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를 짝사랑하는 법 - 만화덕후인 그녀를 덕질하다
애인은커녕 친구 하나 없는 대학생 지현, 따분한 일상을 버리려고 들어간 만화 동아리에 아리따운 오덕 아가씨들이 넘실넘실! 오덕의 동아리 클로버에 들어오신 걸 환영합니다!
캠퍼스를 배경으로 학원 로맨스를 펼치는 오타쿠를 짝사랑하는 법의 소개글. 어딘가 좀 평범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평번한 남자가 덕후가 되어가는 모습이 꽤나 재미있다. 그 사이에 벌어지는 유쾌한 에피소드들은 이게 사실은 개그장르로 편입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보는 내내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사실 어렸을 때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서른 즈음이면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전세라도 내 공간 하나는 제대로 꾸미고 살고, 할부라고 해도 예쁜 차 한 대 정도는 끌고. 괜찮은 남자친구와 함께 취미생활을 공유하며 즐겁게 살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 때는 왜 친척집 오빠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현실은 드라마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곳에 있는 법인데 말이다. 서른이 가까워질 때 즈음에는 조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집도, 차도, 남자친구도 됐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취미 정도는 있기를 바랬다. 이건 나만의 바램은 아닌지 주변 사람들은 하나, 둘 자신만의 취미를 갖기 위해 이런 저런 클럽에 가입하고 동호회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사내 동아리에 가입하는가 하면 피규어를 모으는 수집가들도 생겨났다. 물론 그곳에서의 연애담이 후일담으로 들려오는 건 당연지사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없다. 서른이 넘은 지금도 말이다. 글로 밥벌이를 하기 시작하기 전에도 습작을 취미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나만의 취미생활을 갖고 싶어졌다. 계절 스포츠를 즐기긴 하지만 그 역시 한 철 잠깐씩의 기분전환이라 역시 취미는 아니다. 이즈음 하여 취미는 사랑이라는 가을방학의 노래가 떠오르는데, 그 또한 해당 사항에 없다. 그러다 이 웹툰을 보면서 깨달았다. 만화로 취미생활을 하면 되겠구나.
생각해보면 나는 예전에도 만화 책방을 좋아했었다. 교과서 밑에 숨겨서 보는 건 물론 깨비책방 아줌마가 나중에 폐업할 때 나에게 원하는 거 다 골라가라고 할 정도로 책방 죽순이였다. 지금도 종종 고양이 코믹스 카페에 가서 고양이들의 캣워크를 보며 만화책을 본다. (서비스로 제공되는 라면이 꿀맛이다!) 그런데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심지어 지금은 웹툰 리뷰도 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 웹툰에 등장하는 주인공 또한 그러한 고민을 프롤로그로 시작한다. 그런데 동아리 가입을 하게 된 이유는 그 고민 때문은 아니다. 그 고민을 하고 있던 시점에서 한 여자애를 보고 반해 버렸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의 취미는 만화가 아니라 사랑인건가.
어쨌거나 알 수 없는 단어들로 도배된 첫 화를 넘기다 보면 역시 덕후들의 세계에 들어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더 열심히 파야지!) 용어 자체가 생소해 알아먹지 못하는 주인공 덕분에 작가는 하나씩 풀이해 만화칸 옆을 채워준다. 그런데 이 정도라면 덕후들을 위한 용어 사전을 따로 하나 개발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 풀이가 아니었다면 나도 주인공고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을테니 말이다.
오랫동안 만화를 잊고 살아 왔던 어른들에게 다시 한 번 만화책방을 찾게 할 웹툰, 이상 오타쿠를 짝사랑하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