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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을 각오는 하셨습니까 - [스포] 중립디자인구역

므르므즈 | 2016-07-23 17:37

중립디자인구역_최남새_1.jpg

 

 

 

  낭보를 들고 찾아온 오늘의 글귀가 지난 일을 잊자는 화해의 메시지라 착각하는 이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최남새 작가의 후기를 인용하여 말하자면, 역시 버리는 사람은 버림받을 각오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시기 좋고 기세 좋은 발언이라 앞으로 자주 써먹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인데, 사람은 문구 따라간다는 말이 어쩌면 맞는게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자주적인 여성 캐릭터의 등장은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여성이 아주 당당해서 속 시원한 전개, 소위 말하는 '사이다' 전개로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것 역시 좋다고 생각한다.  나름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독자이기에 이런 전개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오히려 앞으로도 개성 강하고 다양한 타입의 여주인공이 만화를 이끄는 장면을 보고 싶은 바람이다. 그렇지만 그 예시를 들 때 [중립디자인구역]의 여주인공은 결코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당당한 여성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이 시대의 신여성이라 칭하기엔 역으로 여성을 다시 프레임 안에 가두는 셈이고, 특별한 무엇인가라고 취급하기에도 차별같다. 그러니 그냥 그런 캐릭터도 있다는 듯이 적당히 넘어가보자. 이건 특별한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특별할 것 없는 캐릭터를 위해서 특별한 밥상을 차려줄 필요는 더더욱 없다. 고귀하신 여성 분의 당당함과 지적인 매력, 그리고 통쾌한 발언을 어필하기 위해 주변인들을 모조리 멍청이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매 갈등 상황마다 여성 캐릭터에게 모든 걸 맡기고 애배배 거리기만 남자 캐릭터들은 하렘물이나 기타 남성향 작품에서 여성이 취하는 스탠스보다 더욱 편향적이고 지독하게 불쾌하다. 

 

  어째서 불쾌한 것인가. 상황을 하나 들어보자.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딸을 차별하는 아버지를 만들고, 너무나 노골적으로 아버지 말을 따르라며 엄히 다그치는 어머니를 만들고, 너무나 노골적으로 버림받은 딸을 만들고, 너무나 노골적으로 그런 아버지에게 반항심을 가진 아들을 만들었지만. 일면식도 없고 가정 상황에 대해 안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여성 캐릭터의 말에 감화되어 이 상황을 해결하는 전개를 만들어냈다. 이 주인공은 아주 똑똑하고 대단한 인물이기 때문에 이 모든 갈등을 언변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하는 듯한 전개다. 이런 지독한 수준의 여주인공 띄워주기 전개는 사실 매력적이고 개성있는 캐릭터 형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순간의 통쾌함을 위해 전개를 희생하고 포장한 이 장면이 나는 불편했다.

 

  그러면서 작품에서 악마가 나타나 주인공을 납치할 때면 여주인공은 전형적인 히로인 포지션을 취한다. 아무것도 못한채 붙잡혀서 당하려는 위기의 순간, 남자 주인공이 나타나 구해주는 것이다. 물론 이는 전형적인 구도다. 하지만 버림받은 딸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성 캐릭터의 개성과 자주성을 어필하려고 안달이 난 이 작품에서 써먹어야 될 전개인가 묻는다면, 글쎄 나는 의문이 생긴다. 이건 오히려 모순이 아닌가. 노골적으로 여성상을 띄워주려고 노력하면서, 정작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를 전혀 벗어나지 못한채 억지로 나는 다르다고 떼쓰는 모습은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다.

 

  캐릭터는 결코 통쾌한 전개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강한 자기애의 어필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펑키한 헤어스타일과 조금 이상한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가 '사이다' 전개를 남발한다고 해서 그 캐릭터가 걸크러시를 일으키는 것은 더욱 아닐 것이며, 그 작품이 진정으로 매력적인 여자 주인공을 만들어낸 것은 더더욱 아닐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비대한 사이다 전개와 무능한 남자 캐릭터, 그리고 나는 여성을 위한다고 억지로 말하는 듯한 전개와 그러면서도 전형적인 구도를 벗어나지 못한 캐릭터는 그냥 머리만 아파오는 작품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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