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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ㄷㅁㅊㅇ «선천적 얼간이들»

TSR | 2016-07-2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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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배경

 

 때는 2012년이다.

 웹툰도, 만화도, 심지어 소설도 정체성의 위기를 맞던 시대이다. 속도에 익숙해져 가던 사람들은 빠르게 작품을 소비할 수 있길 바랐고, 만나는 사람마다 드립을 쓰지 않는 사람이 없었으며, 그것이 점점 대세처럼 퍼져나가던 시대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가장 편리하게 다가갈 수 있는 웹툰 플랫폼이었던 네이버도 그런 면에서 새로운 모색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웹툰을 읽던 독자들은 각자의 휴대폰 데이터 용량이 초과되면 PC로라도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찾아 소비했다. 그만큼 그때는 웹툰이란 형식이 주는 신선함이 상당히 무색해져 있었으며, 독자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찾을 수 있을지 싶어 작가 블로그와 마이너 커뮤니티를 전전했다.

 하지만 쉽게 접하기 어렵고 링크를 수 번 타 넘어가야 접할 수 있는 웹툰이 인기가 있을 리가 없다. 고객접근성에 대한 고심은 과거나 지금이나 절치부심하는 콘텐츠 마케팅 문제인데, 인터넷 권력을 쥐고 있는 플랫폼이 그 모양이어서야 이야기가 될 수 없었다.

 그런 환경에서 갑작스레 이 정체된 웹툰 시장을 이끌어 줄 작품이 등장했으니, 이른바 가스파드 작가의 «선천적 얼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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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릴 미치게 했는가?

 

 지금부터 소개할 «선천적 얼간이들»은 2012년 당시의 웹툰에 대한 무력감을 깨버린 작품이다. 2, 30대라면 누구나 다 알고 또 이해할 수 있는 온갖 드립들을 박진감 넘치게, 게다가 대놓고 표현해 버린 웹툰은 좀처럼 없었다. 냉소주의로 흘러가던 당대의 사람들은 웹툰마저도 어떤 ‘건전함’의 흐름을 밟는 것이 당연하다 여겼고 그것은 자연스레 젊은 층이 웹툰에 대한 편견을 갖게 만들기 충분했다. 일부 사람들은 국내 자타공인 공식 플랫폼에서 연재하는 웹툰은 재미가 없다고 느꼈고, 그 낌새를 눈치 챈 몇몇 작가들은 소위 말하는 ‘병맛’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내보이기 시작한다.

 가스파드 작가가 «선천적 얼간이들»을 통해 내세우는 메시지는 사실 딱히 없다. 메시지라고 하기도 애매한데,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선천적 얼간이들»은 일상 개그툰이기 때문이다.

 당시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가 그나마 몇 남지 않은 네이버의 일상 개그툰 중 하나로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던 상황을 생각하면 «선천적 얼간이들»의 도전이 선뜻 납득되지도 않고, 왜 그게 인기가 있었는지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웹툰의 가열찬 병맛은 다른 의미에서 센세이션이자, 각종 인터넷 드립에 익숙해진 헤비 유저에게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선천적 얼간이들»의 프롤로그를 보면 알겠지만 이 웹툰이 품고 있는 기본 스토리는 굉장히 간단하다. “오늘 내가 어딜 갔는데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 이 웹툰이 가지고 있는 (그리고 어쩌면 모든 일상툰들이 짊어져야 할 숙명 같은) 스토리의 전부이다. 그럼에도 이 웹툰이 이른바 ‘흥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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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컷은 «선천적 얼간이들» 중 14화 ‘광속의 사내들’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이어 붙여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원래 세로로 편집되어 있고, 스크롤을 내릴수록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되는 그림이다.

 사실 이 웹툰의 백미는, 같은 일상 이야기더라도 온갖 기묘한 드립들과 함께 내용을 과장해서 표현하는 부분에 있다. 단순히 ‘킥보드가 망가져서 다쳤습니다.’라고 요약할 수 있는 부분마저도 이런 표현으로 과장할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림체 자체부터 이미 과장되는 면이 많은데, 간단한 필선을 사용하지 않고 각지고 두꺼운 필선을 사용함으로써 익살스러움을 전제한다. 여기에 비교적 채도가 두터운 색을 사용해 실제 작중 인물이 처한 상황에 대한 생동감을 더했고, 비명(!)을 비롯한 각종 효과음도 단순 폰트로 처리하지 않고 직접 그려가며 독자의 감정이입에 힘을 싣는다.

 단순히 이 정도였으면 더 발전하지 않고 ‘과장된 일상툰’ 정도로 남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 시대를 풍미하는 드립들이 주룩주룩 쏟아져 독자의 재미를 더한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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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만화에 익숙한 독자라면 알겠지만 이 장면은 일본 유명 만화 «진격의 거인»을 패러디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전도를 시도하는 교인과 그것에 반대하는 조연의 모습에 대해 «진격의 거인»에서 모티브를 따 와 컷을 구상한 것이다.

 이외에도 서브컬처 및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독자층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원피스»만화에 대한 드립이나, 당시 TV광고를 차지하던 LTE WARF를 응용한 드립, 어느덧 TV에서 자취를 감춘 «전설의 고향»에 대한 깨알같은 어필 등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시기적절한’ 드립을 굉장히 많이 사용했다. 물론 작가 개인의 ‘드립력’도 상당한 수준임을 어필한다. 작중 인물이 미쳐 날뛰는 상황을 주인공(일반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거는 몇 가지 태클뿐만 아니라, 바쁘게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놓치기 쉬운 작은 공간에도 웹툰 읽기의 흐름을 끊지 않는 선 안에서의 깨알같은 드립들이 새겨져 있다. ‘쓸고퀄’이란 단어가 가장 적절한 웹툰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면서도 이 웹툰은 흡입력에 대한 요소를 놓치지 않는다. 이 웹툰의 전개상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면 개그 상황이 최소 2컷으로 분할되어 전달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첫 컷에 ‘이런 상황이 주어졌는데’ 두 번째 컷에서 ‘이렇게 말하더라’라는 부분을 강조하는 형식이다. 대부분의 웹툰이 컷과 컷 사이를 선형적인 스토리라인으로 짜는 게 당연하고 이 웹툰을 비롯한 다른 일상툰들도 이러한 형식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지만, «선천적 얼간이들»은 오히려 이 한계를 더 극대화해 표현한다. 전 컷에서는 정말 무미건조하게 상황을 전달하면서도 다음 컷에서는 온갖 드립과 상황에 대한 연출 및 표현으로 장면을 익살스럽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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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 코드의 전환, 약간 아쉽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다른 어떤 코드도 아닌 ‘병맛’이라 말할 수 있는 개그 코드에 충실해 있다는 점이다. «마음의 소리»도 일상적인 개그의 코드를 깨는 작품으로서 웹툰 업계에 자리매김하면서 지금까지 연재를 이어오게 되었지만, «선천적 얼간이들»이 넘어선 ‘병맛’의 코드는 ‘이거 위험한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만큼의 선정성(?)과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다. 즉 무료 웹툰 플랫폼 상에서 이루어지기 힘든 여러 병맛 코드들을 상당수 내포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몰래 보는 재미’의 감성을 충족시켰다는 것이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성격의 웹툰은 아니지만, 작품을 즐길 줄 아는 독자들이라면 박진감 있게 웃을 수 있는 독자적인 코드를 내포함으로써 2012년 당시까지 애매했던 웹툰의 지위를 일상적, 개인소비적인 위치에까지 끌어올렸다. 아무나 쉽게 아는 웹툰은 아니나 자신은 쉽게 웃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마치 ‘몰래 소비하는 작품으로서의’ 독자적인 소비심리를 구축한 셈이다. 이 작품 이후로 병맛이나 선정적 코드를 충실히 유지한 작품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기까지 한 점을 생각해 보면 적시적소에 가장 정확한 수요를 충족한 웹툰을 내놓은 셈이다.

 한편으로 이런 재미에 힘입어, 인터넷이 이미 대세가 된 2012년의 웹툰 커뮤니티에는 이 작품이 일파만파 전달되었다. 이미지 매체가 익숙하지만 아직 국내에 만족할 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아 일본 만화 사이트를 들락날락거리던 유저, 초기에는 만화적 매체로서의 ‘웹툰’이란 형식을 반가워했지만 점차 웹툰 특유의 컬러풀하고 깔끔한 그림체에 반감을 가지게 된 유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싶은 단순무식한 웹툰을 찾던 유저들에게 동시 어필이 될 만큼 이 웹툰은 당시의 개그 코드와 유저의 수요를 한꺼번에 챙겨갔다. 결국 이 작품은 ‘마음의 소리=일상툰 같은 판타지 / 선천적 얼간이들=판타지 같은 일상툰’이란 명언 아닌 명언을 남기며 인기를 구가하게 된다.

 물론 아쉬운 면이 없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첫째로는 짧은 연재분량이다. 일상툰이 가지는 생명력 중 하나인 ‘길고 긴 연재력’을 스스로 끊어낸 결과이기도 하고, 작가 본인이 웹툰을 이어가기 위한 아이디어와 체력을 조기에 많이 소진한 까닭이기도 하다. 일상툰이라기엔 너무 적은 70화로 작품이 마무리된다. 둘째로는 작가 스스로의 감성을 독자에게 주입하고자 하는 시도가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작가 본인이 지금까지의 생에서 겪은 많은 이야기들을 재치있는 드립과 함께 풀어내려 했지만, 아직 웹툰의 감성을 알아채지 못한 저연령대 독자와 장년 독자층의 지지까지 받을 수 있는 재미는 아니었으며, 작가 스스로도 이미지 매체를 많이 소모하는 독자층, 즉 각종 인터넷 드립에 익숙한 2, 30대 독자층을 노려 에피소드를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 락 페스티발과 게임에 관련된 에피소드 및 컷들은 실제 그것을 접해보지 못한 독자들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베스트도전 때부터 주목을 받아 결국엔 ‘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명제를 가장 잘 실천한 웹툰으로 웹툰 역사의 한 획을 장식하게 되었다. 그 이전까지 독자를 특정하지 않는 포괄적, 단순 재미를 추구하던 웹툰계에, 소비 타겟을 특정해 제대로 기획/작화한 웹툰이 어떤 위력을 보여주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면서 하루 만에 댓글 7천 개와 별점 1만 3천 건의 호응을 받기도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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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며

 

 만약 지금 정말 읽을 웹툰이 없어서 이 글을 읽는 상황이라면, 주저 없이 이 웹툰을 추천하고 싶다. 비록 그 당시의 감성에서 3년, 4년이 지나가 버린 작품이지만, 아무 생각이 없어도 편하게 웃을 수 있게끔 깔아놓은 작가의 센스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에필로그를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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