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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시안 블러 - 그와 그녀의 이야기

namu | 2015-09-0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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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시안 블러를 처음 읽은 것도 벌써 2~3년 전 일이다. 이번 리뷰를 통해 다시 읽게 된 이 웹툰은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우리의 흑백논리로 선을 그어놓고 불량 청소년과 모범생이라 불리는 아이들을 좀 더 가까이서 관찰해보는 경험. 그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자신을 찾아나가는 과정과 여자와 남자 사이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남녀 사이의 우정, 불량 청소년과 모범생이라는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주는 웹툰 가우시안 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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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욱은 1등 자리를 놓친 적 없는 모범생. 커닝에 협조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옥상으로 불려가 구타를 당한다. 최율은 반에서 꼴등 자리를 맡고 있다. 다른 애들 내신 깔아주려고 한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한다. 하굣길 살갑게 다가서려는 율과 달리 동욱은 그저 세상이 다 원망스러울 뿐이다. 성적으로 나누어진 등수의 차이가 그녀를 하대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였을까 아니면 단순한 화풀이였을까. 동욱은 자꾸 율을 밀어낸다. 경멸의 대상이 또 다른 약자에게로 옮겨가는 감기 같은 현상. 인간은 어느 집단에 속해있더라도 이런 권력 구조를 취할 수밖에 없는 동물인가 보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동욱을 괴롭히는 장권수는 최율과 놀아보고 싶다며 동욱에게 최율을 친구 현식이의 자취방으로 불러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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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율은 평소 어딘가 좀 이상하다는 평. 공부랑은 아예 담을 쌓은 것 같고 친구도 없고 학교생활도 하는 둥 마는 둥. 원조교제를 한다는 소문이 있고, 여자애들은 모두 그녀를 싫어한다. 교과서를 찢어놓거나 사물함 물건을 훔쳐 간다던가 뒤로 불러내서 욕을 한다던가 (왕따 같은데.. 정작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의 태도에도 그녀는 전혀 아랑곳 않는듯하다. 최율을 불러내기 위해 그녀에게 접근한 동욱은 율과 얘기를 하며 그녀를 천천히 이해하게 되고 사실 반에서 1등 하는 자신과 최율의 처지가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그리고 자신과는 달리 적어도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 그녀의 대범함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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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동욱. 공부 잘하는 형과 비교를 당하기 일쑤. 형은 동욱을 거의 경멸하다 싶이 하고 같은 대학에 들어오더라도 동생이라고 얘기하지 말라고 한다. 집안에서도 기대와 멸시를 동시에 받는 동욱에게 기댈 곳이란 없어 보인다. 자신을 증명해서라도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동욱.. 그런 가정과 학교에서 정상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형과 같은 대학을 들어간다 하더라도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더 큰 비교일 터.. 동욱은 그저 최율을 권수에게 데려다주고 그들의 괴롭힘으로부터 자유로워짐으로써 얼마 남지 않은 수능에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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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율의 모습에 영향을 받아서 일까. 율을 데려다주던 날 동욱은 평소보다 조금 용기를 낸다. 후에 벌어질 일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을 수도, 죄책감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동욱은 장권수에게 칼까지 휘두르며 적극적으로 율이를 지켜낸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동욱은 집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네 일은 이제 네가 알아서 하라며 맞고 다니는 아들에게 관심도 없는 가족들.. 동욱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출을 한다. 율의 집으로...

 

‘학교라는 곳은 정말 비정상적이다 이런 원시적이고 폭력적인 권력구도가 당연시되다니..’

 

필자가 어릴 적 선생님과 어른들은 학교는 작은 사회다. 여기서 적응을 못하면 밖에 나가서도 잘 살수 없다는 말을 종종 해왔다. 그런데 웃긴 것은. 정작 필자는 학교가 제일 힘들었지 사회생활은 오히려 괜찮았다는 점이다. 사회생활의 가장 좋은 점은. 조율과 타협이 가능하고, 내가 싫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 안에서도 힘겹게 생존하려는 분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부당한 대우를 받아 가며 그 집단에 속해있을 필요는 없다. 급우 간의 폭력에도 손을 쓰지 않던 선생님들과 그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아이들 사이의 권력구조가 작은 사회라니.. 뭐 어른들의 인생의 축소판이다. 내지는 갑의 부당한 처우에도 순진한 어린 양처럼 따라가는 게 을이 갖춰야 할 미덕이다. 이런 걸 얘기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 아이는 아이다워야 된다고 했지만 동욱이의 생각처럼 폭력적인 권력구도 안에서 우리는 10대로서의 아이다움을 즐길 기회조차 빼앗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동욱과 율은 아마 인생 통틀어서 이렇게 잔인한 경험은 다시는 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속이 후련해지기도 한다.

 

가출, 남녀 혼숙, 학교폭력, 원조교제, 성폭행 미수... 단어만 보면 굉장히 선정적이지만 이 만화는 자극적인 것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이 아니라 그 둘의 성장 과정을 다루고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엔딩이 아쉬웠다는 평이 있다. 하지만 앞날을 알 수 없는 우리의 인생처럼 그들의 이야기도 그렇게 흘러갔을 뿐이다. 거칠어 보이는 설정과는 다르게 만화의 전체적인 색감과 분위기는 차분하다. 색안경을 끼지 않고 이 웹툰을 바라보면 두 고등학생의 아름다운 성장통 이야기처럼 보일 것이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면 이 웹툰은 답 없는 청소년 혹은 문제아들의 이야기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택은 독자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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