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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나씩 이뤄나가자 <그녀의 버킷리스트>

나예빈 | 2020-05-01 10:32

웹툰의 시작에 한 커플이 나온다. '라리'와 '건형'. 이 둘은 서로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서로에 기대어 미래를 속삭이고 둘만 있다면 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린다. 모든 커플이라면 한 번쯤 다 생각 해보았을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우리의 사랑이 깨지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을 내뱉지만, 이 또한 연인 사이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불행한 미래를 암시한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다. 독자들은 이 커플에게 집중한다. 이 커플이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달콤한 이야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시작부터 눈물을 터트리는 주인공 라리. 그렇다면 그녀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일까?

라리와 건형


초반에 나오는, 독자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한 이 커플은 서로에게 서로가 가장 사랑하는 사이이자,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건형'의 꿈을 위해서 '라리'는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건형' 역시 마찬가지다. 공부를 잘해서 집안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건형'의 부모님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라리'가 그를 홀려 바보로 만든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부모님도 둘의 사이를 갈라놓을 수는 없었다. 둘은 그런 반대 따위는 신경이 쓰이더라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는 듯이 불안이 먹어 치운 마음의 공백을 사랑으로 채워버린다. 독자는 이 과정에서 ‘버킷리스트’에 집중하게 된다. 왜 인간은 죽기 전까지 무슨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일까? 결국 우리 모두가, 인간이라는 이 존재가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홀로 남겨져 버킷리스트를 바라보며 우는 '라리'가 과연 모든 일을 이뤄나갈 수 있을지, 독자는 의문감이 드는 동시에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된다.

라리


장면이 전환되며 '라리'만큼 슬픈 남자, '한솔'이 나온다. '한솔'은 실용음악과 학생이라는 명색이 어울리지 않게 노래 부르는 것을 두려워한다. 친구들이 그를 버스킹 자리까지 끌고 나오지만 많지도 않은 관객 앞임에도 불구하고 입을 열지 못한다. '한솔' 역시 무언가 이뤄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유추해낼 수 있는 장면이 나와 자연스럽게 독자가 '라리'와 '한솔'을 붙여 생각하게 만든다.

한솔

그런 '한솔' 근처를 '라리'가 지나가게 된다. 이때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시선이 멈춘다. 전혀 접점이 없는 두 사람의 시선이 닿았을 때, 연인을 잃은 슬픔을 가진 '라리'가 다시 사랑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그릴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이 웹툰은 그런 걱정을 가볍게 지워버린다. 둘은 같은 그림 찾기처럼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솔과 라리

'라리'는 '한솔'의 노래에 감동을 받는다. 부르는 이조차 확신이 서지 않아 떨리는 목소리로 불러낸 노래가 '라리'에게는 좋은 치유제가 되는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인 '한솔'에게, 자신에게 유일한 목표이자 원동력인 버킷리스트를 내미는 '라리'. 급한 전개에 개연성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독자가 있다면 고이 접어 두어도 괜찮다. 이야기는 뜨개질을 하는 것처럼 촘촘하게 이어진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이 오래갈지 몰라도 너무나 달랐던 '라리'와 '한솔'이 작은 공통점으로 하나, 하나씩 엮이는 과정을 보인다. 독자는 하늘에서 넓은 시야로 둘을 본다. '라리'와 '한솔'이 계속 붙어있지 않고 떨어져 각자의 삶을 지내는 모습에서도 둘이 같은 점을 가졌다는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라리

'한솔'의 감정은 점점 고조된다. 겉핥기로 본다면 '라리'가 '한솔'보다 더 쾌활하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 영어를 잘하는 '라리'에게 과외를 해달라고 말하지도 못하는 '한솔'에 반해, '라리'는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고 말하고, 같이 취미를 공유하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솔'의 감정은 여름밤의 폭죽놀이처럼 결국 상공에서 아름다운 빛깔로 터진다. ‘둘은 어떤 사이야?’라는 질문에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라리'를 깎아내리는 친구에게 화를 낸다. 독자는 그때부터 이 둘에게 포커스하며 설렘을 마음껏 느낄 수 있게 된다.

한솔


자신 있게 <그녀의 버킷리스트>를 추천할 수 있는 이유는 비단 설렘 때문만은 아니다. 진로, 연애, 돈. 다양한 고민이 맞물리는 대학생의 이야기, 20대의 이야기 역시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솔'의 친구인 '하준'이 명품으로 휘감은 비슷한 또래의 사람을 보며 고민을 뱉는다. 가벼운 연애 물만은 아니기에 더욱 깊이 있는 공감을 할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한솔의 친구들


'라리'는 '하준'에게 '한솔'과 자신의 사이를 ‘특별한 사이’라고 명명한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고 단정 지어 말하지 않기에 둘의 미래가 더욱 궁금하다. 과연 둘은 함께 하나씩 각자의 버킷리스트에 적힌 내용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언젠가는 함께 이룰 버킷리스트도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노오란 노트에 적힌 버킷리스트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그녀의 버킷리스트>를 보러 가자.

 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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