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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세우지도 못한채 무너지다 - PPT

므르므즈 | 2016-06-1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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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장르에 있어서 과장된 캐릭터성은 작품을 평균대 위에 세우는 것과 같은 위험을 동반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캐릭터성이 얼머나 설득력을 가지냐에 따라서 작품이 어느 지점에서 굴러 떨어질지가 결정 된다. 멀쩡히 가는 경우는 없다. 멀쩡한 작품은 캐릭터도 멀쩡하다.

 

  자기 계발서부터 판타지에 이르기까지 괴상한 행동을 일삼는 캐릭터가 멘토 역할을 하는 작품은 많디 많아서 하나의 클리셰로 정의할 수도 있는 판국에 이런 클리셰 정립에 또다른 한 획을 긋는 작품이 나왔다는 사실은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그 괴상한 행동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다면 매우 그렇다. 또한 주제와도 맞지 않는 행동을 할때도 그렇다.

 

  팬티만 입고 다니는 게 뭐가 나쁘냐며 자신이 조금 다를 뿐이라는 논리를 펼치는 이상한 남자와 같이 살게 된 이대팔이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 PPT 이른바 [파워풀 팬티 트라우마]는 보면 볼수록 태클을 걸고 싶은 작품이다. 작품은 남자가 팬티만 입고 다닌다는 사실이 뭐가 문제냐며 그 치한 행위를 두고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가치관을 논하려 든다. 이 과정이 지나치게 뻔뻔해서 정말 내가 잘못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저 팬티만 입은 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논리의 전개가 a는 팬티만 입었다. > 그걸로 너에게 피해를 줬느냐 > 안줬을게 분명하니 a는 죄가 없다는 식이여서 내게 공감을 강요한다는 느낌까지  주었다. 일단 만화를 본 나는 확실히 시각적으로 피해를 받았으니 작품은 틀린 게 분명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원일을 보자면 작가 분이 길거리에 속옷만 입고 나가서 신고당한 경험이 없어 벌어진 고증 오류가 아닐까 싶은데, 다음 작품에선 보다 면밀한 범죄 고증에 힘써주길 조금이나마 이 글을 통해 원해본다.

 

  거기다 작품 내에서 이 팬티만 입고다니는 이유가 그다지 설득력있게 표현되지도 않았다. 왜 팬티만 입었느냐고 물으니 남자가 말하길 어릴 적에 건물에 깔린 압박감 때문에 다리에 뭐 입기가 싫더라, 후에 다시 말하니 이렇게 하고 다녀야 우리 누나가 좀 멀쩡할 것 같더라. 어찌어찌 심도깊게 파고들면 나름대로 공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스토리건만 만화를 보는 내내 이게 개그인가 사실인가 헷갈릴 만큼 무성의하게 스토리텔링하여 작품의 분위기도 공감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사실 두 남매가 마지막에 서로 화해하는 계기가 엄마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가 아닐까 내심 기대도 했었는 데 아쉽게도 거기까진 가지 않았다.

 

  작품은 등장인물의 아픔과 트라우마를 치유해가며 주인공이 성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그 드라마가 매우 불성실하고 무의미하여 캐릭터의 개성까지도 잡아먹었다. 등장인물 중에 게이라는 소문이 퍼져 대인관계가 박살난 인물이 있는 데 이 인물에 대해선 그냥 간단하게 언급만 하고는 그냥 그렇게 살았다는 듯 정리조차 안하고 끝내버린다. 게다가 주인공 주변 인물들도 그 팬티 입은 놈과 연관이 없는 놈들은 모조리 다 과감하게 쳐내는 데, 일말의 여지는 커녕 남아있던 여지도 원래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작품을 끝내버리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논한다는 드라마 장르로는 최악의 결말을 맞이 했다. 행복하게 살았다는 듯 포장하지만 주변 인물 중엔 아직도 불행한 인물이 있고, 이 불행이 결코 작가가 의도한 불행이 아니기에 더욱 최악이다.

 

  또한 작품은 개그가 어느 상황에서 쓰여야 하는 지를 제대로 모른다. 등장인물들이 전부 싸이코가 아닌가 싶을 만큼 쓸데없는 구간에서 개그를 남발한다. 클라이막스의 교통사고 장면은 장면 자체도 뻔했지만 그 연출이 심각하게 무성의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통 하면서 가볍게 날아간 뒤 수술대에 올라가는 장면이 매치가 되는 가? 코믹한 분위기에서 귀신이 등장하는 연출이항상 나쁜 건 아니었지만 그런 연출은 항상 무섭지 않았다. 이걸 모르면 그럴 수 있다며 남발하게 되는 게 개그고 웃음 포인트가 작품에 대한 짜증으로 변질되는 이유 역시 거기에 있다.

 

  초반의 난잡한 전개와 상황에 맞지 않는 과도한 개그 그리고 정리되지 못한 스토리를 보자면 작품은 분명히 마이너스지만 그렇다고 장점이 없는 작품은 아니다. 작품에서 줄기차게 말하는 남과 다른 나, 꿈에 대한 이야기는 설득력있는 진행을 보여줬고 이런 부분에 대해선 흥미로운 스토리를 선보였다. 이건 분명했다. 하지만 곁다리로 넣은 드라마를 정리하지 못했고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좀 지나치게 과장되어 이런 드라마에 몰입할 수 없었고 소소한 드라마에 휘말려 작품은 자신의 주제를 바로 세우지도 못한 채너지고 말았다. 꿈에 대한 것도 나 다운것에 대한것도 하나도 정리하지 못한 채 트라우마만 해결하고 끝나는 이야기는 결코 좋은 이야기가 아니며, 완벽한 마무리를 해내는 것이 작가에게 남은 숙제가 될 듯 하다. 그리고 개그 좀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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