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이 무기인 당신 - 조의 영역
<마음의 소리>로 네이버 웹툰에 입성한 지 10년. 그간 휴재 한 번 지각 한 번 한 적 없는 작가기에 그의 성실함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열심히 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수고해주세요." 공로상을 받은 원로 연예인 같은 기분도 든다. 뭔가 말을 한마디 하려니 이런 생각이 먼저 앞서는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했는데 좀 그렇지?" 이런 현상은 그리 달갑지 않다. 창작자에 대한 칭찬을 할 때 경력이 먼저 앞세워 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마음의 소리> 재밌단 말이야.' 가 아니라 '10년 간 휴재 한 번 없던 작가'가 먼저 나오는 칭찬이라니. 그러니 정정하여 칭찬해보자. 10년 동안 당신은 큰 웃음을 주셨군요!
<마음의 소리>야 일정 분기마다 개그 방식을 바꿨던 작품이니 작가의 역량에 대해 할 말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다른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조의 영역> 말이다. <문유>는 아직 논외다. <조의 영역>은 조석이 처음으로 시도한 SF 스릴러이자 호러물이다. 인간이 물 부족으로 인해 물을 사용할 수 없다는 프롤로그로 호기심을 끌고 거대한 생선들의 모습으로 압도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여기서 압도적인 공포는 개인의 취향 차니 굳이 수치화해서 표현하지 않겠다. 남의 아들을 잘생겼다고 칭찬하는 이유가 아들이 아그리파 같은 ‘조각 같은’ 미남자인 것만은 아니듯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조석 작가의 한계를 보여준 작품이기도 했다. 물 부족이란 설정은 프롤로그 이외에 전혀 쓰이지 않음에도 독자들의 머리에 궁금증을 하나 남겨놓았다. "물고기가 있다고 물을 못 마시나?" 그렇다. 물고기가 있다고 물을 못 마시는 건 아니다. 물고기가 너무 강력해서 물을 못 쓴다면 첫 장면에서 보급하는 물은 어디서 가져온 것인가? 작가는 이런 의아함에 찔렸던지, 계획적인 피드백인지 바로 다음 장면에서 이 의문점을 해결할 나레이션을 던진다. 물고기를 죽이면 시체가 썩고 시체가 썩으면 물이 오염되기 때문이지요!
그렇군요. 시체가 썩으면 물이 오염되니 당연히 사람을 물을 구할 수 없지요. 그렇다. 변명은 때론 안하는 게 좋을 때가 있다. 아니 비판 받을 설정은 설명하지 않는 게 더 좋을 때가 있다. 당신이 만일 작품 내에 주인공은 사실 젖꼭지가 3개 있으며 이 젖꼭지 3개에선 각기 다른 색깔의 빔이 나온다는 설정을 넣고 싶다고 치자. 그래서 시작 장면에 이 빔으로 잡몹들을 처리하는 장면을 넣었다. 주인공이 윗도리를 까거나 이 빔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면이 앞으로 단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면, 굳이 그런 설정을 넣을 필요가 없다. 생각해보자. 그 설정을 넣는 순간 주인공이 싸우는 중요한 순간마다 사람들은 젖꼭지를 신경 쓰게 된다.
시작 부분의 나레이션은 이 젖꼭지 역할을 했다. 앞으로 진행 상황에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고 쓸데없는 해명으로 지면을 낭비했으며 반발심을 가져왔다. 누구에게 들으라는 듯 장광설을 늘어 놓는 건 최악의 방식이다. 작품의 의문점은 작품 속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에선 DNA로 힘을 전해줄 수 있는 '원포올' 능력자가 있다. 이 능력을 계승받은 주인공은 어느 날 피를 핥아서 상대를 마비시키는 능력자에게 당한다. 이 일에 대해 주인공은 혹시 이걸로 그 악당에게 DNA가 계승되는 게 아닌가 걱정하지만, 계승자는 전해주고 싶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답한다. 설명은 이런 식으로 이어져야 한다.
<문유>에서도 이런 나레이션 연출법은 이어졌다. 어떤 반전을 노렸든 나레이션만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특히 구구절절한 사연을 설명하는 나레이션은 좋은 방식이 아니다. 뭐, 새로운 시도라고 해두자. 하지만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