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형 공포물 <조우>
평소 공포물을 싫어하는 필자이지만, 가끔 땡길때가 있다. 또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자주 올라오는 무서운 이야기, 괴담들을 읽다보면 없던 흥미도 생길때가 있다. 그럼에도, 공포물의 웹툰을 굳이 찾아본 적은 없는데, 우연히 보게 된 이 웹툰은 필자가 공포물 웹툰에 대해 찾아보게 만들었다.
옴니버스식 구성
사실 공포물에 있어서 옴니버스식 구성은 특이한게 아니다. 오히려,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임팩트가 중요한 공포물에 있어서 한가지 이야기를 길게 연재하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다. 여름이면 특집으로 연재하는 N사의 공포물이나, <기기괴괴>같은 웹툰만 봐도 옴니버스식의 구성은 공포물에 매우 적합한 구성방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옴니버스식 구성의 가장 큰 메리트인 다양한 에피소드와 정주행이 필요 없고 간편히 읽을 수 있다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거의 매화마다 다른 주제와 인물들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제목마저도 간단하다.
진정한 공포
<조우>를 보고있자면 작가가 얼마나 공포물에 대해 잘 아는지가 느껴진다. 이 웹툰에는 필요없는 대사, 아니 정말 최소한의 대사만이 등장하는데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통해 독자들이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또,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예측가능한 결말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마무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공포감을 형성시킨다. 특히 이 마무리부분이 매우 흥미로운데, 지금까지 연재된 에피소드들 모두 뒷맛이 찝찝하게 결말이 났다. 말하자면 열린결말인채로 끝이나는데 이부분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예측하고 있던 결말이 일어났을거라는 생각에 더더욱 공포감을 준다.
<조우>는 시종일관 컴컴한 배경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낮에도 밤에도 그림의 배경색은 항상 검은색인데, 이 점이 또 만화를 무겁게 만들고, 답답하게 만든다. 밝은 분위기로 시작해 어둡게 끝나는 공포물을 만들 법도 한데, 독자들에게 한 순간도 밝은 분위기를 느끼게 하지 않는다. 덕분에 아름다운 반전에 화가날 일은 없지만 감정의 변화가 단조로워질 수 있다. 그러나 공포와 놀라움은 다르다. 그리고 <조우>의 작가는 놀라움으로 공포를 나타내려는 마음은 없는 듯하다. 공포물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갑툭튀 귀신, 잔인한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으니까...
한 낮의 어린이집이 배경인데도 답답한 기분이다.(<하이브>의 그림체와 매우 흡사하다)
끝으로
사실 공포물을 즐겨 볼 계절은 이미 지나도 한참 지났다. 여름에는 오싹한 맛에 공포물을 본다지만 겨울에는 공포물 따윈 없어도 충분히 오싹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을의 끝자락부터 시작한 <조우>는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특별한 웹툰과의 우연한 만남이 기분좋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