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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엔 좀 애매한 - 203호 저승사자

므르므즈 | 2016-10-07 05:08


[웹툰 리뷰]203호 저승사자 - 샤니


    좋은 만화일수록 스토리와 연출이 확실하게 짜여있다. 어떤 장르든, 개그만화이든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는 말일 거다. 스토리도 연출도 좋지 않은데 잘 만든 만화는 없다. 그런데 이게 없다고 반드시 못 만든 개그 만화라는 말은 아니다. 무슨 말이냐고?

내가 사는 동네엔 육개장이 참 맛없는 집이 있는데 가끔씩 그곳으로 육개장을 먹으러 간다. 물론 먹고 나면 매번 후회하지만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면 그 맛이 그리워진다. 이건 절대적인 맛과는 상관없는 이유에 기인한다. ‘취향 존중’하시죠! 


  개그 만화에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개그만큼 표현력이 중요한 장르가 또 있으랴. 당신이 그린 놀라는 표정 하나에 사람들의 표정이 바뀐다. 인중과 눈밑 주름을 강조하여 그리는 얼굴 개그만으로도 사람들은 웃는다. 얼굴 개그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작화는 중요하다. 그림을 잘 그리면 잘 그릴수록 써먹을 수 있는 연출이 늘어난다. 기술 숙련에 따른 해금 방식이라고 치자. 예컨대 "그림 랭크 3단계를 찍으셨군요! 이제 부터 3점 투시를 사용할 수 있답니다."


  <서북의 저승사자>, 아 실수. <203호 저승사자>는 이런 작화와 연출에서 매우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 등장인물들의 시선은 항상 45도를 바라보는 웃는 모습이고, 몸체는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상당히 예스러운 표현 방식인데 등장하는 주된 소재가 저승사자라는 걸 생각해보면 끝내주는 노림수가 아닌가 싶으면서도, 작화만 그렇지 표현이 올드하지 않은 것으로 어림짐작해보자면 그건 아닌가 싶다.

이런 작화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없다. 작품은 이 스타일을 통해 어떤 이득도 얻지 못한다. 오히려 배경의 제약, 행동의 제약, 캐릭터 얼굴 표현의 제약이라는 삼중고를 끌어안고 개그를 진행한다. 작품의 주된 개그가 만담인 이유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얼굴 표현 개그도, 배경을 이용한 개그도 힘들기 때문에 오로지 이상한 소리를 하는 저승사자와 딴죽을 거는 일반인의 구도만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런 만담 개그는 작가의 아이디어도 빠르게 소모할 뿐더러 작품의 구도 자체도 단조로워 보이게 만든다.


  작품은 다시 말하지만 딴죽을 거는 일반인과 이상한 소리를 하는 저승사자만으로 개그를 진행한다. 개그엔 강약 조절이 없다. 매 마디를 똑같은 만담 개그로 사용하기 때문에 서사도 없다. 쉴 새 없이 폭발하는 웃음 폭탄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지만 작품의 개그가 힘을 잃을 때, 이 진행은 아무것도 아닌 수다로 시작해서 수다로 끝나게 된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작품은 도태된다. 작품의 인기가 쉽게 사그라든 이유는 작품의 매력 포인트를 담당할 캐릭터의 부재도 있겠지만, 이런 강약을 모르는 개그 감각의 역할이 클 것이다. 

  캐릭터 이야기가 나왔다. 이 작품의 캐릭터들을 구체적으로 특성에 따라 정의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왜냐면 오로지 말도 안 되는 상황극 개그를 위해서만 간간히 등장하고 퇴장하기 때문이다. 개그콘서트의 단편 코너도 이보다 더 세세한 캐릭터 설정과 개연성을 승부한다. 그러니 생각해보자. 단편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에게 어떤 매력을 느낄 수 있는지. 헛소리하는 캐릭터가 정말 헛소리 말곤 아무것도 안한다면 그 캐릭터가 매력 있다는 말도 헛소리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캐릭터의 매력도, 끝내주는 개그 감각도, 멋진 작화도 보여주지 못한 채 이렇게 간다면 누구도 성장하지 못한 채 취향에 맞는 한바탕 웃음으로 스러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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