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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의 미학 - 오민혁 단편선

므르므즈 | 2016-10-03 15:48


[웹툰 리뷰]오민혁 단편선 - 오민혁

 


시기가 시기인 만큼 참신한 내용을 쓰는 작가를 찾기란 힘들다. 작가들의 창의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게 아니다. 유사이래부터 지금까지 축적된 콘텐츠의 양이 너무나도 방대해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틈을 뚫고 매년 새로운 이야기들이 탄생하기에, 당신이 떠올린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가 먼저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해가 갈수록 낮아진다. 이제 소재의 참신성만으로 작가의 역량을 따지는 건 너무한 시대가 왔다. 연출과 표현에 따라서 같은 이야기라도 재미가 달라지는 법이니까. 이제 우리의 평가 지점은 연출이 되었다.



  오민혁 작가의 첫 작품 ‘화점’을 이야기해보자. 화점의 내용은 사실 우리가 한 번 쯤 들어봤던 이야기다. 천재인 제자가 스승과 뜻이 달라 그와 다른 길을 걷지만 마지막엔 결국 스승을 이해하게 된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더라도 전체적인 내용이 비슷한 이야기는 많다. ‘달리와 살바도르’도 생각해보자. 사실은 xx가 로봇이었다. SF에서 자주 나오는 소재다. 흔하다 못해 진부하다. 그러니 이 작품은 진부한 작품에 불과하다, 고 말할 수 있을까?


  소재의 진부함이 곧 만화의 진부함을 불러오진 않는다. 양복을 입고 잘생겼으며 어떤 대상을 위해 수많은 악당을 상대로 무쌍을 펼쳐야 하는 전직 요원이란 키워드로 분류할 수 있는 영화만 해도 <아저씨> <테이큰> <맨 온 파이어> <존 윅> 등등 셀 수가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모든 영화에 대해 단순히 소재 탓에 진부하다, 지루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지루함과 진부함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결정된다. xx가 로봇이라는 사실이 작품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xx가 로봇임을 알게 되는 과정은 어떠한가? 우리가 한 대상을 지루하다고 느끼는 과정은 이 모든 것을 훑어본 뒤에 내리는 평가다. 당신이 보았던 어떤 작품들과 비슷할수록 당신에게 이 작품은 진부해진다.


  단편일수록 그렇다. 짧을수록 이야기가 얽매이는 특정한 틀이 생긴다. 작품을 많이 접할수록 이 틀은 점점 더 그 형식을 갖춰나간다. 이제 평가의 영역은 이 틀을 사용했는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사용하였느냐를 따져야 한다.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한 이야기들도 있기에 그렇다. 조금 난해해 보여도 오민혁 단편선의 작품들은 자기 색이 확실하다. 그림체가 독특하며 작품과 잘 어울린다. 작가는 컷을 활용할 줄 안다. 대사를 활용할 줄 안다. '대사를 간결하게 쓰라.' 는 교본의 서두를 아직 기억하고 있는 작가 중 하나다. 소재의 평이함, 진부함에 실망하는 대신 소재를 ‘어떻게’ 잘 살려낸 작가라는 칭찬을 더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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