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슈나  (2014) *

http://www.lezhin.com/comic/krishna

2014년에 도해 작가가 레진 코믹스에서 연재 중인 판타지 만화. 2015년 1월을 기준으로 32화까지 연재됐다.

내용은 먼 옛날 브라흐마, 시바, 비슈누가 벌인 신들의 전쟁이 끝난 후, 신들과 인간을 구원할 비슈누의 화신 크리슈나의 신화가 시작되는 이야기다.

인도 신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만화로 타이틀 그대로 비슈누 신의 화신 중 하나인 크리슈나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크리슈나는 비슈누의 화신 중 가장 중요한 존재로 악마를 물리칠 운명을 타고날 인간 영웅이며, 사후 바라문교의 신이 된다.

 

이 작품의 최대 강점은 작화 밀도가 엄청나게 높다는 점이다. 한국 웹툰 중에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보통, 일러스트를 많이 그린 신인 작가는 원고에 일러스트급 그림이 한 장 들어갈 때가 있어도 일반 전개로 넘어가면 신인 티를 벗지 못해 퀼리티가 하향 평준화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이 작품은 컷 하나하나가 전부 컬러 일러스트급이다. 웹툰보다 그래픽 노블에 가까운 고퀄리티를 자랑한다. (안 그래도 원고가 옆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출만 만화 방식이다)

작품의 배경은 힌두 신화가 살아 숨 쉬는 인도인데 인간들은 동양인 같은 외모를 하고 있고, 작중에 나오는 아수라, 야차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는 외계인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나오며, SF에 나올 법한 날틀과 비공정 같은 것들도 존재한다.

즉, 인도 신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신화 속 판타지에만 머무르지 않고 동양풍의 인물과 외계인을 닮은 초자연적인 존재, SF 기물 등의 요소를 추가해 본작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스토리는 총 3부작 기획으로 현재 연재분인 1부는 크리슈나의 출생과 어린 시절, 악마 칸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 블로그의 글에 따르면 2부는 크리슈나의 청년기와 라다와의 사랑, 3부는 칸사와의 최종 결전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1부에서는 크리슈나보다 그의 숙적이 될 칸사와 그를 둘러 싼 주변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칸사의 출생의 비밀부터 시작해 폭군이 된 경위, 크리슈나의 원수가 된 현실까지 다 디테일하게 나온다. 

칸사가 온갖 패악을 저지르는 악마 같은 폭군으로 나오는데 왜 그렇게 됐는지 본편에서 자세히 알려주기 때문에 캐릭터 묘사의 밀도가 높다.

아쉬운 게 있다면 매 화 분량이 짧다는 것이다. 스토리 전개 자체는 사실 그렇게 느린 편은 아닌데 분량이 짧다 보니 체감상 느리게 느껴진다. 

작화 퀼리티가 워낙 높고 그 수준을 쭉 유지하면서 일주일에 한편씩 연재하려면 이렇게 분량을 나누는 게 필연적인 일이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이게 장대한 서사시를 시작하기 위한 포석을 쌓는 것으로, 꼭 필요한 내용을 집어넣은 것이라서 분량 조절에 아쉬움이 있어도 분량을 낭비한 것 까지는 아니다. 삼국지의 주역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동탁의 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그 전에 후한 왕조의 몰락과 황건적의 난이 발생한, 십상시의 난부터 시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론은 추천작. 인도 신화를 배경으로 한 게 신선하게 다가오고 캐릭터 묘사의 밀도가 높은데 연재분의 분량 조절과 내용 압축 밀도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그런 문제를 커버할 만큼 작화 퀼리티가 높아서 디지털 시대의 극화란 뭔지 확실히 보여줌으로서 그림 하나만으로도 천하를 평정할 만한 작화의 왕좌지재를 가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