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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과 담담함 - 우바우

므르므즈 | 2017-01-02 00:01

               [웹툰 리뷰]우바우 - 잇선


  우화하면 떠오르는 요소를 보자면, 교과서적인 화법으로 대화하는 등장인물들과 이 대화 속에서 도출되는 잔잔한 교훈이라 할 수 있다. '여우와 신포도'라는 우화를 알고 계신지.과수원에 열린 포도가 먹고싶어서 안간힘을 쓰던 여우는 결국 포도를 먹지 못하자 저 포도는 실 것이라 말하며 자리를 떠난다. 정말 포도가 맛있어 보인다며 의지를 나타내던 여우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자, 이를 폄하하는 모습이 대사를 통해 나타나는 것이다. "저 포도는 실것이다."라고 말하는 여우의 말 한마디엔 이러한 교훈이 담겨 있다. 상황과 대화의 맥락을 통해 독자에게 어떤 주제를 이야기하고자 함이 목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냥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되는 게 아닐런지.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그 목표를 폄하하면 안된다'고 그냥 말로 표현하면 왜 안되는 걸까. 우화의 목적은 주제에 대한 공감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글로 전하는 것보다 타인에 대입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사람은 더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 


  [우바우] 역시 우화라고 할 수 있다. 자전적 이야기, 혹은 우리와 같은 사람의 이야기였다면 너무나도 우울했을 이야기지만. 작가는 동물 캐릭터를 통해 우울함을 완화한다. 여기에 더해 사람들끼리 이야기했다면 맥을 끊었을 귀여움 어필이나 뜬금없는 개그도 동물 캐릭터라는 비현실적인 요소 덕분에 무리없이 받아들여진다.


          [웹툰 리뷰]우바우 - 잇선[웹툰 리뷰]우바우 - 잇선


  여기에 더해, 작품은 귀여운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듯한 막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보듬어주고 서로 상처를 핥은 타이밍엔 여지없이 현실을 눈 앞에 내밀며 감동을 깨버리는 것이다. 우울한 흑백 작화와 우울한 현실을 이야기함에도 작품은 이 때문에 편안함이 감돈다.  이 작품의 감동에 현실의 우울함이 반영되어 있단 걸 생각해보면 이러한 완급 조절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막말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살리는 데에도 크게 공헌한다. 대사가 거침없기 때문에 거친 캐릭터의 날선 매력이 그대로 살아나고, 그만큼 얌전한 캐릭터의 어조도 대비되어 살아난다. 작가의 대사 구성 능력과 연출이 여기에 더해지니, 캐릭터의 매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작품은 현실을 직시하지만 동물들의 삶을 바라보기에 우리는 조금 편안하게 이 작품을 바라볼 수 있다. [우바우]는 청춘을 위로하기 보단 자조를 곱씹게 만든다. 결국 해답이 없는 푸념들이며,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현실적인 개선점을 이야기하거나 독자에게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지도 못하지만. 이러한 점들을 단점이라 치부하기엔 캐릭터는 매력적이고, 작품의 감성은 그윽하다. 이러한 것들에 신경쓰지 말자. 징징댄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응석이 싫지만은 않다. 뭐 어찌됐든 좋지 아니한가. 매력적인 작품에, 쓸쓸한 겨울. 해가 가고 내일 아침 새해 인사 때 우린 다시 다짐을 할 것이며 얼마 지나지 않아 잊어버릴 것이다. 작품은 이런 우리네와 닮아있기 때문에 싫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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