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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과 하나 - 사라진 동생과 뮤지션으로서의 꿈

박성원 | 2016-08-19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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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드디어 인류는 외모지상주의의 폐해에서 상당히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이제 껍데기가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되었냐고요? 물론 그건 아닙니다. 내면의 아름다움 같은 건 평범한 사람들이 알기 매우 어려운 반면, 외모는 시력이 있다면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외모지상주의 문제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외모의 평준화입니다. 상향이냐 하향이냐의 차이가 있겠는데, ‘단과 하나’에서는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형수술 기술이 놀랍게 발달한 시대,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자신의 얼굴을 고치는 수준을 넘어 다른 사람의 외모를 완전히 따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골격까지 싹 뜯어고칠 수 있는 것이죠. 눈을 찢고 코를 깎고 뭐 이런 기존의 구닥다리 기술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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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모의 가치는 여전하다는 점이지요. 아니, 이전보다 훨씬 올라갔습니다. 법적으로 각 외모의 ‘저작권’을 인정해 버렸거든요. 그러니까 수술하기 이전의 내 얼굴에는 저작권이 있는 겁니다. 이걸 어기고 함부로 베꼈다가는 콩밥을 먹게 되어요. 비유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얼굴 하나 팔면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시대’인 셈이죠.

 

참 뭐라 평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주인공 ‘단’은 이런 사회에서 뮤지션을 꿈꾸는 청년이에요. 그러나 음악적 재능과 별개로 평범한 외모를 타고난 단이 가수가 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것 같지만, 얼굴을 마술처럼 뜯어고칠 수 있는 시대잖아요. 엔터테이너들의 외모에 대한 기준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겠지요. 반면에 단의 동생인 ‘호’는 누구라도 탐낼 수밖에 없는, 잘만 키우면 돈방석에 앉을 것이 확실시되는 놀라운 외모의 소유자입니다. 둘을 찍은 사진을 보고 인터넷에서는 유전자 몰빵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그런 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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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과 호의 가정환경은 꽤 불우한 편입니다.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요. 남동생 호와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부모님은 두 분 다 돌아가시고 호는 하반신 장애라는 치명적인 장애를 안은 채 살아남게 되었거든요. 결국 단은 불확실한 꿈을 쫓으며 장애를 안은 동생까지 돌보고 있는 셈이지요.

 

그런 단에게 마침내 기회가 찾아옵니다. 한 연예 기획사에서 그를 캐스팅했거든요. 대신 회사는 5,000만원의 돈을 요구합니다. 성형을 위해서라는데, 여기까지만 봐도 대놓고 사기라는 느낌이죠. 하지만 세상 물정을 모르는(?) 단은 사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돈 문제로 고민하다, 또 다른 떡밥에 낚여버립니다. 동생 호에 관한 수상쩍은 계약을 체결하면 딱 필요한 5,000만원을 주겠다는 새로운 인물이 접근하거든요. 물론 그 다음은 길게 얘기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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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내용에서 짐작할 수 있는 장르와 완결까지 읽고 난 다음의 장르가 괴리가 있는 편입니다. 시대적 설정과 주인공의 환경만 보면 외모지상주의, 예술성이나 실력보다는 외모를 보는 연예계에 대한 비판이나 이런 한계를 뚫고 나가는 단의 모습, 뭐 이런 이야기를 예상하실 텐데요. 사실 외모를 통째로 베낄 수 있다는 설정도 그렇고 주인공 단의 뮤지션에 대한 꿈도 그렇고 핵심 요소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잃어버린 동생 호를 찾기 위해 단이 어둠의 세계에 뛰어드는 이야기도 아니고요.

 

큰 틀에서 보면 외모를 이용한 상류층과 그 상류층에 억지로 끼어든 자들의 음모, 다시 그 음모에 휘말려버린 주인공 형제가 벌이는 미스터리극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초반 내용과의 괴리와는 별개로 꽤 재밌는 작품입니다. 10편까지 보고 난 다음에 저도 모르게 다음편을 후다닥 넘기고 있더군요.

 

사실 미스터리와 추리 자체는 그렇게 뛰어난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이쪽 분야에 워낙 쥐약인지라 조심스럽지만, 추리의 법칙을 잘 지키지도 않은 듯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놓지 않고 완독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인물’과 ‘분위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하지만 개성 있는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위태로운 단을 중심으로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담백한 색으로 칠해진 세계에서, 독자들에게는 안개와 같은 모호한 음모를 해쳐나가는 - 사실 주인공은 그리 능동적이지 못합니다만 - 꽤 분위기 있고 흥미진진하거든요. 담백한 인물들, 담백한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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