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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어릴 때는 잘 모른다. - 적생

므르므즈 | 2016-06-1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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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참 싫어하는 작화는 3D툴로 인체 구도를 맞추고 그걸 트레이싱하여 그린 작화다. 이런 식으로 그린 작품은 대표적으로 [사이드 킥], [데드 아이즈] 등이 있는데 이 작품들은 모두 마네킹을 세워놓고 그린 듯한 뻣뻣함과 동세와 표정에서 겉잡을 수 없이 나타나는 어색함을 특징으로 삼는다. 물론 간츠처럼 어색함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지만 그런 경우는 많이 본 적 없기에 이 3D 작화에 대해 거부감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적생에 대한 첫인상은 그 때문에 그다지 좋지 않았다. 3D 툴을 이용한 작품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뻣뻣한 질감이 매우 거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결까지 본 지금 시점에서 말하자면, 내용만 좋다면 3d 툴도 괜찮은 것 같다.

 

 

 

  우린 어린 시절에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어릴 적 내가 잔인한 사람이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벌레를 아무렇지 않게 밟아죽였다는 걸 생각해보면 잔인했고, 개구리도 못만지던 걸 생각하면 순진한 사람이기도 했다. 내 생각에 나는 그냥 어린 아이였다. 하지만 옆에서 나를 보던 다른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흔히 왕따를 다루는 작품에선 가해자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철없던 시절이라고 회상하곤 한다.  그렇다. 우리는 그 시절에 철이 없었다. 철이 없었다. 이 표현은 개인적으로 참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온도 차를 완벽하게 정의한 문장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릴적에 어떻게 살았는 지 당사자는 느끼지 못하는 법이다. 어쩌면 내 행동에 상처받은 이가 지금도 이를 갈며 나를 증오할 수도 있고, 그 반대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아니기에 나를 어떻게 보았는지 알 수 없다.

 

 

  [적생]에선 이 철없는 시절에 행한 악행이 어떻게 되돌아오는 지를 다룬다. 어린 시절 나쁜 사람을 혼내준다는 명목으로 마구잡이로 일을 벌이던 주인공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보통 나쁜 사람을 혼내준다는 내용은 언제나 정의에 기반하며, 주인공은 이런 관점에 대해 고민하지 않거나 쿨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적생]에서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는 계기는 전혀 쿨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저분하다. 

 

 

  왕따를 당하던 친구를 구한다는 동기는 더 없이 훌륭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왕따 당하던 친구를 자기 아래로 보며 언제나 자신이 일을 주도해야 한다는 마인드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또한 상대가 어떤 죄를 지었든 간에, 우리는 그걸 단죄할 권리가 없다. 그건 철없는 시절에나 떠올릴 발상 아니던가. [적생]도 그렇다. 조금 애매하게, 주장한다.

 

 

  [적생]이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모호하다. 왕따의 위험성을 다룬다기엔 주인공이 문제에서 한 켠 떨어져있는 셈이고 앞서 말한 범죄자에 대한 잘못된 심판을 논하기에도 적절하지 않다. 청소년 기에 저지른 잘못된 행동에 대한 응보라기에도 어딘가 모자라다. 전체적으로 여러 주제를 모아 놓았지만 어떤 주제도 명확하게 겨누지 못한다. 소년기에 잘못된 범죄로 인한 응보? 결국 주인공이 목이라도 붙은 건 폭력 가장을 살해한 친구 덕분 아니던가? 왕따의 위험성? 한 사람의 인격을 망가트린 건 도리어 주인공이었다. 범죄자에 대한 잘못된 심판? 나중엔 굳이 죽일 필요도 없는 애들까지 다 죽였다. 잘못된 심판은 상관없다. 말해두자면 이 건 스토리와는 조금 무관한 이야기다. [적생]의 스토리 라인은 매우 훌륭하다. 과거를 회상하는 과정, 도망치고 벌을 받는 과정, 작 중 인물들의 개연성, 연출까지 매우 잘짜여져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찝어낼 주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어떤 주제든 다루고 있지만 그를 뒷받침할 묘사도 근거도 희미하다. 작품에선 청소년 때 철없던 행동이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 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지만, 결국 주인공이 조금이라도 살아남은 건 앞서 말했듯이 폭력 가장을 살해한 일 덕분이었고, 이건 청소년 때 철없던 범죄였다. 응보에 대해 다루는 작품에서 그 범죄로 인해 득을 본 사람이 조금이나마 주인공을 구원해주는 장면이 나온다는 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암호를 풀어내는 방식부터 스토리 연출이나 전개 방식까지 마음에 쏙 들었던 작품이었다. 다만 몇가지 아쉬운 점을 찝어보자면

3D 툴로 작화를 그린 탓인지 몇몇 장면에서 심각하게 배경과 따로 노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과 스토리 비중에 비해 묘사가 적은 캐릭터들이다.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모습이 거의 드러나지 않은 캐릭터들이 몰입을 방해했다. 특히 주인공 엄마 같은 경우엔 회상 중간중간에 얼굴을 비춰주면서 캐릭터를 좀 잡아줬으면 좋았을텐데 뜬금없이 도태니 말하는 통에 좀 깨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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