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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여우, 외설적 망상

박성원 | 2020-10-21 10:05

'대학여우'라, 꽤나 오묘한 제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소 비직관적이기도 하고요.

작품 제목에 맞춰 리뷰 글의 제목도 좀 특이하게 적어 봤습니다. '외설적 망상'. 여기서 외설이란 19금 매체 전반이 아니라 텍스트로 전달되는 성인물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대학여우는 분명 웹툰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소설, 더 노골적으로 적자면 소위 야설의 작법을 빌렸다는 인상을 강하게 줍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대학여우 히로인1 등장

사실 내용 자체는 설명할 건덕지가 거의 없습니다.

'대학여우'라는 제목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듯, 대학을 배경으로 하고요. 여러 인물들이 나오는 옴니버스 방식인데, 그 이상은 정말로 설명할 게 없습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스토리 라인이라는 게 존재하지가 않는 수준이거든요. 대략 5편 내외의 짧은 이야기에 여자 대학생이 한 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이 캐릭터들이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다른 남자(마찬가지로 대학의 구성원입니다)와 관계를 맺는 것이 전부입니다.
대학여우 히로인1 스킨십
이렇게 설명만 놓고보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진부한 19금 웹툰처럼 보일 테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입니다. 한국에서 19금 웹툰을 리뷰어인 필자만큼 많이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텐데, 그런 제가 봤을 때 '대학여우'는 최근에 본 성인 웹툰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신선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먼저 스토리가 없는 것은 단점이 아닙니다. 사실 많은 성인 웹툰에서 스토리의 가장 큰 역할은 (남성향의 경우)여자 캐릭터의 매력과 개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입니다. 물론 시츄에이션 자체가 독자를 고조시킬 수도 있고, 드물게 스토리 그 자체가 훌륭한 성인 웹툰들도 없는 건 아니지만, 분명 드문 편이죠. 즉 다시 말해 내러티브를 갖춘 성인 매체가 가진 가장 강력한 장점이자 무기는 바로 캐릭터의 매력을, 단순한 섹스 어필을 넘어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학여우 히로인2 등장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학여우'는 스토리를 과감히 생략하면서도 주요 여자 캐릭터들의 개성을 확립하고 매력을 살리는 데 있어 훌륭하게 성공했습니다.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작화는 너무나도 기본적이고 당연한 거라 생략하고, 가장 중요하게는 여캐들 고유의 특장점을 매우 잘 설정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얼굴 작화를 다르게 한 수준이 아니라, 강조하는 신체 부위의 차이에서부터 시작하여, 그런 차이를 본격적인 씬으로 이끄는 방식, 캐릭터 하나하나의 성격에 이르기까지. 캐릭터를 규정하는 모든 요소들을 훌륭하게 조화시켜서, 사실상 제대로 된 이야기도 없는 19금 매체로서는 이보다 더 잘할 수가 없을 만큼 개성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학여우 히로인2 웃음


한편으로 이 웹툰을 '외설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독특한 전달 방식 때문입니다. 독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는 주체는 여자 주인공도, 극도로 도구화 시킨 남캐도 아닌 제3의 인물입니다. 짐작하기로는 그녀들과 같은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이자 굉장히 귀가 밝은 친구이지요. 마치 그녀들과의 관계를 직접 본 것처럼, 씬 중간중간에 자세한 묘사를 동원하여 소설처럼 이를 들려주는데, 이 방식이 마치 소설(외설)과도 같습니다. 그렇다고 앞서 언급했듯 작화가 구리거나 텍스트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아닙니다. 여느 19금 웹툰처럼 양질의 이미지를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농밀한 텍스트를 더해 작품의 개성과 재미를 더하고 있는 겁니다.
대학여우 히로인2 다리아픔
여러 모로 독특하고, 남성향 성인 웹툰의 본질도 놓치지 않는 매우 뛰어난 웹툰입니다. 특히 남성향 웹툰의 클리셰에 지겨워진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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