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히어로의 등장 - 언더클래스 히어로
하도 인성이 개차반이라 성격 좀 고쳐보라며 봉사활동 내보낸 주인공이 어느 사이엔가 영웅이 되었다. 이야기는 이렇다. 끝내주는 캐릭터와 아름다운 작화, 화려한 액션 신 속에서 지쳐보실 준비가 된 당신을 위한 그런 이야기다. 아직 이 영웅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 <언더클래스 히어로>니까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어떤 작품이든 지나치게 무거운 갈등 전개에 속앓이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냥 속 시원하게 지르면 안 되냐고 외치고 싶은 적,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된 작품이다. 작품 내 모든 갈등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된다. 시원하게 한바탕 싸우고 이어지는 웃음과 화해. 소년 만화에서 많이 보던 전개 아닌가. 히어로를 자칭하는 작품인 만큼, <언더클래스 히어로>는 왕도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왕도적인 전개가 과한 게 아닌가 싶다. 작품의 모든 갈등이 대화로 해결되다 보니 다음 전개에 대한 긴장감이 생기질 않는다. 생과 사를 가를 듯했던 갈등도 대화로 해결되고, 오해로 인해 죽일 듯 싸웠던 사람들도 대화로 가볍게 넘어가고, 방금 전까지 살려두지 않을 것처럼 굴었던 사람도 대화 몇 마디하고 사라진다. 매 순간 긴장의 고삐를 조여야 하는 법이거늘 마차에 내비게이션이며 인공지능 마부며 코스 안내판 까지 달아준 격이라 여행은 길고 지루하기만 하다.
이 모든 지루한 순간에 질 좋은 작화와 끝내주는 액션신이 함께하지만 긴장감 없는 액션은 명랑 만화의 그것이나 다를 게 없다. 기껏 만들어낸 잘 짜인 합도, 캐릭터들의 화려한 능력 표현도 긴장감 없는 분위기에선 그냥 이런 말로 끝나는 것이다. 어차피 안 죽을텐데 뭐. 수없이 반복된 대화와 타협은 독자에게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참으로 아쉬운 점이다.
물론 이 작품이 마냥 긴장감 없고 재미없는 작품은 아니다. 멋진 배경과 매력적인 세계관은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고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스토리 라인이 그 뒤를 받쳐준다. 여기에 쫄깃한 긴장감이 고개를 들었다면 작품은 분명 정상을 보았을 텐데, 그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캐릭터들의 개성 표현이나 세계관 표현이 훌륭했지만 떨어지는 긴장감이 아쉬웠다. 하지만 작품은 아직 초반 중에도 초반이다. 이제 막 제 1부를 끝낸 참인 작품에겐 여러가질 기대해 볼 수 있다. 가령 사악한 악당의 등장이나, 카타르시스가 폭발하는 액션 같은 것들 말이다. 다음엔 분명히 그럴 것이다. 많은 것을 보여준 작품은 후속작에도 많은 것을 보여주는 법이다. 다다익선이랬던가. 뭐든 많을수록 좋으니 기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