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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해도 괜찮아] #05 『파동』

툰가1호 | 2016-09-0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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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

장이 | 다음 만화속세상 | 예고편 제외 총 22화 | 전 화 총 1,000원


어떤 사람은 평생 동안 같은 화풍의 그림을 그리고, 같은 장르의 글을 쓰며, 같은 주법으로 기타를 친다. 꾸준함은 대가의 자질 중 하나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사람만큼 접하는 모든 것에 변화 혹은 변신을 기대하는 존재도 없으리라. 웹툰의 경우에는 어떨까? 『퍼펙트 게임』 『미확인 거주 물체』 등에서 한껏 사람들의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그려 많은 사랑을 받은 장이 작가는, 돌연 사람들이 절대로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라는 키워드를 정면으로 내세운 웹툰으로 돌아온 바 있다. 치밀한 짜임새와 날 선 칼날 같은 긴장감을 동시에 갖춘 작품. 스릴러물 『파동』에 관한 이야기이다.


『파동』의 도입부에서 유추할 수 있듯 모든 일은 계획대로 진행되며 그것은 운명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살인청부업자 조근희(조군)는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다. 6년 전 마지막으로 맡은 의뢰가 어떤 이유로 인하여 취소된 것. 그리고 우연히 그 의뢰를 실행할 기회가 다시 찾아온 것. 결국 의뢰대로 두 명을 살해하는 데 성공한 것까지, 적어도 조근희는 그 일련의 과정이 자신의 운명이며 살인은 의뢰인의 분노를 대신하여 자신이 내리는 벌, 즉 ‘해일’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살해할 대상 중 하나인 태기석 회장을 몇 달 동안이나 미행하여 일정을 꼼꼼하게 조사하는 치밀함과, 차 밑으로 떨어진 동전 하나를 용납하지 않는(정신병에 가까운) 결벽증까지 더해져 적어도 그가 마지막으로 맡은 의뢰는 결과만 놓고 본다면 성공한 셈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집에 두 구의 시신을 묻은 후 조용하게 사는 것뿐이나, 다른 운명들과의 접촉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태기석 회장을 살해하는 모습을 우연히 누군가가 보게 되었고, 그 순간부터 조근희의 운명 역시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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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군의 운명에 끼어든 변수, 평범한 강세로는 조군의 '일'을 목격하며 역시 운명의 궤도가 틀어진다



조근희의 운명에 다른 색의 실을 꼰 사람은 평범한 직장인 강세로. 변변치 않은 회사에 다니며 동거하고 있는 애인 화영과의 결혼 문제 등 흔한 고민거리를 안고 산다. 어느 날 거래처의 접대가 있어 술을 잔뜩 마신 채로 집에 가는 도중 조근희의 살인을 목격하게 된 세로. 다행히도 그 자리는 어찌어찌 벗어났지만 우유부단한 성격에 두려움까지 겹쳐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타인에게 털어놓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한 채로 지내게 된다. 그런데 ‘우연히도’ 화영이 다니는 교회에 가는 길에 문득, 살인을 목격한 장소가 그곳에서 멀지 않음을 기억해낸다. 호기심이야말로 운명이 쓰는 가장 교묘한 가면 중 하나이다. 흔히들 호기심에 이끌린 것을 우연이라고 믿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것조차 운명이 안배한 방향인 것이다. 결국 목격자를 일주일째 기다리다 다시 살인을 저지른 조근희와 대면하게 되고, 세로는 간단히 제압당한다. 운명이 계획임을 확신하고 기쁨에 찬 조근희의 표정은 단연 이 작품의 명장면 중 하나다.


한편 살해당한 태기석 회장은, 자신이 변을 당할 것을 예감하고 미리 유언을 남겨 이후의 일을 계획해 두었다. 그래서인지 아들(태사장)은 크게 동요하지도 않고 태기석의 경호를 맡은 경호업체의 사장(완상원)에게 아버지의 유언을 집행할 것을 의뢰한다. 기본적으로 세상이 조용히 흘러가길 원하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을 반드시 함께 묻기를 소망한 것. 이에 응한 완사장은 자신의 조직을 동원하여 살인범을 찾기 시작한다. 운이 따르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단언하는 완사장의 표정은 앞서 언급한 조근희의 표정과 묘한 대비를 이루면서도 동질감을 준다. 누구의 편인지는 모르나, 이 작품에서 운명의 존재 자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군상의 운명이 얽히고 꼬이는 와중에, 확고한 믿음과 용의주도함을 무기로 절대로 흐트러지지 않았던 조근희의 운명마저 흔들리기 시작한다. 단지 아주 약간의 뒤틀림, 그것의 반복으로 궤도가 크게 어긋나버린 뒤에야 그는 자신의 운명에 박힌 돌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처음부터 모순되었던 ‘계획된 운명’ 안에서의 판단일 뿐. 끝내 그는 알아채지 못하고,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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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해일' 일까


스릴러인 만큼 시종일관 가볍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예리한 긴장감이 계속되는 탓에, 작가가 끊임없이 던지는 운명에 관한 묵직한 메시지를 놓치기 쉽다. 더불어 그 모든 의미를 함축한 『파동』이라는 제목 역시, 여러 해석이 가능한데다가 해일처럼 급격하게 밀려오는 결말 탓에 정주행이 끝난 뒤에도 의미가 알쏭달쏭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한 주마다 볼 때는 오히려 느끼기 힘들었던, 숨이 막힐 듯한 빠른 흐름의 매력을 십분 느끼기에는 한 호흡으로 단숨에 읽어 내리는 것을 권한다. 이왕이면, 결제하게 된 것 조차도 계획된 운명이라고 여기면서 말이다.




< 출처 : 에이코믹스 https://acomics.webtoonguide.com/archives/17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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