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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갈망하는 사회에 던지는 또 하나의 메시지 <암행전학생>

에찌블루 | 2017-01-04 16:05

시작부터 뜬금없이 질문을 던져 본다. ‘사이다라는 단어에서 무엇이 연상되는가?

음료수, 깨끗함, 청량감, 상쾌함, 짜릿함
여러 가지가 연상되겠지만, 최근 저 단어에는 통쾌함이라는 새로운 이미지가 투영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소시민들은 부패와 불신으로 가득 찬 사회상에 지칠 대로 지쳐 있고, 현실의 괴로움을 픽션 속 정의구현을 보며 사이다를 마신다. 그래픽노블 원작의 히어로물이나 수사물, 법정물 등의 영화와 드라마, 만화가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른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지금 소개할 <<암행전학생>>또한 정의를 간절히 바라는, ‘사이다에 목마른 이들의 이야기이다.

[웹툰 리뷰]암행전학생  - 임달영 김광현

 

남의 이야기 같지 않은 그들, 그들을 위한 정의의 한방이 필요하다!

본 작품은 기본적으로 학원물이며, 학원물의 공식과도 같은 신입 교사의 첫 담임 부임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진, 반장, 부잣집 도련님 등 학원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생들이 담임과 처음으로 대면하는 구도여기까지는 여느 학원물과 다르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묘하게 기계적인 반 학생들의 반응과, 이 모두를 뒤에서 조종하는 한 인물의 등장으로 인해, 비로소 만화의 정체성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
암행전학생>>은 학원물이지만, 동시에 철저한 계급사회를 그리고 있다. 작품 내 설정으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의 헛점과 모종의 을 교묘하게 이용해 반 전체는 물론 담임 선생까지도 컨트롤하며 온갖 부정을 일삼는 절대권력자, 그 옆에서 철저히 부역하는 일진과 모사꾼, 지배계급 아래에서 순종하는 다수와 부조리한 계급구조에 저항하는 소수작품은 상당수의 초반 연재분량에 특별한 주인공 캐릭터를 내세우지 않고, 절대권력자와 저항하는 소수의 대결을 중심으로 한 주변 인물들의 군상극으로 그려낸다. 그 군상극 안에는 프롤로그에서 갖은 폼은 다 잡고 나왔던 정의의 사도암행전학생들은 전혀 보이지 않으며, 오롯이 학교 안의 닫힌 사회에서 벌어지는 뒤틀린 모습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웹툰 리뷰]암행전학생  - 임달영 김광현

작품의 핵심 설정이자 주제를 관통하는 장면


그렇다. 본 작품에서 그리는 세계관은 학원물과 만화의 모양을 빌려 현재의 우리 사회를 투영하고 있다. 학교라는 설정을 동아리로 바꿔도, 회사로 바꿔도, 나아가 오늘날의 우리 사회 전체로 바꿔서 놓아 봐도 비슷한 역학관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때문에 독자들은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현실과 대입하게 되고, 힘없는 소수 학생들에게 독자 자신들을 투영하며 이런 상황을 해결해 줄 사이다’, 정의의 철퇴를 휘둘러 줄 <<암행전학생>>의 등장을 갈망하게 된다.

 

드디어 등장한 우리 편은 소문의 암행전학생인가?

최근 연재분에는 드디어 정의구현을 해 줄 우리 편이 등장하게 된다. 분함과 답답함으로 본 작품을 지켜봐 온 독자들 앞에 당당하게 나타나는 우리 편의 첫 등장은,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라는 <광야>의 시구절이 생각날 정도다.

[웹툰 리뷰]암행전학생  - 임달영 김광현

그 초인의 존안. 오오 경배하라 오오

 

우리 편의 등장과 함게 작품의 전개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목구멍에 걸린 고구마 10개를 한 번에 내려버리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우리 편의 활약과 함께, 과연 저 우리 편은 소문의 암행전학생일까? 정의구현에만 심취한 또다른 약자일까? 지금의 독자들은 사이다한 잔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어떤 통쾌함이 펼쳐질지, 앞으로의 <<암행전학생>>이 더욱 기대가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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