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완전체가 된 작가 - 시크릿 직박구리
에로를 잘그릴것 같은 만화가 타이틀을 수상한 전적이 있는 이현민 작가는 준수한 작화와 열정이 넘치는 개그로 사랑받는 네이버의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특히 작가의 데뷔작 [질풍기획]은 개그와 감동, 스토리, 인기를 모두 잡은 끝내주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현민 작가의 롱런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 기대는 미묘하게 엇나가고 말았으니 액션물과 개그물 사이를 종횡무진 횡단하며 네이버 웹툰을 주름잡는 작가가 될 듯했던 이현민 작가가 훌쩍 레진으로 떠나버린 것이다.
네이버에서 잘린게 분명하다, 레진이 돈을 더 얹어줘서 레진으로 갔다 등등 여러 소문들이 무성했지만 본인이 동기를 밝히지 않으니 알길은 없다. 그리고 레진에서 이현민 작가가 시도한 것은 성인물이었다. 에로를 잘그릴 것 같은 만화가 타이틀을 은근히 신경쓰고 있던 건지 아주 찐한 에로 만화를 들고 웹툰판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현민 작가의 레진 데뷔작 [드러그캔디]
본래 연출력도 스토리 감각도 개그센스도 최상급인 작가다 보니 작품은 당연히 한 획을 긋는 수작이었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으니, 전작인 질풍 기획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작품 속 진지한 분위기에 몰입하기 힘들었다. 거기에 더해 호불호가 갈리는 불륜물이라는 점도 아쉬움을 더했다. 다만 다시 말하지만 작품 자체는 완벽했기에 작가는 에로를 잘그릴 것 같은 만화가 타이틀을 굳건히 지켜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현민 작가는 새로운 작품을 우리 앞에 선 보인다. 취향을 심하게 타는 불륜물도 아니요, 몰입을 방해했던 질풍 기획 색깔을 모조리 빼고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다. 옛날 중국의 장수 여몽은 훌쩍 늘어난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며 '선비는 시간이 지나면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볼만큼 달라진다.' 말 한 바 있다. 이를 일컬어 괄목 상대라 한다. 작가는 이미 높은 곳에 올라섰으면서도 항상 새로운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직박구리는 욕망이라는 테마로 각기 다른 남녀의 뜨거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각기 설정도 설정이지만 이야기의 구도 자체도 훌륭하여 버릴 이야기가 없다. 매 에피소드마다 독특한 설정과 재미, 그리고 작가 특유의 개그센스로 무장한 [직박구리]는 한번쯤 볼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의 웹툰 사이트 속 '직박구리'가 되길 소망하며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