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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꾼 우시지마(闇金ウシジマくん)

툰가 10호 | 2016-12-01 00:14

사채꾼 우시지마

[사채꾼 우시지마(闇金ウシジマくん)]

마나베 쇼헤이(真鍋昌平) | 쇼가쿠칸(小学館) / 대원씨아이


“우리가 상대하는 녀석들은 고독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들이야. 그걸 쉽게 해소하는 수단을 쉽게 손에 넣은 인간들이지. 하지만 쉽게 손에 넣은 것은 소중히 여기지 않아. 사람과 돈을 소홀히 대하다 마음이 점점 치졸해져버린 인간들이지.”

“그런 인간들은 소홀히 대하라는 뜻인가요?”
“아직도 더 혼나고 싶냐? 나는 절대로 고객을 소홀히 대하지 않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쪽쪽 쥐어 짜내거든.”      

<사채꾼 우시지마> 15권, 우시지마와 타카다의 대화 中

 
<사채꾼 우시지마>에 비하면 여타 작품에 등장하는 ‘악(惡)’은 창궐하다 이내 파멸함으로써 권선징악의 쾌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흔한 장치에 불과해 보인다. 악은 점점 더 간교해져 가지만, 끝내 파멸할 줄 알고 있기에 그동안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악 말이다. 


<사채꾼 우시지마>의 ‘악’은 이런 악과는 전혀 다르다. <사채꾼 우시지마>의 악의 축 사채업자 우시지마는, 그냥 ‘악마’다. 약한 인간을 파멸로 안내하고 그 파멸을 지켜보는 악마. 우시지마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때론 협박하고 때로는 회유하며 그들을 헤어 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그렇다고 잘못된 선택을 했고 어리석은 욕심을 부렸기에 이들은 벌을 받았습니다, 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말하기에 벌은 너무나도 가혹하다. 엄마의 빚 20만 엔을 딸 미나에게 대신 받겠다고 선언한 우시지마에게 미나는 말한다. “헤헤헤. 꿈 깨셔~ 나 이제 끝났거든.” 그러나 독자들은 안다. 우시지마의 말처럼 끝난 게 아니라 지옥을 보는 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소녀는 이제 막 지옥의 문을 열었을 뿐이다. 게다가 이 만화, 결코 적당한 걸 모른다. <사채꾼 우시지마>의 지옥은 언제나 독자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우시지마가 사장으로 있는 카우카우파이넌스는 열흘에 이자가 원금의 50%나 되는 일명 ‘십오’ 영업을 기본으로 하는 불법사채업체. 연 29.2%의 법정 금리를 훨씬 웃도는 이 말도 안 되는 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우리 같은 사채 쪽 손님은 그야말로 사회 밑바닥을 기는 인간들”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은행은 물론 대형 소비자금융회사들로부터도 외면 받는 자들”이다. 파친코에 빠진 주부들은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매일 5만 엔의 사채를 빌려 20명 중 겨우 1명꼴로 돈을 딸 수 있다는 이 ‘도박’에 날마다 매달린다. 어느새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이상 갚을 형편이 되지 않을 때조차도 이들은 자신의 처지를 깨닫지 못한다. 이윽고 심판의 문이 열린다.

빚을 갚지 못한 주부 하나가 우시지마의 소개로 파친코 화장실 칸 안에서 ‘상담’이란 명목 하에 몸을 팔고 그날 분의 돈을 갚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상담’은 결코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젊은 여자’ 편의 파멸 역시 끔찍한 건 매한가지다. 회사 동료들에게 기죽지 않기 위해 분에 맞지 않은 소비를 하다 결국 사채에 빠진 회사원은 우시지마의 소개로 매춘을 시작한다. 이번에도 단순히 몸을 파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매춘의 강도는 차츰 더 세지고, 이에 따른 부산물은 진저리쳐질 만큼 끔찍하다. 마침내 그는 매춘 사실이 회사에 알려져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사해 약에 중독되어 처참한 몰골로 길에서 몸을 파는 신세로 전락한다. 그의 말로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처음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것이다.

 는 드라마로도 제작, 방영되었다. 미성년과 노약자가 보기 힘든 내용이 많으므로 물론 심야에 방영했다.
<사채꾼 우시지마>는 드라마로도 제작, 방영되었다.
미성년과 노약자가 보기 힘든 내용이 많으므로 물론 심야에 방영했다.


작품 초반부는 우시지마를 설명하는 에피소드가 자리한다. 우시지마가 운영하는 카우카우파이넌스가 하는 일은 무언지,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는 것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떤 과정을 거치고, 여기엔 어떤 철학이 관여하는지를 에피소드에 녹인다. 거구에 힙합 패션, 턱수염을 기르고 커다란 무테안경을 쓴 위압적인 외모의 우시지마는 문자 그대로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다. 그러나 겉보기와는 달리 홀로 수십 마리의 애완용 토끼를 기르는 의외의 면도 가지고 있다.

우시지마에게 있어 살아 있는 한 갚지 못할 돈은 없다. 단, 그저 ‘살아만 있는 것’뿐이지만. 우시지마는 말하길, 사채업자의 일이란 “인간 같지도 않으면서 버젓이 인간처럼 살고 있는 주제 파악 못하는 쓰레기들에게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죄책감도, 일말의 동정심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안목과 통찰력까지 갖추었고, 법을 이해하고 그 틈새를 공략하는 꼼수에도 빠삭하다. 처음부터 그는 공고한 심판자에 가깝다. 결코 정의롭지 않은, 악랄하고 지독한 심판자. 우시지마라는 캐릭터와 불법사채시장의 개략적인 구조가 자리 잡고부터는 어느덧 각각의 에피소드는 우시지마가 아니라 채무자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제부터 이야기는 허영심과 한탕주의로 똘똘 뭉친 채무자들의 사연과 현재를 실로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완벽히 이식해낸다.

 

<사채꾼 우시지마>가 다루는 이야기는 처음엔 전혀 별 세계의 일처럼 느껴지기 십상이다. 그만큼 잔인하고 그 잔인함은 늘 우리의 상상 너머까지 가 끝장을 본다. 그러나 실재 법 구조나 크고 작은 사회 시스템에 기반을 둔 배경, 먹이사슬로 이루어진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또렷한 묘사를 통해 곧 깨닫게 된다. 이는 한두 다리만 건너면 금세 만날 수 있는 세계라는 것을. 아니, 스스로 한 꺼풀만 벗겨내면 언제든 도사리고 있는 것임을 말이다. 특히 약자가 더 약한 자를 잡아먹는 구조야말로 이 세계의 진실임을 꾸준히 설파함으로써 악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업자 우시지마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이미 내재되어 있음을 늘 상기시킨다. 노숙자조차도 계급사회를 이룬 이 세계에서 우시지마는 거악에 기생한 여러 무리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 무시무시한 우시지마조차 야쿠자에게 돈을 갖다 바치고, 전주(錢主)에게 자금을 빌려 월 15%의 이자를 갚아야 한다. 세상은 그야말로 약육강식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구조적 결함’ 위에 자리하고 있다.

승객은 줄었는데 택시는 점점 늘어나 택시회사도 곧 망할 것 같지만 회사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 “회사에게 고객은 ‘승객’이 아니라 우리 ‘기사’”이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택시 대수가 늘어 차량 유지비가 조금 늘긴 하겠지만 기사들의 실적 절반을 가져가니 손해는 보지 않는다. 대신 줄어든 승객을 놓고 경쟁하는 기사들만 점점 가난해질 따름이다. 또 생활보호대상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은 통장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일정 수준만 넘지 않으면 훌륭한 ‘부업’이 되기도 한다. 생활보호대상자의 자립을 후원한다는 지원금의 취지는 이미 오래 전에 희석됐다. 법의 틈바구니에서 사람들은 기생하듯 살아가고, 우시지마는 다시 그들에게 기생한다. 참으로 기구하고, 잔혹하다.

 

기구함과 잔혹함은 자연히 하나하나의 드라마로 나타난다. 우시지마에게 돈을 빌리는 순간 이미 지옥에 들어선 것이나 다름없지만, 어떤 무지막지한 지옥으로 갈지, 또 어떤 사람들을 이 지옥에 끌어들일는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 하루 종일 일한 돈을 고작 10분 만에 파친코로 날리는 ‘프리터’ 편의 주인공은 부모에게 쫓겨나 노숙자로 전전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부모조차 우시지마 일행의 꾐에 빠져 큰 빚을 지게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끝장을 보고나서야 이들은 비로소 올바른 길을 찾는다. ‘풍속’ 편에서 주요고객들을 차례로 파멸시키는 풍속업소의 넘버원 미즈키는 마지막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맞는다.

‘슈퍼택시’ 편에서는 미성년자와의 원조교제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형태의 인과응보를 향한다. ‘샐러리맨’ 편의 주인공 코보리는 다른 캐릭터들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우시지마와 엮이진 않지만 친구 이타바시 덕택에 내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펼치며 애간장을 태운다. 끝내 막장으로 치달은 이타바시가 코보리 몰래 그를 자신의 연대보증인으로 세운 순간, 그에게도 의도치 않은 파멸이 다가오나 싶기도 한다. 그래서 코보리의 남다른 성실함이 조금은 보상받는 듯한 의외의 결말은 더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생생한 이야기, 그 안에서 거친 숨을 내쉬며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는 인과응보, 권선징악의 뻔한 구조 안에서조차 독자를 쥐락펴락한다.

 빚은 어떻게든 받아낸다. '살아만 있다면'.
빚은 어떻게든 받아낸다. ‘살아만 있다면’.


<사채꾼 우시지마>의 생생한 묘사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작화에도 적용된다. 인물들 하나하나의 치졸한 속내를 몽땅 드러내놓는 길고 긴 독백만큼이나 인물과 배경 또한 극도로 사실적이다. 섬세한 도시 묘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복잡하고 넓은 곳인지, 그에 비해 인간이란 얼마나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를 시시때때로 되새긴다. 이는 지금 이들의 세상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동일한 공간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펼침컷은 특히나 그렇다. 두 페이지로 펼쳐진 그림은 극도로 섬세하게 도시의 풍경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끔찍한 광경을 압축하는 강렬한 이미지의 전시장으로도 기능한다.

오늘 하루 남자한테 몸을 팔기 위해 공중전화에 매달려 전화방에 전화를 거는 여자들의 표정은 모두 악다구니를 하는 듯 끔찍하기 짝이 없다. ‘만남까페’ 편에서 매직미러 밖에서 여자를 물색하는 남자들의 표정 역시 마찬가지. 하나같이 음침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그중에서도 곳곳에 등장하는 성행위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에로스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 볼 수 없다. 추잡하다 못해 잔인하기까지 한 그 광경은 누군가의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형상화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폭력의 수위도 여기 뒤지지 않는다. 이는 사지가 잘리고 내장을 흩뿌리는 일반적인 고어 묘사를 말함이 아니다. 정상적인 사고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잔학한 갖가지 물리적, 정신적 고문은 인간이란 존재에 절망할 만큼 불쾌하기 짝이 없다. 잔뜩 아가리를 벌린 현실은 언제고 약한 인간을 집어삼키려 하고, 덕분에 우리의 현실이란 이토록 무시무시한 곳이라는 사실을 단 한 순간도 저버릴 수 없다. 사실적이다 못해 극사실적인 이러한 작품 전반의 태도는 결코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첫 화에서 카우카우파이넌스에 새로 입사한 타카다는 사채업계의 입문자로서 초반부 독자들의 시선을 대변한다. 하지만 어느새 타카다조차 사채업에 얽힌 비정한 일들에 대해 “금방 익숙해져.”라고 무표정하게 답할 만큼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 이야기 하나하나는 인생의 교과서와도 같다.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 불법업자로서 살아가는 심판자 우시지마뿐만 아니라, 스스로 지옥을 찾아 헤매는 멍청한 인간들 모두가 그렇다. 사면 살수록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는 소비. 인생이란,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회사에 파는 것이라는 깨달음.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찾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하찮은 소비의 쾌락에 써버리고, 그걸 도박으로 만회하려다 완전히 망가진 인생들. 씁쓸한 뒤안길에서 마주하는 여러 인생들의 몰락은 타산지석, 반면교사로 이루어진 처절하고도 면밀한 인생의 교과서와 다름 아니다. 분명 간접경험이건만 이토록 생생한 ‘경험’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분명 적당함을 모르는 만화이기에 거둔 흔치 않은 쾌거다.

< 출처: 에이코믹스 https://acomics.webtoonguide.com/archives/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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