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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다루나 경계하진 않는 - 빌런 앤 히어로 [스포]

므르므즈 | 2017-01-09 00:00

[웹툰 리뷰]빌런 앤 히어로 - 신현범 단단


* 그래픽 노블 [왓치맨]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선과 악의 경계란 참 흥미로운 주제다. 누가 진짜 영웅이고 누가 악당인가. 그래픽 노블 [왓치맨]에선 쓰레기 같은 생활을 하며 악당들을 폭력적으로 제압하는 '로어셰크'와 사람들의 선망을 한몸에 받지만 자신의 이상을 위해 사람들을 희생시킨 오지만디어스가 대비되어 나타난다. 여기서 이 계획이 완성된 시점에서 오지만디어스는 로어셰크에게 이 계획에 대해 입 다문다면 사람들은 모두 평화롭게 살 수있다며 침묵하라 충고하지만, 로어셰크는 이를 거부한다. 이상을 위해 사람들을 희생시킨 오지만디어스도, 그 계획을 사람들에게 알려 파토내려한 로어셰크도 각자의 시점에선 각자가 악이다. 석과 악은 이럴 때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어릴 적부터 히어로를 동경했지만 주인공 앞에 나타난 히어로란 돈을 요구하는 파렴치한 인물들이었다. 이 때문에 주인공은 악당이 되어 직접 진정한 히어로를 만들어내려 한다. 주인공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악인 행세를 하는 것이다. 물론 주인공은 도덕적인 인물이므로 이런 행동을 했을 시 스스로에게 도덕적인 지탄을 가해야 하며, 때로는 갈등해야 한다. 하지만 이 주인공은 너무나 담담한 인물이라 이런 점에 대해 일말의 죄악감도 고민도 내비치지 않는다. 명색이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인물인데 이 인물은 전혀 갈등하지 않는다. 때문에 독자는 이 캐릭터가 가진 모순을 인지하지 못한다. 분명 회사 측 히어로 중엔 정말 선한 인물들이 있을텐데 주인공은 이런 인물들을 잡아 죽이면서 조금도 갈등하지 않는다.


  선한 일을 행하기 위해 다른 선한 인물들을 죽이는 작업을 반복함에도 주인공은 이에 대해 어떤 고민도 없다. 정말 악인인지 선인일지 구분하는 기준도 알 수 없을 뿐더러 사연을 가지고 악행을 저지르는 악당들은 동정하는 반면 히어로들은 회사 소속이므로 죽어야 한단 논리를 펴며 가차없이 죽인다. 악당인 래빗 펀쳐가 무시무시한 피해를 냈음이 이미 여러 장면을 통해 언급됐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 인물의 불쌍한 사연을 내비치며 어떻게든 멋진 상남자 캐릭터로 어필하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정신병력이 있는 미치광이부터 총으로 사람을 쏴죽여대는 범죄자들까지 규합한 주인공은 이들로 세상을 바꾸겠다 외치는 데, 설득력이 전혀 없다. 심지어 주인공은 나중에 자신이 회사를 무너트려 사회가 혼란스러워지자, 이럴 줄은 몰랐네 하며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듯 말한다. 말하는 것만 보면 사이코패스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이 빌런들은 캐릭터 어필이 전혀 안된다. 디자인들이 다 고만고만한데다 이들이 가진 능력이나 싸움 방식이 어필되는 장면도 거의 없어 인상이 다들 희미하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너무 이해가 안되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회계사라 불리는 히어로가 회장 대리를 맡으며, 또다른 주인공인 파시어를 이상에 얽매여 회사 분위기를 흐린다고 까는 장면이 있다. 여기에 더해 이 캐릭터는 회사에 정의감이 넘치는 히어로가 있어선 안된다며 모조리 내쫓고 죽이는 인물이다.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하는 데, 다시 생각해봐도 가장 합리적인 판단은 이렇게 노골적인 태도를 비추는 게 아니라 정의로운 히어로들을 일선에 적극적으로 굴려먹는 게 아닐런지.


  액션은 묵직하며 볼만하다. 하지만 그 액션을 구사하는 캐릭터들이 희미해서 보고 나서 남는게 없다. 그렇다고 캐릭터의 이상이 남을 설득할만큼 일관성있고 멋지냐 물어보면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캐릭터들 인상이 다 똑같아서 특징이 확실한 캐릭터가 가면쓰고 다니는 애들밖에 없다. 인상도 이상도 희미하기에 작품에 남는 것은 액션 뿐이었지만 이 액션도 묵직할 뿐 그걸 다루는 캐릭터의 특징이 포함되지 않기에 작품은 아쉽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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