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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가치를 증명하다 - 드러그 캔디

므르므즈 | 2016-06-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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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건 중요한게 아니다. 흔해 빠진 스토리든, 인류 역사상 다시 볼 수 없을만큼 어마어마한 대서사시든, 지저분한 치정극이던 성인만화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중요한 건 역시 그거다 그거. 그거. 매일 밤마다 역사를 일궈내는 그것. 삶의 빛이요 몸의 불인듯 미친듯이 집착하는 그것. 제 아무리 좋은 스토리를 뽑아냈더라도 그게 꼴리지 않는다면 조금 아쉽기 마련이다. [엿보기 구멍]이 왜 주목을 받았겠는가 자극적인 정사 묘사와 더불어, 상황설정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의 찐득한 심리묘사가 일품이었기에 주목을 받았다. 중요한 건 심리 묘사와 자극적인 묘사가 합쳐져서 주목을 받았다는 것이다. 둘 중 하나라도 모자라면 평가절하되기 마련이고, 특히 묘사가 좋지 않다면 이게 왜 성인물이냐는 핀잔도 듣는다. 회당 3코인 지르는 이유가 치정극 보려는 건 아닐테지 않은가.

 

 

 

  내 영혼의 짝을 찾아 헤메는 방랑의 여정은 언제나 스크롤과 클릭으로만 이뤄진다. 누군가는 여자는 외모가 아니라 내면이 중요하다지만 우리가 짝을 찾는 과정은 언제나 외면에서 그 탐색을 멈출 뿐이다. 하지만 누구도 이에 자괴감을 느끼거나 이래도 되는건가 자책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다. 우리가 지금 찾고 있는 것은 평생을 함께할 내 반려자가 아닌 하룻밤을 함께할 잡스런 인연이 아니던가. 액면가에 모든게 결정나는 시대에 가장 효율적인 동반자를 찾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고 생각하자. 비록 화면안에서 못나오더라도 연인은 연인이다. 베게에 감싸여 있는 저 아녀자도, 누군가의 책상 위에 살포시 올려져 있는 아녀자도 모두 연인은 연인인 것이다. 성인 웹툰을 찾는 것도 그런 것이다. 뜨겁게 정사를 나누는 두 타인을 보고 관음하는 것 뿐이라도 우리는 같은 기억을 공유했기에 그 잠자리를 함께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럴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액면가로는 판단할 수 없는 내면의 가치를 알기 위해 리뷰를 찾아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말하건데 이거 꼴립니다. 사세요. 실로 간단한 서두에 벌써부터 사러가는 이들을 재쳐두고 조금만 이야기를 해보자. 네이버에서 [질풍기획] 시리즈를 그렸던 이현민 작가가 느닷없이 레진에서 [드러그 캔디]를 연재한 것은 정말 의외의 일이었다. 정말 개그랑 잘 맞는 작가였기에 개그감을 쏵 뺀 작품을 만들 수 있을런지도 걱정되는 요소였다. 그간 작품에서 진지한 연출을 잘 써먹던 작가였으면서도 멈출 수 없는 개그감이 있었기에 걱정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드러그 캔디]는 웃음기 없는 장면에선 확실히 진지하고 색기있다. 이현민 작가의 새로운 일면이 제대로 드러난 것이다. 물론 그간 연재한 작품들 탓인지 자꾸 질풍 기획 캐릭터들 얼굴이 겹쳐보여서 몰입이 좀 깨지곤 한다. 특히 와이프 좋아하는 놈이나 주인공이나 둘 다 생긴게 질풍기획 다니게 생겼다. 

 

 

  이 작품의 장점을 여기다 설명하면 참 수위 높은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사 씬의 돌입하는 상황이나 구도가 너무 흥미진진하게 짜여있어 매 편마다 버릴 씬이 없다. 거기다 캐릭터들 역시 단순한 성애의 대상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면모가 돋보이며, 여기서 나타나는 매력이 작품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이현민 작가 특유의 캐릭터 구상력과 작화 연출력이 제자리를 찾은 기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슬리는 걸 하나 말하자면 진짜 질풍기획 동인지 같다.

 

 

  질풍기획 에피소드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집에로]라는 작품이다. 생일 날 정시 퇴근하려는 과장과 그런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내의 모습이 잘 배치된 명 에피소드인데, 이 작품 보는 내내 그 에피소드 생각이 났다. 분명히 잘 그린 작화고 내용도 꼴릿하고 다 좋은 데 저 세계관 어딘가에서 병철이가 지하철 잡으려고 미친듯이 뛰어다닐 것 같은 그림체라서 진지한 장면이 나와도 이상하게 느낌이 안산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이렇다. 다 좋은데, 우리 병철이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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