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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 TO THE WORLD - 죽음에 이르는 잠에 빠지다

박성원 | 2016-09-2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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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에 보면 ‘외전'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는데 왜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본편이 존재하지 않거니와, 딱히 외전이라고 할 만한 요소는 없는 깔끔하게 완결난 중편인데요. 뭔가 착오가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DEAD TO THE WORLD'에서는 죽어가는 사람을 다루고 있습니다. 좀 더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겠는데요. 죽어가는 사람과 그를 지켜보는 사람, 죽어가는 사람을 지켜보며 어떻게든 살리려는 그의 친구, 그리고 생명 윤리나 도덕보다는 학구열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연구자가 등장합니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 속에 이야기를 주도하는 인물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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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고 있다’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사실 정확히는 죽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그보다 훨씬 끔찍한 형태인데요. ‘특이기면증’이라는 병에 걸리면, 사람이 시도 때도 없이 갑자기 잠들어 버립니다. 물론 여기까지만 해도 일상에 막대한 장애를 주는 심각한 질병이지만, 진짜 문제는 처음에는 평범하게 잠들었다가 깨어나던 병자들도 병세가 악화될수록 ‘잠들어 있는 시간’이 빠르게 길어진다는 점에 있어요.

 

그러니까 이런 거죠. 처음에는 이틀 정도 잠들었다가 깨어난 환자가, 나중에 가면 일주일이 걸리고, 다시 한 달 동안 잠들어 있고, 결국에는 해를 넘깁니다. ‘주기’가 길어지는 셈이에요. 이 기괴한 질병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사실상 죽음과 마찬가지인, 아니 그보다 악질적인 ‘희망고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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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린 사람들은 자연히 극심한 우울증과 인생의 회의를 느낍니다. 너무 당연한 일이에요. 나는 잠깐 잠들었다 일어났을 뿐인데, 그로 인해 삶의 거대한 공백이 생기고, 날이 갈수록 그 공백은 계속 커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자고 일어났더니 소중한 사람은 이미 죽고 없다면? 그야말로 터무니없이 악질적인 병입니다.

 

'A'는, 모든 종류의 불행이 대체로 그렇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특이기면증’에 걸린 남자입니다. ‘B’는 그런 A의 오랜 친구로 주변의 모든 이들이 A를 떠났을 때도 유일하게 A의 곁을 지키고 있죠. A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것밖에 없습니다.

 

본래 활발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A는, 처음에는 어떻게든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지만, 사실 이런 병에 걸렸을 때 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하루아침에 끝장난 인생, 멀어지는 인연들, 끝 모를 절망. B의 헌신적인 태도에도 A는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자기 자신의 마음조차 모르는 것이 사람일진데, B가 언제까지고 A를 포기하지 않을지 A는 확신할 수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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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는 어떻게든 A의 병을 고치고자 백방을 수소문하고 다닙니다. 그러나 이 오래된 병은 이미 국가적으로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지만, 그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해 이미 불치병으로 판정이 났습니다. 좌절하는 B와 ‘T’라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선이 닿고,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후기에 따르면 작가는 다양한 인간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해요. 평상시에는 그저 착하고 평범해보였던 사람들도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또 다른 일면을 보여주기 마련이지요. 구성 자체는 깔끔하게 끝난 편이고, 이야기가 늘어지는 구성도 아니라 진지한 단편 만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 번 직접 보고 느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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