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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영호팬 - 인기 스타가 되어 돌아온 소꿉친구

박성원 | 2016-08-0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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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영호팬’이라는 제목은 오해를 부르기 쉬울 것 같습니다. 영호의 팬이라는 의미가 아니에요. 영호라는 등장인물은 없습니다. 아마 제가 놓쳤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팬을 가지고 있고, 제목으로 사용될 정도로 비중 있는 인물은 없습니다. 영호팬은 ‘0호팬’으로 해석하는 게 맞을 거예요.

 

사실 처음에 이 작품을 읽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이돌, 첫사랑, 평범한 소녀, 재회. 소개에서 인용한 핵심 키워드입니다. 맙소사, 이 무슨 최종병기 같은 조합이죠? 무료로 공개된 분량을 살짝 맛보고 나면 의심은 확신으로 변합니다. ‘케미스트리’라는 인기 아이돌 그룹에는 ‘주석(Sn), 아이오딘(I), 구리(Cu), 크롬(Cr), 산소(O)’의 다섯 멤버가 있고 - 괴물 같은 작명센스입니다 - 이중에 산소가 남자 주인공이에요. 심지어 산소는 재벌가의 사생아 비슷한 존재인데, 그와 어렸을 때부터 친분이 있고 현재 사귀는 아가씨는 마찬가지로 재벌가 딸내미인데다 집착이 심합니다. 여기에 ‘평범한’ 소녀였던 여자 주인공 ‘하늘’이 4년 만에 산소와 만나게 되죠. 그야말로 완전체가 따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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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재미있습니다. 진짜로요. 이런 경우엔 뻔한 소재가 아니라 안정적인 소재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아요. 정말로 고전적인 인물 구도이지만, 고전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죠. 과거사를 줄줄이 늘어놓고, 그 과거사라는 것도 빈말으로도 신선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독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고 산소와 하늘의 인연을 응원하게 만드는 그런 놀라운 힘이 숨어있습니다.

 

내용을 소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럴 만한 내용이 없는 건 물론 아닙니다. 오히려 분량에 비해 꽉 찬 밀도를 자랑하죠. 소개를 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그런 스토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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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에 소재의 진부함을 능가하는 ‘마이영호팬’의 장점을 몇 가지 언급하고 싶습니다. 먼저 흔한 소재를 사용하지만 그 소재를 흔하게 다루지는 않아요. 무슨 재벌이 알고 보니 초능력자라거나 비밀 요원이라거나 하는 반전이 있는 건 아니고요. 현실적이고, 담백합니다. 예를 들어 재벌가의 사생아 같은 건 분명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는 없지만, 분명 존재하거든요. 그런 만큼 창작물에 등장할 때는 까다롭지요. 현실에서 완전히 일탈한 것도, 그렇다고 익숙한 존재도 아니니까요. 재벌가 사생아뿐만 아니라 인기 보이그룹 멤버와 소꿉친구의 관계라든지, 그 연적인 또 다른 부잣집 아가씨라든지. 많은 소재에 공통으로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완성도가 그리 좋지 않은 창작물에서는 자극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위 ‘막장스럽게’ - 혹은 재미없고 진부하게 -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반면 ‘마이영호팬’에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게, 유치하거나 눈살을 찌푸리지 않게 만들면서도, 독자들의 상상력과 대리만족을 필요한 만큼 잘 긁어주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정도를 지킨 것이죠. 정말로 많은 창작물들이 최소한의 정도를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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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세심한 심리묘사와 부드럽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장점으로 꼽고 싶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소중한 추억을 나눈 소꿉친구는 분명 있을 수 있지만, 그 관계와 감정을 독자들과 공유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이야기가 너무 늘어지거나, 뻔한 레퍼토리가 되기 쉬우니까요. 하지만 마이영호팬에서 산소와 하늘의 과거와 그들의 관계는, 분명 현실에서 쉽게 찾을 수 없을 만큼 낭만적이고 아름답지만, 전혀 어색하지도 오그라들지도 않습니다. 바로 그런 덕분에 하늘과 소라가 어떤 관계인지 알게 된 독자들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둘의 사랑을 응원하고, 이야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독자들이 쉽게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비결이자, 이 작품이 가진 진정한 힘입니다.

 

모범적인 해피엔딩, 혹은 올바른 결말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초중반부터 슬슬 풍겨오는 강렬한, 소위 ‘NTR'의 냄새에 극심한 불안을 느끼셨다면, 스포일러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환경과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배려가 오해가 되고, 그런 오해가 쌓이고, 또 주변의 방해로 인해 헝클어진 연인의 관계는 그렇게 끝나지 않아요. 이런 만화에서 비극적인 결말은 어울리지 않는 법이죠. 좋은 사람들의 도움과, 그간 쌓아온 인연의 힘으로 하늘과 산소는 다시 소중한 관계를 되찾습니다.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이야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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