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병속의 악마
아이언맨:병속의 악마
아이언맨은 초월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엑스맨처럼 특수한 능력이 존재하지 않는 슈퍼히어로다. 아이언맨은 신체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슈퍼히어로가 된다. 그 점에서는 배트맨과 비슷하다. 하지만 아이언맨은 자경단이자 복수의 화신인 배트맨과 전혀 다른 유형의 인간이다.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악당들과 싸우는 토니 스타크는 천재적인 발명가이자 거대한 군수산업체를 가진 재벌이다. 악당과 싸우는 행위가 어쩌면 정의가 아니라 복수일지도 모른다고 고뇌하는 배트맨과는 달리 아이언 맨은 군수산업을 통해 악당을 물리치는 것으로 자기 변신을 꾀했다. 한없이 긍정적인 슈퍼히어로이기도 하다.
영화로 만들어진 <아이언맨>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였다. 토니 스타크와 아이언맨.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토니 스타크는 돈도 많고, 머리도 좋고, 여자들에게 늘 둘러싸여 있다. 어찌 보면 재수 없는 주인공이지만 1편에서부터 개과천선한다. 모든 것을 챙겨주는 비서 페퍼에게 마음을 연 것이다. 잘 생기고, 유머 감각 있고, 돈도 많고 머리도 좋은 바람둥이가 한 여인에게 정착하기까지 한다. 토니 스타크는 여성들의 이상형에 가깝다.
남자들도 토니 스타크를 미워할 수가 없다. 남자들은 어릴 때 로봇이나 장난감 총을 가지고 놀고, 어른이 되어서는 공구를 가지고 뭔가를 만들거나 자동차에 몰두한다. 토니 스타크가 툭하면 지하의 작업실에 틀어박혀 아이언맨 수트 만들기에 열중하는 모습은 미국 남자들의 로망이었다. 또한 그가 만드는 것이 ‘장난감 무기’의 궁극적인 형태인 파워 수트라는 것 역시. <아이언맨>은 여성, 남성,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를 매혹시킬 수 있는 최고의 슈퍼히어로 영화였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아이언맨은 중심이었다. 페이즈2를 넘어 3에서도 <스파이더맨:홈커밍>에 등장하고, 우주로 나아가서도 계속 활약할 수 있다. 기능을 추가하고 바꾸면서 새로운 수트를 개발하면 우주에서도 활동할 수 있으니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함께 팀을 이루기도 하는 등 아이언맨은 우주에서도 여전히 슈퍼히어로다. 그리고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직 많이 있다. 코믹스에서 아이언맨은 그야말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영화에서는 1편 마지막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지만, 코믹스에서는 보디가드가 대신해서 수트를 입기도 하고 한때 슈퍼히어로를 그만두기도 한다. 스파이더맨의 숙적이라고 할 그린 고블린의 노먼 오스본이 새로운 어벤져스를 장악하고 탈취한 아이언맨 수트를 이용하여 아이언 패트리어트가 되기도 한다. 이제 스파이더맨의 캐릭터를 마블 영화에서 쓸 수 있게 되었으니 토니 스타크와 노먼 오스본의 대립도 가능하게 되었다.
원작에서 토니 스타크의 고질병은 알콜중독이었다. 내면의 갈등과 고뇌를 술로 달래다가 거의 회복 불능에까지 이른다. 하지만 가족영화가 되어야 할 슈퍼히어로 영화에서는 아이언맨이 너무 우울해지거나 추락하면 안 된다. 그래서 단독 영화로는 마지막이었던 <아이언맨3>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약간의 정체성 고민 정도로 순화시킨다. 중요한 것은 증상 자체가 아니라 토니 스타크가 어떻게 고난을 극복하고 다시 ‘아이언맨’으로 우뚝 서는가, 이니까. 하지만 <아이언맨3>에서는 최강의 악당 중 하나인 만다린을 가짜로 만들어버리며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과연 그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마블 유니버스의 중요 악당인 A.I.M.과 만다린을 그렇게 쉽게 소비해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페이즈3이나 4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언젠가 다시 만들어질 아이언맨의 단독 영화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