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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 VS 전향, 궁중 스와핑 성장물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정혁 | 2020-02-21 12:51

마크 트웨인의 1881년 소설 <왕자와 거지(The Prince and the Pauper)>로 대표되는 '몸 바꾸기(Body Swap 또는 Body Switch)' 스토리는 굉장히 많은 창작물들이 활용하는 클리셰다. 전 세계에서 지역과 국적을 막론하고, 흔히 말하는 '옛날이야기'에서부터 최근작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수없이 등장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2016년 작품 <너의 이름은>도 몸이 바뀌는 이야기이고, 넷플릭스가 2018년에 공개한 <크리스마스 스위치(The Princess Switch)> 역시 제목부터 이런 스토리를 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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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작가의 웹툰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또한 주인공 두 사람의 몸이 뒤바뀌는 이야기다. 우리가 그 동안 자주 봐왔던 중세 판타지 배경의 궁중 암투가 기본 설정이고, 귀족 여성 두 명의 몸이 서로 바뀌면서 사건이 진행되는데, 어렸을 때의 사연을 품고 있는 주요 인물들의 성장스토리가 저변에 깔려 있다. 이 작품은 그림체도 '(예쁘고 잘 생긴) 공주와 왕자가 등장하는 중세 로맨스 판타지'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네이버 웹툰에서 '화요웹툰'으로 연재되고 있는데, 각 화마다 분량이 꽤 많은 편이고 채색에도 상당히 공을 들인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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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작품 소개란에도 적혀 있는 "궁중 서스펜스"에 대해 얘기해 보자. 방금 말했듯이 중세 판타지 배경의 궁중 암투는 아주 전형적인 구성이다.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관련된 야사도 흔하고, 워낙 많이 봐서 스토리의 흐름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경우도 있다.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는 이런 난관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로 돌파한다. 여기서 중요한 게 바로 주인공이다. 어리고 예쁜 귀족 여성 두 명. 중세 로맨스 판타지의 지극히 전형적인 인물 설정인데, 작가는 '반전(의외성)'의 과제를 전향적인 캐릭터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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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웹툰의 주요 인물들은 고대 신화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신화 속 이미지와 일정 부분 일치한다. 하지만 대체로 단순한 신화 속 캐릭터들과는 달리 중요한 순간에는 의외의 매력을 발산하고, 이는 곧 작품 속 반전으로 연결된다. 만약 클리셰와 전형적인 플롯(게다가 흔한 그림체)으로 점철된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에 의외성을 가진 캐릭터의 성장(그리고 주인공의 '선택'으로 인한 반전)이 없었다면, 무척이나 뻔하고 지루한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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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배경과 사건의 전형성에 반해 인물 설정과 캐릭터 표현의 전향성을 논하는 데 있어서 핵심이 바로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이다. 물론 중세 로맨스 판타지답게 젊고 잘 생긴 남자들도 주요 인물로 등장하지만, 어리고 예쁜 여자 둘에 비해서 별로 하는 일도 없고(스토리 반전에 역할이 크지 않다) 그 동안 우리가 수없이 봐왔던 왕자 캐릭터들과 다른 점도 거의 없다. 한마디로 전형적인 로판 남주들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여주들의 성장과 변화'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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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창작물에서 캐릭터가 어떻게 설정되며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면, 작가의 생각뿐만 아니라 그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의 사회상도 엿볼 수 있다. 만약 작가가 그 시대정신을 작품으로 잘 표현하면 호응을 받겠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대중은 외면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어찌 보면 이는 양날의 검일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처럼, 전형성과 전향성 사이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위험한 줄타기를 하게 되는 작품이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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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연재 횟수 자체가 많진 않지만, 일단 현재까지 연재된 내용을 보고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를 간단하게 한 줄로 요약하면 '궁중 스와핑 성장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궁중 암투와 몸 바꾸기는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데에 별로 큰 영향력이 없을 테고, 아마도 여자 주인공들의 성장이 핵심 포인트일 것이다. 높은 별점과 다수의 긍정적인 댓글들이 보여주듯, 지금까지는 대중에게 매우 흡족한 이야기 전개가 이어지고 있다. 여자 주인공들의 전향적인 변화와 주체적인 선택이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으며, 그저 이쁘기만 한 게 아니라 정말 멋있는 캐릭터로 로판 장르의 이점도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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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앞으로 나올 이야기에서 (최소한의 균형감각은 유지한 채) 얼마나 더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줄지가 관건이 아닐까 싶다. 몸 바꾸기와 관련해 이용할 수 있는 부스러기들은 차고 넘친다. 궁중 암투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클리셰들이 널려 있다. 어쨌든 기본 설정이기 때문에 좋든 싫든 이런 것들이 곳곳에 등장하게 될 텐데, 이제까지 잘 만들어 놓은 여자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그런 전형적인 상황들 속에서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가 중요할 듯하다. 일단 초반 성장이 성공적이었으니 우리는 흥미롭게 계속 지켜보면 될 테고, 작가는 멋있는 여주인공들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뚝심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프시케 메데이아.jpg


그리고 (아직 초반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등장인물들의 관계나 갈등 구조가 너무 단순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아쉽다. 암투는 있는데 전략은 없고, 존재는 하는데 충돌은 없다. 오로지 두 여자 주인공의 멋짐만으로 팬들에게 진정한 포만감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저 임기응변으로 싸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치열한 고민이 그려졌으면 좋겠고, 향후 세상의 변화를 좀 더 전향적으로 예언하는 '과감한' 관계 설정도 기대된다.


요즘 여자 주인공들은 몇 년 전과 완전히 다르고, 앞으로도 더 큰 변화가 이어질 것이다. 더 이상 여자 주인공의 성장에 로맨스가 필요 없는 시대도 올 수 있다. 지금은 2020년이고,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의 멋지고 주도적인 여주에 대한 동경에서 보듯이 "미래는 이미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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