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 - 용비불패의 문정후가 돌아오다!
혹시 다들 용비불패라는 만화를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여자들이라면 조금 낯선 이름일지도 모르겠지만 만화 덕후였던 오빠를 둔 나로서는 꽤나 익숙한 이름이다. 꼭 무협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소년들이라면 교실에서 돌고 도는 이 만화책을 한번쯤은 릴레이처럼 받아서 읽었던 기억이 있을 것 같다. 바로 그 용비불패의 작가 문정후가 레진에 새로운 작품을 가지고 돌아왔다. 제목은 초인이다.
초인은 판타지 액션 웹툰으로 제목 그대로 인간을 초월한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신인 작가들이나 간판스타 작가들이 아닌 조금은 잊혀 가고 있던 작가가 돌아왔다는 점에서 레진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실제로 레진에는 내가 십대 때 활동하던 작가 분들의 웹툰들도 많이 올라온다. 이에 관해서는 앞으로 소개할 작가들이 많으니 추후에 차차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이 웹툰의 특징 중 한 가지를 꼽자면 종이책으로 읽던 그 만화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점이다. 검은 펜선으로 모든 걸 표현하고 네모난 사각박스 안에 각각의 컷이 들어가 있으며 말풍선 또한 너무나 익숙하여 지금 내가 스크린을 보고 있는 것인지 소년 찬스를 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할 정도다. (소년 찬스는 90년대 만화를 연재하던 코믹스 잡지였다.) 마치 낡은 책장 안에서 한참동안 묵혀 있었던 만화책을 꺼내들었을 때처럼 말이다. 먼지를 털어내고 오래된 잉크 냄새를 맡아가며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그런 기분 말이다.
글 작가인 류기운 님의 무게감 있는 스토리와 대사발, 화려하면서도 선이 하나하나 살아 있는 문정후 작가님의 그림체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독자들을 모니터에서 떠날 수 없게 만드는 간만의 수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아쉬운 것을 꼽으라면, 한 회당 분량이 좀 작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옛날 만화 잡지를 보며 ‘아니, 이번 화 분량 이게 다야?’하며 다음 편이 나올 때까지 징징 거렸던 그 때처럼 말이다. 아니면 세로로 펼쳐보기가 아니라 가로로 넘겨보기라 그런 기분인 것일까. 이 부분에 있어서는 모두의 의견이 다를 수 있으니 각자 이 웹툰을 보면서 판단하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초인을 보다 보면 굉장히 상상력이 자극된다. 그림이나 대사 또한 마찬가지. 때문에 출간 시 소장하고 싶은 목록에 리스트 업 해두었는데, 그런 면에서 볼 때 단순히 읽고 즐길 거리에 불과한 라이트한 만화가 아니라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펼쳐서 보고 싶은 만화였다고 할 수 있다.
연초에 그가 컴백한다는 소식과 함께 돌았던 바로 이 웹툰의 티져를 보았는지 모르겠다. 아마 90년대 코믹스의 붐 이후 급격한 하락세로 수많은 작가들이 게임 업계로 빠지거나 타국으로 가서 활동했던 것으로 아는데, 문정후 님 역시 일본에서 활동하다가 새로 낸 오랜만의 신작이라 남자 어른 아이들 중에서는 그 티져를 보고 아주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렸을 것이다. 열혈 팬이 아니었던 나조차 그랬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이제 아저씨가 다 되어가는 오빠도 마찬가지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웹툰을 보지 못했다면, 혹은 초반 떡밥으로만 가득 차 재미를 별로 느끼지 못해 쭉 달기를 포기했던 분이라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테니 꼭 다시 한 번 정주행 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