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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날 - 눈에 보이지 않는 가시같은 추억

위성 | 2016-06-11 23:22

 

 

 

학창시절 잠시 사귀었다 헤어진 후 우연히 마주치게 된 승현과 김미....... 평범한 두 사람의 일상 속에 어색하고 미묘한 감정이 흐르기 시작한다. 촉촉한 수채화의 느낌과 고운 문장들이 마음에 남는 고아라 작가의 감성 웹툰.

무슨 웹툰이 사람 마음을 이렇게 저리게 만들까. 웃고 즐기거나 슬퍼서 눈물이 쏟아지거나. 그런 웹툰들이야 많지만 이렇게 작은 가시 하나 박힌 것처럼 아리고 쓰린 웹툰은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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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나는 레진을 알게 된지는 오래 되었지만 로그인 하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중에 가장 큰 이유이자, 하나 뿐인 이유가 홍보를 이상한 쪽으로 해서이다. 이렇게 좋은 명작들이 꽉 차 있는 보물섬에 여기는 배가 잘 끊겨서 여친이랑 오기 좋다고 홍보하는 격. 그러니까 놀러왔다가 보물 발견하는 사람들이 많기야 하겠지만(아마도 그걸 노린 듯) 나처럼 애인 없는 사람들은 굳이 귀찮게 섬에 안 간다니까 그러네. (여러분은 충성고객들을 놓치고 있습니다.)

 

아무튼 간에 이 웹툰을 처음 본 건 레진에서가 아니었다. 다른 사이트에서 오래 전 연재를 마쳤던 이 작품이 여기로 와 있었다니. 그런데 이 웹툰은 보고 나면 그 말들이 가슴에 박혀 버리고야 만다. 분명 나는 아프고 쓰린데 도무지 작고 가늘어 보이지도 않는 그 가시들은 뺄래야 뺄 수가 없어지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오랫동안 박혀 있었던 가시들이 이 웹툰을 보면서 빠진 걸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그 때에 내 마음에 박힌 말들이 이 웹툰을 보면서 살살 빠지면서 아픈 걸지도. 그러니까 평온했던 시간이 갑자기 오래 전 누군가의 이름과, 얼굴과,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통증을 유발하는 이 웹툰을 지금 내가 소개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이지 모르겠다. 물론 좋은 작품이라는 것만큼은 장담한다.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대사 한 줄.

 

 “넌 사랑에 빠진 널 사랑한 것뿐이야.”

 

 그랬던 걸까. 이름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정확히 그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웹툰 속의 말마따나 내 삶의 일부가 되어 두고두고 나를 괴롭히고 있다.

 

 그 때 즈음 듣던 노래가 인디 여성 뮤지션 오지은의 2집 솔로 앨범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라는 곡이었다.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날 사랑하고 있단 너의 마음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날 바라보는 게 아니고 날 바라보고 있단 너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럴까? 그랬을까? 상대방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그랬는지, 내 감정을 부정하고 싶은 그의 마음이었는지를 나는 지금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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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웹툰의 수채화들보다는 조금 더 이펙트가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의 곡이지만, ‘사랑하는 나날’을 본 뒤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도는 걸 보면 아마도 비슷한 감성의 다른 목소리가 아닌가 한다. 어쨌거나 지금 둘 다 나를 찌르고 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고 말이다.

이렇게 덤덤한 말투로 늘어놓는 웹툰이 내 연쇄적인 감정의 폭발을 낳는다는 건 우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작가가 밉다. 미안한다 사랑한다에서 그런 명대사가 있었지.

 

 -도무지 이뻐할래야, 이뻐할 수가 없어.

 

사실은 싫지는 않지만, 어딘가 나를 아프게 해서 미운. 하지만 어쩐지 비오는 날 오지은의 음악을 틀어놓고 비 냄새를 맡으며 다시 한 번 읽게 될 것 같은 웹툰, ‘사랑하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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