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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최전 종료 기념 리뷰 - 그들에게 사면초가

므르므즈 | 2016-09-12 09:39

[웹툰 리뷰]그들에게 사면초가 - 소이


멀쩡한 작품이란 말을 지양하는 게 옳을까? 멀쩡하지 않은 작품의 기준도 모호하고 듣는 이가 불쾌할 수 있으므로 따지자면 지양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당신이 좋아하는 어떤 작품을 극화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멀쩡하지 않다고 폄하한다면 얼마나 불쾌하겠는가. 취향 존중은 여러모로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몸 따로 마음 따로 움직이는 게 사람인 법이라 나 역시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 특히 취향이 아닌 개그물은 정말 이상하게 여기게 된다. 유머 포인트라도 이해가면 모를까 어디서 웃어야 될지도 감이 잡히지 않아 정말로 이상한 작품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올해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에도 이런 작품이 있었다. 바로 2위를 차지한 <그들에게 사면초가>이다.


1위도 아니고 왜 2위를 리뷰하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냥 인상에 강하게 남은 작품이어서, 말고는 대답할 말이 없다. 세상엔 우리가 알 수 없는 영역에서 결정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고 이해해 주시길.


영화 <수면의 과학> 소개 글에 이런 말이 나온다. ‘농담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명하는 순간 농담이 아니게 되니까.’ 그렇다. 농담은 설명해선 안 된다. 개그 씬 옆에 작게 지금 이 상황이 웃긴 거라고 표시해줘선 안 된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바나나 껍질을 밟고 우스꽝스러운 몸개그를 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이 상황이 재밌다고 가정하자. 그럼 우리는 그 옆에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짐’이라고 써선 안 된다.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굳이 설명하는 건 얼마나 친절한 노파심인가. 아마추어부터 프로에 이르기까지 자기 개그를 독자가 못 알아볼까봐 설명을 붙여놓곤 한다. 이런 상황이야! 웃기지! ‘wasd’가 기본 방향키라는 걸 알려주는 과정은 필요한 것이지만, 이동이란 이 캐릭터가 발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라고 내게 알려줄 필요는 없다. <그들에게 사면초가>는 개그설명을 남발한다. 연출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됨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성을 연애 관계에 의존하면 작품은 단순해진다. 단독으로 컷에 나섰을 때 할 수 있는 말이 사랑스러운 낭군님/마누라뿐이라면 얼마나 빈곤한 캐릭터인가. 이 작품은 등장인물 캐릭터를 어리고 주인공을 좋아하는 남자, 무뚝뚝하고 주인공을 좋아하는 남자, 잘생기고 주인공을 좋아하는 남자 등으로 나누어 놓았다. 캐릭터 외형을 빼자면 근본적인 캐릭터성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이런 캐릭터로 뽑아낼 수 있는 전개는 한계가 있다. 주인공에게 남자들이 꽃다발을 전해준다면? 주인공에게 남자들이 대시를 한다면? 저 캐릭터들을 혈액형 미신에 따라 A ,B ,O ,AB 형 남자로 바꿔놓고 이야기를 전개해도 전개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누가 무뚝뚝한 캐릭터고 누가 어린 소년인지만 정하면 된다. 


연애물의 매력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 다수의 미남 미녀가 어떤 당위성 없이 주인공에게 빠져드는 건 행복한 설정일 순 있지만, 길게 나갈 이야기는 아니다. <그들에게 사면초가>의 지난 에피소드들은 결국 남자들이 여자 주인공에게 맹목적으로 대시하는 것에서 멈춰 섰다. 이 이야기가 짤막한 대리 만족에서 끝날지 나름대로 드라마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어쩌면 이후 전개에서 여자 주인공의 매력과 남자 주인공들의 동기가 드러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기도하건데 얼굴이 예뻐서, 4명이 전부 첫눈에 반해서 같은 편리한 핑계를 동기로 내세우지 말기를. 대리만족 만화라는 타이틀을 내세우진 말기를. 텍스트로 개그에 부가설명 넣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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