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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안 취했어 - 제목부터 주사 부리는 웹툰

위성 | 2016-06-21 00:09

 

 

 

제목부터 주사하는 웹툰, 나 안 취했어. 뭔가 발음도 알딸딸하게 취해 혀 꼬인 채 말해야 할 것 같은 건 왜지. 게다가 메인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미 취기가 올라 얼굴이 벌게진 것만 같다.

 

 울적해서 한 잔 걸치고, 기분 좋아 두 잔 들이킨 그날. 다음 날 아침에서야 기억나는 우리의 아찔한 흑역사가 여기에 있습니다, 라고 자신의 웹툰을 소개하는 작가 영춘. 작가 이름조차 왜 술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을까. 영춘 포차. 영춘 소주. 50년 전통의 영춘 해장국. (작가님 죄송합니다.) 심지어 한 잔, 두 잔, 이런 식으로 회차를 표현하는 그 센스도 타블렛 옆에 맥주 몇 캔 놓고 마시다 떠올렸을 것만 같다. 이러다 나중에 시즌1이 끝나고 시즌2가 시작되면서 1차, 2차로 시즌 구분해 올리시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독자인 나도 술 좀 갖다놓고 스크롤 내려야 할 것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 그런데 안타깝게도 냉장고에 이미 술이 비었네. (혹시 오해할까봐 미리 말하는데 나도 취중필담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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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거나 아예 바닥에 드러누운 채 시작하는 ‘나 안 취했어’는 꽤나 단순한 에피소드 물이다. 심지어 그 에피소드 또한 우리가 한 번쯤 보았던, 겪었던 일들 투성이라 이 웹툰을 두고 과연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런데 바로 거기에서 ‘나 안 취했어’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나 안 취했어’는 공감을 첫 번째로 한다. 술 취해 고백해 본 경험, 축제 때 했던 남부끄러운 일, 종점까지 달린 일, 술 취해 고백해 본 경험, 축제 때 했던 남부끄러운 일, 술 취해 고백해 본 경험, 종점까지 달린 일....... 그리고 또 뭐더라. 했던 말 또 하면서 주사를 부렸던 일.

 

 두 번째 매력을 들자면 단순하고 깔끔한 그림이다.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취한 사람이고, 취한 사람과 안 취한 사람을 구분하는 건 홍조뿐. 얼굴이 벌게져서 조만간 간경화라도 올 것 같은 피부톤을 가진 캐릭터들이 바로 그들이다. 인물들은 눈코입이 생략된 채 최대한 간결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만약 눈을 그렸다면 꼭 노랗게 그려져야만 할 것 같다. (여러분, 과음은 간암, 간경화 등의 부작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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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점은 읽기 편했다는 거였다.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 부담스러운 내용 자체도 아닐뿐더러, 무엇보다 바로 그 일상적인 대화체. 웹툰을 포함한 대부분의 컨텐츠들이 실제 생활에서 쓰지 않는 어색하고 딱딱한, 특히 지나치게 과장된 어투와 어휘와 감정표현을 당연하게 사용한다. 그런데 이 웹툰에서는 그런 가식 따위는 없다. 편한 자리에서 편하게 술에 취해 주변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쓰는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무료인만큼 금세 회차가 동이 나 버리는 이 웹툰은 에피소드가 벌어지는 상황이나 등장하는 인물들이 너무나 익숙하고 친숙해 얘들이 내 친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 안 취했어’는 일단 취하고 봐야 부작용에 시달리지 않을 것 같다. 회차를 한 잔 두 잔 홀짝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배달의 민족 어플에서 치킨에 생맥주를 검색하거나, 친구를 불러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소주를 까고 싶다거나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럼 모두 절주하는 한 주 되기를 바라며, 음주운전은 하지 말고 택시 타고 돌아오는 길에 택시 안에서 ‘나 안 취했어’를 즐감하시길. 딸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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