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내일은 웹툰 (2013)
* 내일은 웹툰 (2013) *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546750&weekday=thu&page=9
2013년에 신의철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1부 전 50화, 2부 전 36화로 완결한 웹툰 작가 만화.
이 작품은 웹툰 작가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게 아니라, 이미 웹툰 작가가 된 사람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순위에 집착하고 댓글에 목마르고, 다른 작가의 미디어믹스화에 질투하고 정시 연재 마감에 시달리는 등 연재 작가로서의 일상을 만화로 각색해 그렸다.
웹툰 그리는 기술적인 방법부터, 웹툰 작가의 노하우, 업계 비하인드 스토리 같이 도움이 되고 흥미로운 정보 같은 건 일절 안 나온다. 구색 맞추기용 정보로 기껏해야 베스트 댓글 같은 웹툰 연재의 시스템적인 부분 밖에 안 나온다.
그냥 웹툰 작가 스킨을 씌운 일상물의 변종이다. 그 때문에 본작의 예고편이 올라왔을 때 댓글로 제기된 바쿠만 표절 의혹은 다 아무 의미 없는 일이다.
이 작품에 비하면 바쿠만은 업계 사정을 잘 알려주고 만화가가 되는 과정이 비교적 리얼하고 체계적으로 나오니 애초에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근데 그렇다고 만화적인 부분이 재미있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만화가를 소재로 한 또 다른 작품인 ‘불타라, 펜’, ‘코믹마스터 J’같이 만화가 재료로 찰진 드립을 하며 웃겨주는 게 아니고, 10대 독자를 겨냥한 유치 개그가 넘쳐 난다.
10대들이 잘 쓰는 말투나 표현이 나오긴 하지만 캐릭터 리액션이나 연출이 너무 유치하다. 이게 젊은 감각으로 풀어낸 게 아니라, 이렇게 하면 10대가 좋아하겠지 라고 의도적으로 그린 것 같은데 그 센스가 90년대 센스라 데뷔작인 ‘스쿨홀릭’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 (스쿨홀릭은 그래도 10대 겨냥 학원물이니 그렇다 쳐도 내일은 웹툰은..)
18화부터 가토가 연재작 천하무적 무도관을 완결한 뒤 어시스턴트 도웅과 잠시 헤어지고, 도웅이 가토의 라이벌 흑귀 작가의 사무실에 들어가면서 일상물이었던 게 스토리툰으로 바뀐다.
가토, 도웅은 선한 웹툰 작가고 흑귀, 개만, 구미호 등안 악한 웹툰 작가로 선악 구도가 명확하다. 도웅은 흑귀 일당의 음모에 빠져 방황하고 가토는 차기작이 뜻하는 대로 진행되지 못해 멘붕에 빠져 폐인이 됐다가 급기야 교통사고+의식불명 콤보로 한국 막장 드라마의 약속된 패턴까지 등장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가토가 의식을 되찾고 비장의 일격을 가하는 건 진짜 막장 드라마의 화룡정점이었다)
그 시점에서 이미 웹툰 작가의 일상이란 초기 컨셉은 아득한 우주 저편으로 날아가서 초반부와 중반부 내용의 온도 차이가 크다.
이 부분은 연재 당시 독자들의 원성을 자아낸 부분이지만.. 작품 전체를 놓고 보면 한 번은 다뤘어야 할 부분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초반부는 웹툰 작가의 빛. 중반부는 웹툰 작가의 그림자를 그린 것이라 명암이 분명하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처음에는 빛만 보여주다가 다음에는 그림자만 계속 보여주니 본편 스토리의 밸런스를 잃어서 독자들의 원성을 불러일으킨 듯 싶다.
거기다 시리어스한 전개를 작가가 못 견디는지 얼마 안 가 개그 욕심을 부리면서 망가져서 깊이가 한없이 얕아졌다. (대표적으로 지가 망가트린 컴퓨터 고치겠답시고 컴퓨터 본체에서 하드 뽑아들고 도망치는 개초딩 양이 에피소드는 사건 동기부터 시작해 흘러가는 과정, 결과까지 전부 다 최악이었다)
초반부에선 잉여하게 나온 가토가 사고 당해 입원 후 본무대에서 완전 퇴장한 뒤에는 모두의 기억 속에서 개념 찬 작가로 나와서 급진지한 조언자 역을 하는 것도 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밸런스가 무너지고 전개는 부자연스럽고 구성까지 허술하니 스토리가 총체적인 난국이다.
2부에서는 가토가 다시 화실로 돌아와 웹툰 생활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상 이야기로 회귀했다.
이때부터는 외주 작업, 고양이 키우기, 동원 예비군 훈련, 작업실 이사 등 웹툰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들이 나오는가 하면 베댓과 별점 등 독자 관점의 에피소드가 나오면서 자연스레 가토, 도웅의 비중이 급락해 웹툰 작가 소재의 만화라는 아이덴티티까지 상실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 심해서 급기야 ‘웹툰이 없는 세상’ 에피소드에서는 가토가 잠시 20세기로 돌아가 웹툰도 아닌 만화 화실 활동 이야기가 나오고, 그 뒤에 바로 이어진 ‘불멸의 콘티’ 에피소드에서는 작가가 과거에 만든 콘티를 공개하면서 몇 화 분량을 날로 먹는 등등 아이디어 고갈의 끝을 보여주다가 맨 마지막 에피소드인 ‘영웅의 이야기’편에서는 본작품이 끝나고 다음에 돌아올 신작에 대한 콘티 홍보로 끝을 맺는다. (영웅 이야기에 나온 콘티가 신의철 작가의 차기작 사이드킥이다)
작화는 스쿨홀릭 때처럼 2등신 캐릭터가 나오는데 기본적으로 전부 동물 잡옷을 입고 나오지만 진지한 장면에서는 등신대 사이즈로 묘사돼서 참을 수 없는 어색함을 안겨준다. 도대체 무슨 컨셉을 잡고 이렇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스토리 분위기를 망치는데 큰 몫을 했다.
결론은 비추천. 한국 만화가를 소재로 한 만화는 이미 출판 만화 쪽에 있지만, 웹툰 작가를 소재로 한 작품은 이게 처음이라 아이디어는 유니크했지만.. 개그와 진지함의 균형을 잃고 소재 고갈로 작품의 정체성까지 상실해서 시도만 좋았지 결과적으로 재미와 완성도 둘 다 잃어버린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 처음에 신작 웹툰의 순위가 높은 걸 음식점 개업효과로 비유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작가의 후속작인 사이드킥이 개업효과를 극한을 보여줬다.
연재 초반에는 네이버 웹툰에서 썸네일 클릭하면 바로 넘어가는 큼직한 광고판을 넣어서 다른 웹툰을 아예 클릭할 수 없게 만들어놔서 밀어주기 의혹마저 불러 일으켰는데, 개업효과로 해당 요일 웹툰 3위에 올랐지만 연재가 쭉 이어지면서 순위가 급락해 중위권까지 떨어졌다.
덧붙여 이 작품은 연재 당시 한 가지 논란을 일으켰다. 2부 1화에서 웹툰의 별점 시스템을 다뤘는데 10.0 별점을 깎아내리는 비매너 행위를 지적했다가, 그걸 본 일부 무개념한 독자들이 별점 10.0 짜리 작품들을 전부 1점 테러를 가해 평균 별점을 깎아 버려 졸지에 본작의 작가가 사과문을 올리는 헤프닝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