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큐브] 솔로몬의 키(2015)
* 솔로몬의 키 (2015) *
http://www.bookcube.com/webtoon/detail.asp?webtoon_num=150007
2015년에 코믹 큐브에서 나루터기 작가가 글, 산 작가가 그림을 맡아서 연재를 시작해 2015년 10월을 기준으로 16화까지 올라온 현대 판타지 액션 만화.
내용은 3000년 전 이스라엘의 왕 솔로몬이 작은 열쇠를 사용해 사역한 악마들이 솔로몬 사후 열쇠가 소실되면서 세계 각지에 흩어지게 됐는데, 그로부터 3000년 후인 2015년에 사람들이 악마와 계약해 초능력을 얻어서 열쇠를 찾아 싸우는 이야기다.
본래 솔로몬의 작은 열쇠는 레메게톤이라고 해서 솔로몬이 직접 저술했다는 전설은 있지만 저자 불명의 마법서로 전재혀 내려오면서 현재는 레메게톤의 1부 게티아가 20세기 최후의 마법사를 자처하는 알레이스터 크로울 리가 편찬한 판본으로 전해진다.
레메게톤에는 72기둥의 마신이 기록되어 있는데 솔로몬 왕이 열쇠의 힘으로 악마를 사역하면서 갖가지 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본작에서는 72기둥의 마신은 작중 네임드급 악마로 나오고 그 이외에 다른 중급, 하급 악마들도 나온다.
악마가 인간 몸에 빙의하거나 혹은 스탠드처럼 붙어 다니면서 제물을 받고 힘을 빌려 주기도 한다.
악마 이외에 신내림을 받아서 이능력을 사용하는 능력자도 있고, 선녀, 도사, 도술도 나오며 악마와 대적하는 천사까지 나오는 등등 갖가지 설정이 뒤섞여 있다.
카르마를 없애기 위해 악마 사냥을 하고, 이능력을 강화시킬 때마다 카르마를 쌓는다는 게임 같은 개념도 나온다.
악마가 나오긴 하지만 오컬트 색체는 옅은 편이고, 현대 판타지 느낌이 강하다.
악마에게 빙의를 당하거나, 제물을 바쳐 힘을 빌리는 것도 술사 본인의 신체에 강화 파츠를 장착해 싸우며 스킬을 사용할 때 기술명을 일일이 외치는 걸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그렇다.
작중에 나오는 악마 디자인도 사실 중세 악마화를 기초로 어레인지 한 게 아니라 일반 판타지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로 각색했다. 레라지에 같은 일부 악마는 아예 TS화되기도 했다.
스토리는 좀 애매한 편이다.
본편 스토리는 현재 72기둥의 악마 중 일부와 계약을 맺어 나머지 72기둥의 악마를 사냥하려는 주안과 선녀인 홍수아/신내림을 받아 이능력을 갖게 된 구강조 파티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캐릭터들 사이에 접점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주안은 상급 악마 사냥을 목표로 삼고, 홍수아/구강조는 하급 악마 사냥을 하면서 스토리를 진행하는데.. 이들이 어째서 악마를 사냥하게 됐고, 어떻게 힘을 얻었고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 그게 전혀 안 나왔다.
그냥 사연 있는 캐릭터란 언급만 잠깐 나올 뿐. 악마와 싸우는 것만 계속 나온다. 사건의 ‘발단’을 빼고 ‘전개’부터 시작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건의 발단이 빠졌기 때문에 작중 인물이 하는 말은 전부 다 이해할 수 없다. 말의 내용이 어려운 건 아닌데 사전 정보 없이 캐릭터 썰을 풀어내는 거라 그렇다.
근데 사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스토리의 중심인물이 없다는 거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주인공의 부재다.
줄거리랑 비중, 설정만 보면 주안이 주인공에 가까운데 스토리가 주안을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초반 내용만 해도 홍수아/구강조 콤비가 주인공인 퇴마물처럼 진행된다.
주안과 홍수아/구강조가 투 탑 주인공 체재로 나가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다가 하나로 통합된다고 가정해 봐도, 결국 주인공은 누구냐는 의문이 생긴다.
이건 꽤 중요한 부분이다.
주안은 악마와 계약해 동료로 삼아 같은 악마 술사끼리 싸우고, 홍수아/구강조는 도술을 사용해 악마를 퇴치하니 각자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소설로 치면 진 여신전생과 퇴마록의 간극이 있는 거다. (진 여신전생은 악마를 동료로 삼아 악마를 소환해서 싸우고, 퇴마록은 악마를 퇴치한다)
작화는 평범하다. 액션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박력은 좀 부족한 편이다. 웹툰 특유의 스크롤 기능을 활용한 씬도 거의 없다.
풀 컬러인 본편 작화보다 본편 끝에 나오는 흑백 스케치 그림이 더 낫다. 디테일의 차이가 있다.
결론은 평작. 솔로몬의 작은 열쇠 레메게톤을 악마의 힘을 빌려 싸우는 이능력배틀물로 각색한 건 대중적으로 어필할 만한 소재 선정이지만, 사건의 발단이 빠진 스토리와 극의 중심이 되어야 할 주인공의 부재. 그리고 악마 술사의 대결을 그린 건지, 아니면 퇴마물을 그린 건지 애매한 구석이 있어 스토리의 뼈대가 약한 작품이다.
뭔가 보여주고 싶은 건 많은 것 같은데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가 한 마리도 놓칠 수 있다. 캐릭터, 소재, 스토리의 중심을 확실히 잡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