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가 명확할수록 명확한 재미- 체크포인트 리뷰 (스포일러 주의)
체크포인트 리뷰
초능력자가 나오는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무엇일까. 초능력의 참신성? 주변 캐릭터의 성격? 숙적의 능력과의 상성? 개인적으로는 초능력자 주인공과, 주인공이 가진 능력의 한계가 명확할수록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주인공이 위기에 빠질 확률이 높고,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우니까. 사람들은 모두 크고 작은 위기를 겪는다. 오랫동안 준비한 시험의 답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 경우나, 새끼발가락을 문틀에 찧거나 하는 경우처럼 작은 위기. 자동차 브레이크가 고장 나거나 절벽에서 떨어져 죽기 일보직전이거나 하는 등 생사의 문제가 걸린 큰 위기까지.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든 직면한 위기를 이겨내려 애쓰며 살아간다. 그런데 종종 초능력자가 나오는 작품에서는 그 능력이 마치 개인에게 닥쳐오는 위기를 아무렇지 않게 해쳐나갈 수 있게 해주는 만능열쇠처럼 그려지곤 한다. 초능력물을 재미없게 만드는 것들 중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능력의 한계를 명확히 설정하고 주인공을 그 한계에 계속해서 직면하게 해 위기에 빠뜨리는 작품도 있다. 지속적으로 고난을 당하는 주인공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여타 초능력이 나오는 작품에 비해 긴장감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 재미가 없기 어려워진다. 물론 이런 상황이 반복되기만 하고, 이렇다 할 스토리상의 진전도 없는 경우도 있다. 독자들은 ‘어차피 이번에도 어떻게든 빠져나오겠지.’ 하며 김이 새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재미를 끄집어내기 좋은 설정과 소재이지만 그만큼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연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위에서 얘기한 ‘한계설정’ 방식으로 좋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송가/은소 작가의 <체크포인트> 다.
송가/은소 작가의 ‘체크포인트’ 는 2015년에 네이버 베스트 도전에서 시작했으며 정식연재는 2016년 4월부터 시작되었다. 베스트 도전에서 정식연재까지 연재한 화가 겨우 4화 밖에 되지 않는데, 아마 네이버에서 좋은 작품인 것을 금방 알아채고 정식 웹툰으로 승격 시킨 것 같다.
현재 이 웹툰은 18화까지 연재 되었으며, 지난주에 세 번째 에피소드를 끝내고 이번 주로 네 번째 에피소드를 시작하게 되었다. 주인공은 모든 에피소드에서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지하도박편에서는 주인공이 시간을 되돌릴 수 있지만 자신이 정한 ‘체크포인트’ 로만 돌아갈 수 있고, 그 외의 모든 물리적인 조건은 전부 평범한 사람과 같다는 기본적인 배경을 보여준다. 작가는 통로가 하나로 제한된 장소에 주인공을 가둬두고 계속해서 죽음을 직면하게 함으로서 주인공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주지시킨다.
▲연재 시작 첫 화에 죽음을 직면하는 주인공
첫 번째 에피소드의 목적은 아마 독자들에게 있어서 작품의 기본적인 소개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도 역시 작가는 주인공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카페대담 편은 이전보다 평화로운 에피소드인 동시에 주인공의 능력을 가장 세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에피소드이다. 주인공이 우연히 들른 커피숍에서 시나리오 작가인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 여자를 붙잡아 두려고 한 거짓말이 ‘체크포인트를 만들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초능력자’ 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자기소개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들은 여자는 이야기 속 주인공의 약점을 묻는다. 주인공은 너무 쉽게 자신의 약점을 말한다. ‘잠에 들면 모든 체크포인트가 초기화 된다’고. 곧 여자는 남자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가지 생각해내고 보여준다.
▲주인공과 함께 주인공을 죽이는 방법을 논하는 장면
그리곤 곧 죽일 방법과 반대로 떼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생각해 내다가 주인공이 전부 안 된다고 말하자 여자는 시나리오 속 주인공의 성격을 유추하는데, 이것은 곧 주인공의 성격. 카페대담 편은 주인공의 능력의 명확한 한계와 성격, 그리고 그의 삶이 어디에 초점이 맞춰줘 있는지 이전 에피소드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는 데에 목적이 있다. 때문에 첫 번째와 두 번째 에피소드는 프롤로그이자 캐릭터에 대한 설명 자체로 읽힌다. 본격적인 큰 줄기의 스토리는 세 번째 에피소드인 살인체스 편부터 시작된다. 주인공은 카지노의 주인에게 붙잡혀 꼼짝 못하고 죽거나 일 년간 그 밑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는데, 카지노주인은 주인공이 초능력자라는 사실을 알자 그가 일전에 만났던 예언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직 주인공과 똑같이 체크포인트를 만드는 능력자인지, 정말로 예언을 하는 능력자인지는 나오지 않았다) 주인공은 이후 간신히 카지노에서 탈출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카지노 주인이 말한 예언자를 만나게 된다.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했던 인물이 새로운 초능력 캐릭터로 <체크포인트>의 세계에 등장한 것이다.
▲주된 악역일지 아닐지 모르지만 어쨌든 흥미로운 다른 능력자의 등장
여기까지가 최신화(17화)까지의 내용이다.
재미있다. 어떤 웹툰을 볼까 하고 웹툰을 추천받기 위해 리뷰를 보는 사람에게 이 웹툰은 재미있고, 앞으로 더 재미있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지금부터 보기 시작하라고 말해 줄 수 있을 정도다. 내내 이어지는 밀도 높은 긴장감과 극적인 스토리 진행이 독자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이야기가 한참 더 진행된 뒤에 몰아서 정주행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한 번 보면 끊기가 힘드니 더 연재되기 전에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