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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지 않으면 의미는 없다 - [스포] 고고고

므르므즈 | 2016-09-26 16:39


[웹툰 리뷰]고고고 - 정은경 하일권




  한국 문화유산을 소재로 보물찾기 시리즈 비스무리한 모험을 떠나는 <고고고>는 시작부터 배경 설정이 암울하기만 하다. 어찌나 암울한 지 소재만 다큐로 찍는다면 올해 청룡영화상 각본 부문도 노릴 만하다. 치매 걸린 할아버지에 게임 중독자 아버지를 모시고 당차게 살아가는 어린 주인공이라니 눈물이 날 것만 같다. 게다가 이 치매 걸린 할아버지 때문에 보물도 찾아야 한다. 세상에. 이쯤에서 떠나는 주인공 일행의 모습을 페이드 아웃하고 나레이션을 넣어주면 훌륭한 오프닝 연출이다.


- 그렇게 어린 철수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떠났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저연령층의 취향을 맞춘 듯 가볍게 흘러간다. 최근 문화 트렌드를 반영한 퍼즐이 나오기도 하고 화장실 개그도 곧 잘 써먹는다. 하지만 이 작품이 아쉬운 건 이런 것 때문은 아니다. 저연령대를 노린 작품이 대상 취향을 맞춘다고 해서 불만을 가질 수야 없는 노릇이니까. 작품은 성장물을 지향하면서도 캐릭터들이 성장하지 않는다.

  치매 걸린 할아버지야 치매는 병이니 운 좋게 클라이맥스에서 각성했다고 치자. 정신적 성숙은커녕 퇴화가 이뤄지지 않길 바라야 되는 시기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 중독자인 아버지는 결말부에 나름대로 정신적인 성숙을 이뤄냈다. 게임보다 아들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고 난 뒤 아버지는 결말에 이르러서 돈을 흥청망청 다 써버리고 다시 아들에게 의지한다. 작품이 수십 화를 진행해나가며 얻어낸 고귀한 가치를 한순간의 재미없는 개그를 위해 집어던져버렸다. 아들 캐릭터가 머리가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작품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의존적으로 만든 이 전개에 대해 할 말은 하나 뿐 일 것이다. 워우.

  이 작품의 성장을 ‘성장’으로 봐야할 지도 되물어야 한다. 주인공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 주인공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장면이 성장인가? 할아버지는 치매가 있고, 아버지는 게임 중독자이며 둘 다 어떤 성장도 이뤄내지 못한 상황에서 주인공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효의 가치가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모든 현실적인 문제를 희화화 시켜서까지 강조할 필요는 전혀 없다. 성장의 과정을 중요하게 다뤘다면 그 결과도 소중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저연령층을 타겟으로 한 작품을 만들었을 때 어른이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중요한 것을 무시하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한 교훈을 쓰기 위해선 어른도 납득할만큼 합리적인 전개를 통해 선보여야 한다. 그래야 교훈이 제대로 전해진다. 아무것도 아닌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어떤 구체적 묘사 없이 성장했다 말하고, 가정을 엎어도 모자란 주인공이 가족이 제일 소중하다고 깨닫는 전개를 합리적이라 말할 순 없다. 그리고 이 모든 전개를 단 몇 컷의 개그를 위해 희생하는 것 역시 효율적이라 말할 수 없다.


  동화들은 명징한 메시지와 교훈을 위해 생략과 논리의 비약, 상식의 경원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기도 한다. <제랄다와 거인>이라는 작품을 보면 사람을 잡아먹은 전적이 있는 식인 거인이 어떤 죗값도 받지 않은 채 제랄다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잘 사는 전개가 나온다. <무지개 물고기>에선 무지개 물고기가 자신에게 비늘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단으로 따돌리는 내용이 나온다. 아이들이 보는 걸 대충 만들어선 안된다. 아이들이 보는 것일수록 더 세심해야 한다. <고고고>가 세심했던 건 아이들을 위한 개그였다. 내용 전개와 캐릭터 설정에 한해 <고고고>는 섬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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