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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당신 - 이런 영웅은 싫어

므르므즈 | 2016-09-08 10:08

 

 

이런 영웅은 싫어_삼촌_1.jpg

 

 

정의보다 사익 추구하기, 돈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캐릭터는 보통 주인공에 어울리는 캐릭터는 아니다. 히어로 캐릭터로는 본 기억이 없다. 전례없이 참신하다거나, 반대로 현 사회를 반영한 리얼함이라고도 할 순 있겠지만, 이런 토론은 캐릭터가 작품에 잘 녹아났을 때 시작할 수 있다. 겉핥기식으로 고찰하고 행동하는 현실성은 전혀 반갑지 않다. 그게 주인공일 경우엔 더욱 그렇다.

 

트럭도 가뿐히 들어 올리는 염력에 텔레파시에 순간이동 능력까지 갖춘 능력자 ‘나가’는 히어로 협회에 스카우트 제안을 받는다. 처음엔 세상을 구하는 일이 귀찮다며 거절하지만, 경력에 도움이 될 것이며 봉사시간도 빵빵하게 쳐준다는 말에 혹해 히어로를 시작한다. 하지만 강력한 능력을 가진 나가를 악당 단체가 노리기 시작하면서 나가의 순탄했던 생활은 점점 변해간다.

 

악당인 ‘나이프’와 히어로 협회 ‘스푼’은 이름을 따라가듯 밥상머리 싸움 스케일로 대립구도를 세운다. 분명 설정 상 나름 나라, 혹은 세계를 대표하는 두 조직이라 할 수 있음에도 그 싸움은 달팽이 촉수 위에서 벌이는 싸움처럼 미미하게 진행된다. 세계에서 가장 흉악한 악당 조직이 조직원 숫자가 두 자리 수도 안 되고, 그렇다고 부하들이 유능해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히어로 협회의 무능함만으로 밸런스를 맞추려 든다. 허구한 날 악당 좋은 일만 시켜주는 간부들 때문에 백모래가 탈출하는 건 한 두 번으로 족한 일이 아닐까. 세 번째 들어서면서 작품은 힘을 잃었고 독자는 지켜볼 의지를 잃었다.

 

<이런 영웅은 싫어(이하 이영싫)>는 사회 문제를 다룬다. 한 에피소드에선 외형이 못생긴 수인 종족이 나와 자신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는지 토로하면서 외모지상주의에 물든 현대사회를 비판하려 한다, 아니 하려고만 한다. 작품은 슬그머니 고찰을 멈추어 버린다. 이 내용이, 이 장면이 얼마나 무겁고 예민한 주제인지 알면서도 ‘이건 나쁜 게 아닐까’ 하는 질문만 던진 채 다시 우리에게 묻는 것이다. “나가 참 멋있지 않아요?”

 

물론 묵직한 내용은 독자를 지치게 한다. 하지만 넘치는 가벼움엔 바람이 들기 마련이다. 종족 차별과 살인마 악당을 품고서도 우리에게 외치는 것은 이 캐릭터가 예쁘다, 멋지다 뿐인 <이영싫>은, 가볍다. 그래서 멋들어지게 좋은 세계관이나 매력 넘치는 캐릭터 같은 장점을 손에 쥐고도 작품은 깊숙이 속으로 들어오지 않고, 피부를 간질이고 스쳐 지나가버린다. 아쉽다는 말이 적당한 표현일 것 같다. 할 수 있다는 무수한 가능성을 만방에 내비치면서 정작 그 결과를 내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 그러나 <이영싫>을 응원하는 이유 또한 아쉬움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 한 번쯤은 우리에게 진짜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감과 응원으로 매주 기대하는 팬이 된 것은 이것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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