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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대한 지나친 집착 - 레코닝 [스포]

므르므즈 | 2016-11-29 01:05

                      


                      [웹툰 리뷰]레코닝 - 이혜

 

  중국 오나라의 장수 여몽은 아주 무식한 인물이었다. 때문에 그의 주군인 손권은 여몽에게 학문에 힘쓰라 말하곤 했고 이에 여몽은 열심히 학문에 힘쓰게 된다. 한편 오나라의 문관 노숙은 여몽을 아주 무시하고 있었는 데, 주유의 죽음 때문에 우연히 여몽의 진영 근처를 지나게 된다. 이 때 여몽의 지인 중 하나가 여몽이 달라졌으니 그를 만나보라 청하고 별 기대하지 않고 여몽을 만난 노숙은 놀랄 정도로 높아진 그의 학문에 놀라게 된다. 이 때 여몽이 "선비는 3일만 지나도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야 한다." 고 말하니 여기서 유래한 사자성어가 바로 괄목상대다.


  괄목상대. 못본 사이에 눈에 띄게 좋아진 이혜 작가를 보고도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한다. 단점으로 지적받던 약해진 후반부 스토리나 어설픈 작화 같은 면모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매 작품마다 발전하는 작가라니 정말이지 보는 맛이 있다.


  하지만 작품은 반전에 한해서만 이런 면모를 보인다. 일단 판을 깔아놓은 기반 설정이 매우 약하다. 작품의 첫 시작은 주인공이 주치의로부터 원인불명의 불치병으로 2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때문에 주인공은 살 방도를 찾기 위해 주치의가 제안한 방법인 '누군지도 알수없는 사람이 만든 뭔지도 모를 기계에 들어가서 또다른 너를 죽이기'를 하기로 한다. 근데 나중에 가면 이 불치병 자체가 주치의와 흑막이 짜고 친 거짓말로 드러난다. 여기서 좀 이해가 안되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보통 원인불명이라면 다른 병원에서도 한 번 쯤 진찰을 받기 마련인데 이 주인공은 주치의 말만 철썩같이 믿고 병원에서 한 번 더 진찰 받을 시간에 다른 차원의 자기 자신을 죽이러 간다. 보통 사람들에게 두가지 중 하나를 고르라 하면 일단 전자를 고르고 볼텐데 대단한 결단력이 아닐 수 없다. 내일 죽는 것도 아니고 2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강풀의 작품 [어게인]을 보면 비슷한 설정으로 자기 수명이 다하기 10개월 전에 아이가 생기고 이 아이를 죽이면 수명이 그만큼 늘어나는 어게인이란 존재들이 있다. 여기서 한 인물은 사신의 힘을 가진 비상식적인 인물을 통해 자신이 어게인이고 어떻게 하면 살아날 수 있는 지 알게 된다. 즉 애초부터 비상식적인 인물에게 전해들었으므로 남을 죽여 자신의 삶을 쟁취한다는 비상식적 상황에 설득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선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지능을 가졌으리라 추측되는 의사에게서 남을 죽여서 삶을 얻으란 말을 듣는다. 삶이 아직 1개월 ~ 2개월 남은 시점에 어떤 초기 증상도 없는 남자가 이 말을 듣고 냉큼 달려가서 정체모를 기계 장치에 몸을 들이밀만큼 여유가 없어보이진 않는다. 중간에 검진 한 번 받을 시간은 분명히 있다.


  거기다 작품의 가장 큰 반전 중 하나인 '또다른 세상이 사실은 다른 차원이 아니라 과거였다.'는 끼워맞춘 듯한 느낌이 강하다. 과거에 가보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 이거 생각해보니까 내가 보낸 거 같다. > 어떤 사건 때문에 난 이 사람이 싫다 > 그러므로 주치의를 꼬셔서 불치병이라 거짓말 하게 만든 다음에 과거로 보내자 > 그러면 이 사람은 여기가 과거가 아니라 다른 차원이라 믿을 것이다. 대체 어디서 나온 발상인지 모르겠지만 여기가 사실은 다른 차원이 아니었다! 라는 반전 하나만을 위한 작위적인 전개란 느낌이 매우 강하다. 작 중 항상 번뜩이는 추리력을 자랑하는 주인공은 여기가 과거라는 걸 암시하는 소재가 분명히 곳곳에 널려있었을텐데도 과거란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거기에 더해 등장인물 중 하나가 시간 여행을 다루는 과학자임에도 작품은 타임 패러독스를 생각하지 않는다. 우연히 과거로 갔을 때 여자 주인공은 100년 전 과거에서 남자 주인공이 걸어다니는 모습을 발견한다. 이를 통해서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을 타임머신을 만든 자신이 과거로 보냈을 것이라 예상한다. 즉, 남자 주인공이 과거로 가는 것은 이미 확정된 미래며 이미 100년 전에 남자 주인공이 과거로 가서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여자 주인공의 목표는 남자 주인공이 자기 외할아버지를 죽이게 해서 남자 주인공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여자 주인공은 여기까지 생각한 시점에서 이미 이 계획은 실패할 것이란 걸 알아야 한다. 왜냐면 이 계획이 성공했으면 진작에 외할아버지는 죽었을테고 대가 끊긴 탓에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만날리는 없을테니까. 


  작품은 세부적인 전개에서 강점을 보인다. 추리극으로 넘어가면 단편적인 단서로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반전의 임팩트가 강해지고 주인공의 추론에도 고려할 것이 적어 스토리가 탄탄해진다. 이혜 작가는 단편적인 추론과 반전에 장점이 있는 작가지 이런 긴 스토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반전에 맞춰놓고 스토리를 짜는 타입인지 내용에 비약이 많고 억지스럽게 이어지는 부분들이 있다. 처음 볼 때는 재밌을지도 모르지만 곱씹을 수록 작품을 비판하게 되는 그런 작품이다. 괄목상대라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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