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또 하나 등장한 종말 후 서울의 모습을 그린 작품 <신도림>
방사능으로 뒤덮인 지상. 우리가 알던 세상은 이미 끝났다. 지옥 같은 현실을 피하기 위해 인간들은 따스한 햇빛을 등지고 지하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도시를 건설했다. 마침 지하철 1,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 아래에 건설했기에 지하도시의 이름도 그대로 ‘신도림’이 되었다.
영화나 소설, 만화에 세기말과 지구멸망, 멸망 이후의 인간의 삶은 이제 흔한 소재가 되었다. 리메이크로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질주>, YLAB에서 제작한 윤인완, 김선희 작가의 <심연의 하늘>, 김숭늉 작가의 <유쾌한 왕따> 같은 작품들도 모두 최근에 쏟아져 나온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이며,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오세형 작가의 <신도림> 또한 궤를 같이 하는 작품이다.
작품은 지하도시 '신도림'으로 매일 아침 운행되는 피난 열차를 타기 위한 사람들의 몸부림으로 시작된다. 방사능을 피해서 매일 아침 단 500명만을 지하도시로 실어 나르는 열차가 운행하는데, 사람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뛰어간다. 밟고 밟히는 아수라장에서 마지막 500명을 실어 나르는 열차에 타지 못한 주인공은 “남은 사람들을 사살하라”는 열차 간부의 명령에 충실히 따른 자들 덕분에 다른 ‘낙오자’들과 함께 핏물 속에 버려진다.
불행 중 다행일까. 주인공은 열차는 못 탔지만 총알은 피해 살아남았다. 방사능 때문에 죽음의 땅이 된 세상… 그는 방독면을 벗어도 곧장 죽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살아남은 자신의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보통의 아포칼립스 물에서는 이들의 특별함이 버려진 세상의 단 하나의 희망이 되지만, <신도림>에서는 ‘성장판 닫히기 전의 청소년들은 방사능을 이겨내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초능력을 한 가지씩 가지게 된다’는 설정을 추가한다. 이른바 ‘키즈(Kiz)', '피도 안 마른 녀석들’로 불리는 살아남은 청소년들은 제각각 특별한 초능력을 가지는데 모든 것을 배트로 다 쳐내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 ‘천둥’. 시속 300km가 넘는 구속을 갖춘 친구 ‘점보’는 버려진 지상세계에서 현상금 사냥꾼으로 변신한다. 세상이 방사능으로 뒤덮이기 전 그들은 청소년 국가대표 야구팀의 배터리였다. 자주 쓰고 발달되어있던 능력이 피폭에 의해 초능력으로 거듭난 것이다. 서로를 믿고 던지고 치고 받았던 둘은 여전히 콤비지만, 잡는 건 아웃카운트가 아닌 범죄자로 바뀌었다.
청소년들이 주인공인 만큼, 학교 왕따 이야기부터 다양한 소재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놓는데, 모든 에피소드는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면서 작품을 이끌어가고 있다. 거기에 긴박감 넘치는 액션의 연출이 작화와 잘 어울리며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멸망 이후의 삶에 희망을 선사하는 작품이 될 것인지, 학원물에 초능력과 적당한 액션을 끼얹은 범작이 될 지는 아직은 두고 볼 일이지만, 지금까지의 전개만으로도 이거 하나 만은 장담할 수 있다. 정주행을 시작하면, 손쓸 틈도 없이 미리보기 결제를 하고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