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자면 미티 만화 - [스포] 죽어 마땅한 자
내게 정의에 대해 묻는다는 건, 그리고 내가 정의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건 청학동 물리학 실습과 비슷한 발상이므로 기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기껏해야 어디서 주워들은 철학 비스무리한 것만 섬기는 나부랭이기에 그런 것을 전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런 무식한 필자라 하더라도 이 작품이 어딘가 비뚤어져 있다는 것을 알수 있을만큼 이 작품은 참 꼬여있다. 이건 정말 욕같은 말인데 작가님 꼭 미티 작가같이 만화 그리시네요.
언제나 그렇듯 찌질한 주인공이 학교에서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그의 옆엔 예쁘장한 소꿉친구가 있는데 여기에 비매품으로 통하던 주인공 친구라는 존재가 하나 더 있어서 작품은 매우 스테레오 타입의 전개를 보여준다. 친구가 하나 더 있다는 이유로 오리지날리티하다는 매우 지-적인 표현을 써먹어볼 수도 있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안한다. 아무튼 찌질한 주인공이 괴롭힘을 당하다 보면 그 이유가 나타나기 마련인데 정석적인 것에 알러지라도 있는 지 작가는 독특한 소재를 꺼내들어 주인공이 묵묵히 괴롭힘 당하는 이유를 만들어준다.
"내가 괴롭힘 당하는 것은 우리 아버지가 연쇄 살인마기 때문이야!"
세상에! 댁 아버지는 연쇄 살인마였군요! 근데 이 설정이 뒤로 갈수록 점점 이상하게 바뀌고 추가 설정을 덧붙이면서 이도저도 아닌 이야기가 된다. 연쇄 살인마였어! 아니 근데 사실은 연쇄 살인마란 혐의만 있었어! 사실 연쇄 살인범이 아니었어! 근데 주변 사람들은 전부 얘 애비를 잔인무도한 살인범으로 알고 있는데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애초에 연쇄 살인범이란 설정을 짜놨으면 그게 왜 아니었는지 설득할 근거를 가져오던가 왜 연쇄살인범인지를 보여줘야 하는 데 작품은 매우 모던하게 말하길. 아 그거 거짓말이었어요. 다른 이야기인데 미티 작가님도 가끔 이런식으로 스토리 전개로 사람을 엿먹이더라구요.
사실 이리 깔끔하게 부정하는 게 작품의 몰입도를 높혀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대사와 더불어 영화며 명대사 패러디를 남발해대는 작품이 몰입도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작품 내내 등장인물들은 어울리지도 않고 심지어 텍스트 가독성도 해치는 타이밍에 대사로 개그를 친다. 그게, 꼭 그, 어떻게 말로 표현을 차마 못하겠는데. 진짜 작가님 상처받을까봐 이런 말 못하겠는데, 그 아, 그러니까, 꼭 미티 작가같이 개그해요. 특히 그 얼굴 개그도.
정말 자존심이 걸린 이야기지만 이 작품 대사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기 나오는 살인범들은 죄다 타입문 세계관에서 일하다가 쫓겨난 놈들같은 대사를 친다.
"아, 지금은 아프니까 나중에 죽여줄께요."
이 대사를 듣고 너무나 무서웠던 나는 읽는 내내 몸에 돋은 닭살을 내리 누르려 애써야 했다. 세-상에 사실 선이 보인다는 점에선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 아닐까하는 의심도 해볼 수있겠지만, 대사를 보자면 확신도 해볼만한 작품이기에, 표절 시비에 걸리지 않게 하기위해 연막을 치자면 꼭 미티 작가님 처럼 대사를 쓰시네요!
어쩌면 니체에 가까울정도로 철학적인 작품이기에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언젠가 찾아올 부끄러움을 피하기 위해 칭찬을 해보자면 미티 작가보다 그림을 더 잘그리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