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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던 당신에게 - [스포] 회색방, 소녀

므르므즈 | 2016-09-05 13:17

 

 

회색 방, 소녀_봉봉_1.jpg

 

 

아이들은 자라기 마련이다. 누구 밑에서든, 어디서든, 아이들은 자란다. 황무지에서 가까스로 움튼 어린 선인장과 화단에서 탄성을 받으며 첫 눈을 뜬 새싹처럼. 선인장이 자라나며 가시를 세운들, 화초가 연약하지만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들 누가 씨앗을 탓할까. 선인장도 사랑 아래선 화초가 되는 법, 가시를 ‘세운다’고 표현한 이면에는 우리의 선입견이 있는지도 모른다.
 
당골마을 재개발 현장에서 어린 소녀의 시체가 발견된다. 유난히 상처가 많은 시체, 무관심한 부모의 모습에서 형사는 아동 학대를 의심한다. 그런 형사 앞에 아이를 죽인 범인을 알고 있다며 소년 민규가 나타난다.
만화는 민규가 소녀에 대해 증언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민규는 소녀가 가족에게 학대 받았고 자신이 소녀의 유일한 친구였다 증언한다. 경찰은 증언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지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사건은 점점 예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사회 문제를 소재로 선택했다면 작품은 단순히 피해자를 불쌍하게 묘사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주장에 근거가 있어야 논리가 성립하듯, 아동학대라는 문제가 어떤 결과를 야기하는지 냉정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학대로 망가진 아이의 이상행동은 대개 악의적인 행동이 불러온 결과 때문에도 동정 받기 쉽지 않다. 우리는 이미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은 연쇄살인마를 여럿 알고 있다. <회색방, 소녀>는 학대받은 아이가 어떻게 망가져 가는 지 뒤를 따르면서도, 학대의 결과로 탄생한 일그러진 인격을 결코 미화하지 않는다. 소녀의 비참한 삶을, 사건의 무게를 묘사하는 것으로 드러낼 뿐이다. 소녀와 민규의 관계를 통해 독자는 아동학대라는 이슈와 학대의 피해자가 실제로 할 법한 행동들을 보여주는데, 한 쪽의 입장에만 철저히 이입하지 않는 약간의 거리감이 작품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아동학대가 결국 이런 끔찍한 일을 만들어냈다.’ 와 ‘아동학대를 당했기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었다.’는 비슷해 보이지만 온도부터 다르다. <회색방, 소녀>는 이런 ‘끔찍한 일’로 아이를 내모는 역겨운 인간 군상을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면서도, 누가 소녀를 죽였는지 둘러싼 범죄 스릴러로써의 면모도 놓치지 않았다. 흠 잡을 데 없는 이 작품에 작은 투정을 해보자면, 너무 안타깝고 잔인하기에 보기 힘들었다는 것 정도일까. 찬사는 입 밖으로 낼수록 무게가 가벼워지니 아주 작게 박수를 치는 것으로 대신하자. 멋진 작품을 선사해 준 작가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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