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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해도 괜찮아] #07 『커피와 하루』3부작

툰가1호 | 2016-09-06 10:28



커피와 하루 07



『커피와 하루』& 『커피와 하루‘ternate’』& 『커피와 하루‘the start’』

 

한상훈, 다음 만화속세상 연재, 예고편 제외 12화, 10화, 20화 / 작품당 500원, 총 1500원

 




re_커피와 하루 02





특별하고 새로운 무언가가 개인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아니라 조직, 더 나아가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도입자들의 열정과 구성원들의 응원이 필요한데, 커피가 그 좋은 예다. 더 나은 맛과 향을 위해 애정 하나로 불철주야 원두를 볶고 갈아서 커피를 내리고 또 내리던 많은 바리스타와 마니아들의 노력 덕분에 어느새 우리는 가장 친숙한 마실 것으로 커피를 꼽기에 주저하지 않으며, 카페를 약속 장소로 정하는 것 역시 흔한 일이 되었다.

오늘 소개할 『커피와 하루』 3부작 역시 커피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출발하는 작품이다. 손님도 별로 없고 그나마 단골들로 인해 근근이 버텨가는 카페 ‘커피와 하루’. 착하고 순하며 정까지 많은, 커피라면 사족을 못 쓰는 카페의 주인 ‘카파 아저씨’ 와 그를 보조하는 아르바이트생 하루(이하루)가 카페를 지키는 주인공이다. 1부 ‘커피와 하루’에서는 커피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거나 혹 없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커피 용어들을 소재로, 이들의 일상을 각 화마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냈다. 여러 원두를 블렌딩 하여 새로운 맛을 내듯 사람과 사람의 관계 역시 그러함을 이야기하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하면, 철야근무에 밀려오는 잠을 쫓기 위해 에스프레소 더블 샷을 마시는 간호사들의 애환을 다루기도 한다. 언뜻 소소해 보이나 살아가면서 반드시 거창한 것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 지루한 일상은 커피 한 잔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_커피와 하루 04
2부 격인 'ternate' 편에서는 카페라는 영역의 확장, 새로운 식구 등장으로 주인공 하루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2부 ‘ternate’로 이어진다. 에피소드 형식을 따른 1부와 전개는 비슷하지만, 카파 아저씨가 매주 여는 커피교실이 2부의 한 축을 담당한다. 원두에 대한 고찰부터 로스팅과 블렌딩, 핸드 드립 등의 실제 커피교실에서 다룰 만한 내용들을 매 회 가볍게 보여주는데, 취미로서 커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눈길이 갈 만 하다. 동시에 다른 축으로, ‘커피와 하루’에 새로 합류한 바리스타 숙희(한숙희)와 하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숙희는 사고로 말을 하지 못하고 듣지도 못해서 수화나 필담으로 소통해야 하지만, 커피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고 실력 또한 뛰어나다. 하루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휴학 중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처지이기에 커피를 대하는 모습이 숙희와는 달랐지만, 늘 커피 향에 행복해하는 숙희의 모습을 보며 초심을 떠올리고, 자신의 본심 역시 깨닫게 된다. 카파 아저씨는 매 주마다 커피교실을 마무리하며 커피만큼이나 커피를 접하는 ‘사람’, 그리고 커피를 향한 관심과 애정을 강조하는 이상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이것은 카페에서 한 잔의 커피를 내놓기까지의 과정과, 하루가 숙희에게 공감하며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과정이 묘하게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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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 카페 주인, 카파 아저씨. 커피교실을 열어버린다!




따뜻한 세 커피인의 일상은 3부 ‘the start’에서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카파 아저씨는 이상과 낭만을 쫓아 카페를 열었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정석의 커피만 고집하는데다가 근처에 프랜차이즈 카페가 늘어나는 탓에 점점 손님은 줄어만 가고 급기야 월세까지 밀려 건물주에게 압박을 받는 시점에서 작품이 시작된다. 현실은 언제나 따뜻한 사람들에게 더 잔혹하고, 예외는 없었다.

카파 아저씨의 전 부인인 인희와 친구인 종헌이 등장하며 이야기는 반전을 맞는다. 원래 인희와 종헌은 카파 아저씨와 커피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의 동기로, 각기 목표는 조금씩 달랐지만 지향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대하는 자세가 달랐을 뿐.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 커피를 만드는 사람에, 커피를 나누는 장소에 중점을 둔 각자의 꿈은 마치 커피를 사람처럼 여기고 생각하는, 2부에서 던진 메시지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인희의 카페 살리기 계획이 시작된다. 아침 매상을 올리기 위해 이른 시간에 카페를 오픈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메뉴를 최소화하고 대신 맛을 다양화하는 맞춤형 커피의 도입, 여성 손님들을 위한 라떼아트까지, 유능한 인희는 아이디어를 내고 밀어붙이며 덕분에 매상이 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카파 아저씨의 눈에는 어쩐지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긴 시간 낭만을 찾아오던 사람이 현실과 마주함으로써 느끼게 되는 그 공허함은, 비단 서비스업만이 아니라 예술과 기술을 비롯한 어느 분야에서도 다르지 않기에 독자들에게 더욱 뚜렷하게 느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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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커피, 다른 생각




커피색으로 칠해진 이 작품의 결말을 확인한 독자들은, 아마도 현실과 낭만이 적절하게 블렌드되어 부드러운 향을 내는 커피를 한 잔 마신 기분일 것이다. 작가는 40여 편의 이야기를 진행하며 역시 꿈과 낭만은 커피향기처럼 매력적인 것이지만, 사정이 있더라도 돌아가되 꿈 자체를 멀리하지는 말기를 당부한다. 후기에서 밝혔듯이 한상훈 작가는 데뷔 전에 바리스타로 일한 경험이 있으며, 이 작품의 배경인 ‘커피와 하루’역시 자신이 일하던 카페를 모델로 그렸다고 밝혔다. 지금은 그 카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문득 궁금해진다. 커피와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찼을 그 카페 말이다.




< 출처: 에이코믹스 http://acomics.webtoonguide.com/archives/208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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