만약 기회가 된다면 그림그리기 좋은 날을 연재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어요. 그림 그리기 좋은 날은 데뷔가 목적이라기보다 어떻게 해야 웹툰을 잘 만들 수 있을까 공부한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 있어서 애착이 가요. 제 시행착오와 함께한 작품이라서요. 물론 지금도 여러 시행착오를 하고 있긴 하지만요.
바른연애 길잡이
Q. 바연길 스토리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복학을 하고 졸업작품을 열심히하고 있던 5월 마지막 주에 네이버 ‘청춘로맨스 공모전’ 공고를 봤어요. 한 달간 4편을 만들어야 했어요. 졸업작품도 해야 하는데 1주일에 한 편씩 웹툰을 그려야 하는 거죠. 그래서 그냥 전에 써 둔 ‘게임 좋아하는 남자와 반대외는 여자가 티격태격한다’는 한 줄을 토대로 급하게 준비했어요.
시작은 급하게 했지만 정말 애정을 담아서 만들었어요. 그때 졸업작품도 있었지만 축제도 있고 그래서 정말 바빴거든요. 다행히 교수님께서 공모전 준비하는 걸 이해해주셔서 도움이 됐어요.
Q. 완결까지 스토리는 다 생각해두셨나요?
기본 뼈대는 있는데 중간중간은 풀어가기 나름인 거 같아요.
Q. 바연길은 원래 몇 편 정도로 기획하셨나요?
원래 70화였어요. 길게 할 생각이 없었는데 살을 붙이고 반응도 좋고 캐릭터들에게 정도 들다보니...
Q. 제목은 어떻게 생각하게 되셨나요?
캐릭터랑 상황은 이미 만들었고 제목을 정해야 하는데, 선생님인 친구가 ‘바른연애길잡이’ 어떻냐고 추천해 줬어요.
Q. 유연이와 재현이 모티프가 있나요?
얼굴은 유명한 남자 연예인들, 예를들어 박보검, 남주혁 등 제가 꽂혀있던 배우들이 다 섞여 있어요.
Q. 아름이가 나온 이유는?
멋진 남자 선배는 많은데 멋진 여자 선배는 잘 안나오더라고요. 노린거까진 아니어도 남자들이 봤을 때 ‘저 누나 너무 멋있어서 반할 것 같다’라고 할 만한 캐릭터가 있었으면 해서 아름이를 넣었어요.
Q. 도은이는 모티프가 된 인물이 있을까요?
도은이도 어떻게 보면 제 일부분이 있죠. 아무래도 제가 여자다보니 여자캐릭터들에게 더 이입을 하게 되고요.
처음 바연길을 기획할 때 여러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청춘들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랑 이야기요. 연애라는게 다 똑같아 보여도 분명히 사람마다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으니까요. 바름이는 첫사랑의 추억이고 도은이는 오래되고 권태로운 연인인거죠.
처음 기획할 때 여러 사람들이 공감해주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는데 풋풋한 첫사랑만 그리니까 독자층 나이대가 10대에 한정될 것 같았어요. 20대는 사랑에 대한 설렘을 갖고 있으면서 사랑의 아픔이나 고통 같은 예쁘지 않은 면도 알게 되는 나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바연길에서 보여주면서 작품에 무게감을 살짝 주고 싶었어요. 여러 가지 사랑의 형태가 있는데 결국 정답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목도 바른연애 길잡이입니다.
Q. 바름이 스타일이 괜찮던데 캐릭터 패션을 어디서 참고하시나요?
그냥 제가 입고 싶었던 옷들을 그려요. 구글링하거나 쇼핑몰을 막 돌아다니고요. 제가 옷을 많이 사진 않는데 보는 건 좋아하거든요. 옷 고를 때 실제 대학생이 입을 것 같은 옷을 골라요.
Q. 작가님이 생각하는 바연길의 매력은?
바연길을 기획할 때 남자 독자분도 볼 수 있는 순정만화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남자가 봐도 납득이 될 만한 걸 그리고 싶었어요. 캐릭터 하나하나 설정하는데 공을 들였죠. 여러 가지를 담고 싶었어요. 완벽한 사람이란 없고 모두에게 결핍 하나씩은 있으니까요.
Q. 안 그래도 최근에 재현이의 가정형편이 나와서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맞아요. 인간다움에 집중을 많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