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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변호사 조들호 시즌 2» - 법의 정신과 그 구현에 대하여

MrCrazyani | 2017-01-13 00:04

«동네변호사 조들호 시즌 2» - 법의 정신과 구현에 대하여


[웹툰 리뷰]동네변호사 조들호 시즌2 - 해츨링


    한국 사회에서 법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어떤 이에게는 기득권층에 복무하는 허울 좋은 위선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사회적 정의의 마지막 보루일 수도 있으며, 또 어떤 이에게는 그저 행위의 기준을 제시해주는 문서의 묶음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법이 대체 무엇인가, 또 무엇이어야 하느냐는 문제와는 별개로, 한국 사회의 법 집행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의 사회적 합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단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뿐만이 아니라, 이따금 보이는 재벌 총수 일가의 일탈 행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또는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및 노동권 침해에 대한 묵인, 정치인 및 고위 공무원들의 비위에 대한 처벌, 고소득층에 유리한 제도 등 한국 사회의 불공정한 법 집행은 우리가 끊임없이 보아온 바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법의 의미, 나아가 법의 정신에 대해 숙고해 볼 여유도 없었을 뿐 아니라 법 자체에 대한 회의까지도 가지게 되었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상황에 나의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고, ‘법대로 하자’는 말에 내 몫을 찾지 못할 때도 잦았다. 그러나 법이란 인간을 포함한 사물 간의 관계를 설정하고 행위를 제한하여 궁극적으로 근대적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현실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는다. 따라서 법이란 단순한 규칙도 아니요, 그저 따라 행동하기만 하면 되는 제도도 아니며, 사회적 가치와 시민의 합의를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들의 행위를 인도하는 구체적 수단이다. 다시 말해, 어떤 행동을 해야 자유와 평등, 그리고 사회적 선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에는 반드시 그 ‘구현자’가 있어야 하며, 그 구현자가 반드시 가져 마땅할 태도가 있다. 변호사든 검사든 판사든, 자기 위치에서 자기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 이상으로, 법의 정신을 숙지하고 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현실에서 구현하고자 애써야 하는 것이 변호사를 비롯한 법의 구현자들이 가져 마땅할 태도이다. 해츨링 작가의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이러한 법 구현자가 가져 마땅한 태도를 조들호와 피터 최라는 두 대표 캐릭터를 통해 그려낸다. 이 작품에서는 조들호 못지않게 피터 최와 거대 로펌 큰산의 역할도 큰데, 그것은 피터 최와 큰산이 ‘형식상으로만 문제가 없고 내용상으로는 문제가 있는’ 법의 구현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사태가 모티브로 보이는 미르해운 에피소드에서 그것이 잘 나타난다. 이 에피소드에서 의뢰인의 목표는 ‘문제 없이 회사를 처분하고 재산을 지키는 것’이 되고 피터 최와 큰산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법적 지원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주주 및 노동자에 손해를 끼치게 되는데, 최루나의 이러한 지적에 피터 최는 ‘법률 서비스’라고 대답한다. 이는 의뢰인이 자신의 행동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데 도움을 주는 행위이므로 법의 정신인 자유와 평등에 배치되는 것이며, 피터 최와 큰산은 이러한 법조인을 대표하는 캐릭터이다.


[웹툰 리뷰]동네변호사 조들호 시즌2 - 해츨링

▲ 자신의 행동이 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을 과연 모를까?


    반면 조들호는 어떻게든 법의 정신을 올바로 구현하고자 한다. 이것은 가장 덜 복잡한 일인 동시에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옳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논리가 선명하기만 하면 되지만, 이를 실천하려면 현실의 모든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길을 가고자 결심해야만,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명확한 신념을 가져야만 가능하다. 우리가 현실에서 그러한 법조인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기에, 나아가 그러한 정치인이나 경제인을 찾아보기 어렵기에, 조들호라는 캐릭터로 대표되는 인물상이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는 것이겠다.


[웹툰 리뷰]동네변호사 조들호 시즌2 - 해츨링

▲ 법은 누군가에 의해 실천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앞으로도 작품 내에서 조들호라는 캐릭터는 그 특징을 잃지 않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것이다. 그러나 «동네변호사 조들호»라는 작품 자체의 끝은 어떻게 될까? 현실이 해피엔딩이 아닌 것처럼, «동네변호사 조들호» 에서 역시 조들호가 바라는 세계는 오지 않을 것이다. 부조리는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고, 법의 정신은 여전히 구현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들호는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을 수 있을까?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을 지켜보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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