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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적인 푸념 - 만렙 소녀 오오라

므르므즈 | 2016-12-01 04:00

              [웹툰 리뷰]만렙소녀 오오라 - 김규삼


  컷 바깥을 향해 말을 걸며 독자들에게 신선함을 느끼게 만들고 싶은게 목적의 전부라면 차라리 빨간색 가면을 씌워서 데드풀 아류작 처럼 만드는게 더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의견을 스스로 재고해보자면 [데드풀]이 독자에게 말을 거는 이유는 머리가 맛이 간 독특한 캐릭터성 어필을 위해서였지 전개의 이상함을 무마하거나 컷을 때우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옛날 만화를 보자면 간혹 이상한 전개가 나오면 주인공이 작가를 때려서 이 전개 어쩔꺼냐고 혼내는 연출이 나온다. 이상하다는 걸 알면 안했으면 좋겠다.


  이 만화를 어떻게 진행해야 될지 캐릭터들이 토론하는 것으로 작품의 내용을 때우는 것은 신선한 발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진행중에 이렇게 토론만 하면 이상한 전개 아니냐며 자학하는 캐릭터가 나온다면 거기서부터 이 신선한 발상은 지극히 편의적인 용도의 도구가 된다. 변명의 기반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토론만 하는 이상한 만화는 전개를 생략할 수도 있는 것이고 중요한 순간을 날림으로 넘어갈수도 있는 것이고 당당하게 스토리를 대충 짰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에 대한 비판은 이 만화는 원래 이상하다는 지극히 편의적인 설정에 의해 묵살된다.


        [웹툰 리뷰]만렙소녀 오오라 - 김규삼

                                                                                                                웹툰 꽃가족


  개그 만화는 원래 '이상한 만화'라는 설정을 기본으로 깔고 가지 않냐고 반박할수도 있을 것이다. [꽃가족]을 예로 들어보자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아귀가 하나도 맞지 않고 말도 안되는 전개를 남발하지만 개그 만화니까 이 모든게 용인된다. 하지만 나는 지금 [만렙소녀 오오라]가 말도 안되는 전개를 남발하며 이를 개그 만화라는 설정 하나로 억지로 버틴다며 비판하고 있다. 둘 사이엔 무슨 차이가 있길래 온도 차이가 나는 것일까? 

 

             [웹툰 리뷰]만렙소녀 오오라 - 김규삼  

                                                                                                           만렙소녀 오오라 109화 中

              [웹툰 리뷰]만렙소녀 오오라 - 김규삼

                                                                                                                첩보의 별 1화 中


  설정과 변명의 차이는 여기서 드러난다. [첩보의 별]에서 헬리콥터 프로펠러에 갈릴 위기에 처한 주인공은 프로펠러 위를 같은 속도 같은 방향으로 회전한다는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벗어난다. [만렙소녀 오오라]에서 비슷한 위기 상황이 등장한다면 이 만화는 이상한 만화기 때문에 전개 상 살아야 한다며 별 이유도 행동도 없이 살아남는다. 설정은 말도 안되는 행동이라도 행동을 설정하여 상황에 최소한의 개연성을 부여한다. 변명에는 개연성이 부여되지 않는다. 그냥 이 캐릭터는 이때 죽으면 안되니까 아무 정황도 상황 묘사도 없이 살린다.


  오밀조밀 잘짜인 설정이 일품인 작품은 매 상황마다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하지만 변명으로 가득찬 작품은 전개니까 살아야 된다는 식만 반복할 뿐이기에 지루해지기 십상이다.[만렙소녀 오오라]의 모든 행동의 동기는 '그냥 전개니까'다. 앞으로 나올 가장 이상적인 전개가 배신자의 등장이라 치면 배신자의 복선이나 그간의 동기, 그리고 등장 연출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은 "지금은 배신자가 등장할 타이밍이니까 컷 낭비하지 말고 내가 배신한다!" 라고 배신자가 대사를 외치며 배신한다. 이런 식이면 아무런 극적 긴장감도 없고, 몇번이고 쳐왔던 개그에 이제와서 폭소할리도 없는 데 왜 극적인 장면을 넣는 지 알수가 없다.


  이를 가리키며 병맛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만화들이 병맛을 변명삼아 자기 만화를 망쳐왔다. 자기 만화를 하루하루 똥만 싸는 만화라 표현하고, 가끔씩 만화 그리는 건 힘든 일이라며 노골적으로 푸념하는 작품이 병맛을 무기로 삼는다면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독자에게 말을 거는 병맛 개그의 밑에 깔려있는 의도에 대해 위험한 방향으로 추측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만화는 결국 추측에 심증만 더해준 채 끝나고 말았다. 


  작가가 돈을 밝힌다고 뭐라할 순 없다. 작가가 자기 작품에 애정이 없다고 뭐라 할수도 없다. 작가가 돈을 벌기 위해 작품을 쓰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독자의 기대를 떨어트리는 작품을 양산해내는 것이 당연한지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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