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리고 - 위 아 애니멀스
독특한 설정이란 건 중요하다. 만화에 이목을 집중 시키기 위해선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 하지만 설정은 설득력을 동반해야 한다. 설정에 설득력이 없으면 독자는 보는 내내 이 생각만 하게 된다 "왜?" 예를 하나 들어보자. 능력자 배틀물을 당신이 그린다고 친다면, 적어도 이 등장인물들이 왜 싸워야 되는 지는 알려줘야 한다. 일단 두 남자가 주먹질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면 호기심은 일겠지만 30화 동안 주먹질만 이어진다면 독자에겐 질문밖에 안남는다. 그래서 왜 싸우는가?
[위아더애니멀스]에도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왜 사람인가? 동물의 모성과 생활상을 표현하기 위해 굳이 인간의 모습을 빌려 써야될 필요가 있는가. 작품은 인간의 모습으로 동물의 이야기를 표현한다. 1화를 보면 비키니 한장 걸친 여자가 자기 손가락의 반도 안되는 알들을 쓰다듬는다. 그러다 알이 죽으면 흘려보내기도 하고 곰치의 습격에 무서워하기도 한다. 곰치의 습격. 성인 여자가 곰치의 습격에 벌벌 떠는 장면에 어떤 감정적 공감을 가질 수 있을까. 발단 전개 위기 모든 게 갖춰져 있지만 동물의 입장을 사람이 대변하고 있으니 작품 속에 도저히 감정 이입이 안된다.
거기에 더해 사람의 모습으로 표현하여 얻는 어드밴티지는 아무것도 없으며, 도리허 사람 작화가 동물보다 어설프기에 몇번을 봐도 동물의 삶을 동물이 대변해선 안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만 내게 던져주고 있다. 분명 어떤 대상을 의인화 하는 목적 중 하나엔 감정적 공감이란게 포함되어 있을 텐데 주인공만 사람이거나 주된 대상들만 사람이기 때문에 등장인물들만 도리어 야생에서 동떨어져감정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작품은 동물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려하지만 이런 사람을 그 자연에 대입하는 것은 오히려 이에 대한 실례에 가깝다.
의인화는 훌륭한 소재다. 이를 통해서 나타낼 수 있는 멋진 요소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첫 스타트는 이런 의인화의 장점을 보여주기엔 너무 서투른 듯하다.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의인화 디자인이 그리 멋지지 않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