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계기를 기점으로 무너지기 마련이다. - 와해된 시선
옛날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교육 중 하나는 성범죄자에 대한 교육이었다. 이 교육은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에서 그치지 않았다. 내 주변 사람이 가해자가 될 수 있으니 너에게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 이를 모두 경계하라고 교육은 가르쳤다. 다행히도 나를 노리는 이상한 사람은 주변에 없었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행운을 누리는 건 아니었다.
[와해된 시선]은 정신병을 앓고 있는 '다운'을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을 다룬다. 첫번째 시선은 다운의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남아선호사상적 시선이다. 다운은 대학교도 f 학점으로 자퇴하고 집에서 놀고먹고 살지만 부모님은 이런 다운이를 나무라지 않는다. 다운이가 아무리 나쁜 짓을 저질러도, 그래도 괜찮다며 오히려 다운을 응원해주고 감싸주기만 한다. 비정상적인 어떤 특정한 가치관에 매몰된 시선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시선은 주인공 다혜의 시선이다. 그녀는 동생인 다운을 한심하게 여긴다. 여기에 더해 부모님은 모든잔심부름과 집안일을 다혜에게 몰아 시킨다. 다운은 심지어 누나인 다혜에 대해 음험한 생각을 품고 있다. 이런 부당한 대우는 다혜와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가족에 대한 기존의 시선을 와해한다.
와해된 시선 2화 中
시선의 와해. 단란하고 평화로운 가족이란 시선이 무너지면서 독자는 다혜와 같은 입장에서 가족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때 부터, 단순히 대학교를 자퇴했을 뿐인 백수 남동생은 공포의 대상이 된다. 가족의 대한 고정관념과 무너지면서, 시선이 굳어진 부모님은 주인공의 장벽이 된다. 그리고 이 폐쇄된 공간안에서 주인공과 독자는 같이 갇혀 남동생의 시선을 보며 불안함에 떨어야 한다.
독자에게 불안함을 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구도는 훌륭하다. 시선이 무너진 주인공과 날뛸지 모르는 불안정한 소년을 한 곳에 가두어 놓으니 기존의 슬래셔 무비와 스릴러가 긴장감을 맛보여주기 위해 설치했던 수많은 장치 만큼의 효율을 뽐낸다. 매 순간 순간 언행이 거칠어지고 움직임이 험악해지는 소년은 주인공의 불안함을 고조시킨다. 부모님의 장벽은 주인공의 심리를 극단적으로 몰아붙인다. 전혀 폐쇄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심리적인 밀실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밀실안에서 발산되는 다운의 광기는 어떤 살인마보다 무섭다.
주인공은 이제 이 밀실 안에서 탈출해야만 한다. 와해된 시선을 가진 그녀만이 볼 수 있는 밀실안에서 그녀는 나가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 방식이 어떤 것일지는 웹툰을 통해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