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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회 초년생이 있어요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

심지하 | 2020-05-16 13:19

여기 사회 초년생이 있어요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슬이인생.jpg

살려주세요! 여기 사회 초년생이 있어요!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데 사회가 처음이라 못하겠어요!


<당신은 분명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 생활을 하고 열심히 스펙을 쌓아 서류심사와 다른 시험 면접을 통해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여 이제 드디어 내 인생에도 꽃이 피는가…! 했지만,

매일 전쟁 같은 출근길. 회사에선 빡센 업무와 얄미운 동료, 꼰대, 예민한 상사에게 종일 치이다 가까스로 퇴근하고 집에 오면 날아드는 전기세 가스비. 비싼 월세, 쥐꼬리만 한 월급 때문에 재정상태는 항상 간당간당, 밥은 매일 편의점에서 사 온 도시락과 캔맥주로 늦은 저녁을 때우며 "시이이이발 내가 이렇게 거지같이 살려고 이때까지 개고생하면서 살아 왔나!!!" "월급은 개 코딱지만 하고 회사는 ㅈ같고!!! 하지만 내일 또 그 죧같은 곳으로 출근을 해야 한다니!!" "이게 내 인생이라고?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버티는 거지?" "언제쯤 나아지는 거지? 나아질 순 있는 건가? 생각하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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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어디 하나 거를 컷이 없는 프롤로그,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 의 나레이션이다. 사찰도 정도껏 해야지, 남의 이야기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편집없이 써놓으면 어떻게 해?! 하고 놀랄만큼 어디서 본 것만 같은 이야기. 너 나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물론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공감할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작가와 비슷한 연배인 20대 중~후반, 흔히 요즘 밀레니얼 세대라 부르는 나이대의 사회 초년생, 즉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활동중이거나 취직하여 회사의 톱니바퀴로 열심히 구르는 중인 90년대생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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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공감을 얻는 생활툰'은 아니지만 특정 취향을 겨냥한 생활툰. 세대 간 격차는 물론이요. 성별, 환경, 취미, 관심사에 따라 공감대는 모두 세세하게 다르고, 이런 이유로 유행은 다양하고 짧고 굵은 현시대 트렌드에 맞게 다양한 장르의 생활툰이 나오고 있는 요즈음. 각계각층에서 주목 중인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도 '사회 활동을 갓 시작한, 혹은 시작 중인' 이들을 다룬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미대를 졸업하고 광고업계에 종사했던 작가의 스펙은 어찌 보면 대중적인 편은 아닐지도 모른다. 거기에 작가는 흔히 말하는 내향적인 성격이다. 그런데도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이 독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연재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그림이 귀엽고 인터넷 밈을 잘 사용하며 신조어를 빵빵 터트린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다면(물론 이 세가지를 잘 해내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이긴 하다.) 모두 좋은 생활툰이라 할 수 있을까?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은 흔히 말하는 '루저감성'을 적당히 깔고 가면서도 거기에 매몰되지 않는다. 한국 특유의 해학 정서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년배들이라면 공감할 법한 고민과 걱정 들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그려낸다. 그러면서 독자들을 향해, 모니터 바깥의 사람들을 향해 묻는다. 나만 이런 거 아니지?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 줄여서 <슬이 인생>은 작가인 슬이의 인생이기도 하지만, 내 인생, 웹툰을 보는 독자들의 인생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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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구질구질해 보이지만 그런데도 미워할 수 없는, 그래도 이게 내가 이뤄온 길이라고 웃고야 마는 그런 인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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