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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의 100일 - 낯선 길, 낯선 당신, 그와의 이야기

위성 | 2015-09-04 00:08

 

 

 

 ‘글써서 먹고 살자.’ 이외에 별다른 소망이 없는 나로서는 주변인들을 보며 이해할 수 없어 하는 대목이 하나 있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그렇게 여행을 소망하는 것일까. 방학 혹은 휴가. 아니, 심지어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유럽 여행을 떠난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아무리 봐도 그냥 노는 게 좋아 보일 뿐이었다. 다들 자아발견이라던가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 뭐, 이런 이유들을 대지만 정말 무언가를 발견하고 성찰할 사람들은 같은 자리에 정좌해서도 할 수 있을 거라는 게 나의 의견이었다. 물론 여행지에서 어떤 경험들이 그 사람을 풍부하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친구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나를 타박하고는 한다.

 

 “넌 글 쓴다는 애가 어떻게 여행을 안 좋아할 수 있니?”

 

 글쓰는 이들이라고 하면 보통 감수성이 풍부하고 새로운 일들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니, 어쩌면 나는 정말 친구들의 말마따나 문제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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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하려는 이야기의 도입부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굿윌헌팅에서 숀 맥과이어 교수가 말하지 않았던가. ‘씨스틴 성당의 벽화 냄새를 맡아보지 않고서 어떻게 씨스틴 성당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있는가?라고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일하는 것이 너무 좋고, 그래서 여러 개의 일을 한다. 그런 나도 여유가 있을 때는 가까운 곳에 놀러를 가거나 친구들과 모여 문화생활을 하지만, 보통은 집에서 뒹굴거리며 한량이나 다름없는 집순이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 최고다. 집안을 꾸미고 핸드메이드 과일청이나 잼을 만들어 선물하고. 나를 조금 더 변론하자면, 개인적으로는 먼 곳에 있는 사람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한다. 마찬가지로 멀리 있는 풍경보다 눈앞의 풍경을 사랑하고. 그러니 만약 내가 무언가를 발견하고자 한다면 하늘 위의 무지개보다는 땅위의 들꽃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나는 희소성이나 거대함이 가치의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주의기 때문에 그 사실에 충분히 만족하고 살아간다.

 

그러니 내게는 씨스틴 성당의 벽화보다 가족사진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서른이 넘도록 모두가 그토록 여행을 외쳐대니, 무엇보다 글쓰는 애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하니, 점점 그게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졌다. 그러던 차에 보게 된 것이 유럽에서의 10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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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일러스트같은 느낌의 그림에 끌렸다. 그리고 다음에는 중간중간 함께 하는 음악들이 좋았고. 이 웹툰을 보고 난 뒤에는 삽입음악들을 들으며 다음날을 보냈다. 무엇보다 꿈에 그리던 유럽여행을 떠난 선우지오와 실연을 당한 후 충동적으로 떠나온 세계적인 재벌 2세 박하로의 동행은 여행보다 연애를 하고 싶게 만드는 설렘을 안겨주었다. 여행 중에 연애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 이보다 더한 판타지가 있을까. 여행을 해 본 사람들의 말로는 이 웹툰에 나오는 동선이 꽤나 유용하다고 한다. 추측하건데 아마도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조만간 직장을 그만두고 유럽여행을 한다는 친구에게 이 단행본을 사서 선물해야겠다. 덤으로 웹툰이 나오는 음악들을 담은 USB까지. 이 웹툰을 보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여기에 나오는 음악리스트를 플레이한다고 하니,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도 괜찮은 선물이 아닐까.

 

 며칠째 ‘유럽에서의 100일’을 읽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여행은 눈앞에서 무지개를 보고자 하는 심정인 건 아닐까 하고. 먼 곳에 있는 사람을 함께했던 친구로, 멀리 있는 풍경을 눈앞에 두었던 풍경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 말이다. 아무래도 다가오는 황금연휴에는 티켓을 예매하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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