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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이야기 - 영원을 사는 화가

박성원 | 2016-08-17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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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사는 주인공이 이야기입니다. 드래곤이나 반신, 뭐 이런 거창한 존재는 아니고요. 작은 친절을 베풀었다가 얼떨결에 영생을 살아가게 된, 그 전까지만 해도 평범했던 소년이죠. 시간이 고정되어 버린 ‘시나브로’는 늙지도 병들지도 않고 언제나 다소 춥고 허기진 상태로 끝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시나브로의 직업은 화가에요. 오랜 세월을 살아갔지만 그렇게 되기 이전의 꿈을 이루어 계속 화가입니다. 그의 언급에 따르면 우리가 미술사 책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유명한 화가들과 직접 교류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림 실력은 잘 모르겠지만 - 작중에도 별로 언급이 없습니다 - 영원히 사는 화가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될 테고, ‘그림에 관심이 없으면 모를 것이다’라는 대사는 뒤집어 말하면 예술계에서는 어느 정도 알아준다는 의미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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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세상을 살지만 그에게도 적지 않은 인연이 존재합니다. 딸 ‘로지’는 시나브로의 특성을 반쯤 물려받아서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훨씬 늦게 나이를 먹지만 그래도 불로불사는 아니에요. 시나브로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할 동반자라고 할 수 있겠죠. 부녀 사이는 가끔씩 싸우지만 금세 화해하는, 나쁘지 않은 관계입니다. 이렇게 특별한 가족이라면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겠죠.

 

‘테오’는 수십 년 전에 시나브로 부녀가 들인 그림 제자입니다. 부녀와는 달리 평범하게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소년이었죠. 현재 시점에서는 중년의 남성이 다 되었습니다만. 테오는 (자신과는 다른)인간들에게 질려버린 시나브로에게 작은 깨달음을 준 고마운 인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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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는 갑작스럽게 시나브로의 일상에 끼어드는 무뢰한 청년인데, 유난히 그에게 약한 시나브로의 반응으로 보아 어렵지 않게 인연의 실이 맞닿아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사실 크게 대단한 내용은 없어요. 시나브로와 로지는 늙지도 죽지도 않거나 그에 준하는 존재이지만 그 외에 특별한 능력은 없습니다. 세계의 운명을 결정지을 음모나 비밀과 연관되어 있지도 않고요. 세상이 조금 친절해진 것인지 영생의 비밀을 풀겠답시고 달려드는 악의 결사체나 정부조직도 최소한 작중에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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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나브로와 로지, 테오, 그리고 베르의 관계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그것보다는 조금 더 민감한 측면이 있겠지요.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딸과 관련된, 더 나아가 딸 뿐만 아니라 (이제는 훌쩍 늙어버린)옛 제자까지 얽혀있는 골치 아픈 인연은 어느 날 갑자기 시나브로에게 훌쩍 모습을 드러냅니다. 크게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니겠죠. 과거라는 건 언제나 예고 없이 들이닥치기 마련이니까요. 앞서 언급했듯 시나브로는 매우 특별하면서도 동시에 크게 다를 게 없는 사람이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평범한 사람들과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시나브로가 영생불멸하고 딸인 로지가 비슷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솔직하지 못한 부녀가 과거의 인연을 정리하고 조금 더 가까워지는 이야기로 정의내릴 수도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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