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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장례식 - 미처 정리하지 못한 감정들

namu | 2016-07-08 21:01

 

 

 

‘누군가 그랬다.

헤어진 연인은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 반드시 만난다고.

1년여 만에 우리는 장례식에서 만났다. 고양이 장례식에서.’

 

영화화된 바 있는 고양이 장례식. 이 작품은 현재 홍 작가의 화풍과는 사뭇 다르지만 초기 홍 작가의 화풍과 현재 화풍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홍 작가의 탄탄한 데생력은 그의 전공이 순수미술 쪽이 아니었나? 하는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구도나 비율, 색감에 천부적인 감각을 가지고 그려내는 그의 작품은 오히려 만화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만화과를 지원하는 것보다 순수 미술을 먼저 시작하는 것이 만화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지만.. 이런 필자의 안일한 생각과 달리 그는 국립국악 중. 고등학교에서 대금을 전공했다 한다. 홍 작가를 보고 있으면 신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깊이감 있는 그림에 흡입력 있는 스토리까지.. 한 가지만 하기도 힘든 세상에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새삼 그를 존경하게까지 만든다. (그냥 신은 불공평 한걸로..) 이 고양이 장례식에서의 채색법이나 톤은 다소 두껍고 진한듯한 느낌이 들지만 3부에 가면서 가벼운듯하면서 기본 데생력이 돋보이는 홍 작가 특유의 화풍이 서서히 드러난다. 하이틴 만화와 일상툰, 액션, 판타지 만화의 홍수 속에서 2~30대의 불안하고 불완전한 사랑을 차분히 다룬 이런 만화를 독자들은 내심 기대해왔고, 아마도 수많은 독자들이 그의 이런 점들에 매료되어 팬이 된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고양이장례식1.png

 

 

고양이 장례식.. 동물과 인간을 막론하고 살아있는 생명체의 죽음은 엄숙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일까 홍 작가의 작품들은 무겁고 어두운 느낌들이 짙게 깔려있다. 구름이는 2살 러시안 블루 수컷.

 

‘시진이와 헤어지고 10달 뒤같이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다.

구름이의 죽음으로 깨달은 것이 있다.

죽음이 슬픈 이유는 살아 있기 때문이란 걸 ..’

 

함께 한 추억이 서려 있는 것이 단순한 물건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라니.. 어쩌면 이 엄숙한 느낌이 배어있는 것은 그들 앞에 놓인 생명의 무게였나 보다.

 
 

고양이장례식2.png

 

 

그와 그녀의 만남은 헤어진 연인들이 그렇듯이 어색하고 서먹한 공기가 흐른다. 의미 없는 말들이 오고 가고 먼저 어떻게 지내냐며 운을 뗀 것은 그녀. 잡지사에 영화평을 하나 실었는데.. 하며 멋쩍어하는 그. 그녀는 잡지사에 들어간 줄로만 알고 있었다. 이래서 소문이 무섭나 보다. 이제 그림 더는 안 그리냐는 질문에 그녀는 요즘 생각이 많아서 당분간 쉬려고 한다며 죽은 구름이의 사진을 같이 묻어주려 챙겨왔다 한다.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만난 여주인공과 남주인공. 으레 그렇듯이 먼저 다가간 것은 그였다. 그는 그녀의 이름을 물어보고는 왜 물어보냐는 그녀의 질문에 능청스레 있다 피로연에 오는지 안 오는지 보려고 그랬다 한다. 하지만 그는 피로연에 나타나지 않았다.

 
 

고양이장례식3.png

 

 

그녀는 그와 함께 고양이를 묻어주며 나서는 길 그를 처음 만났던 그때를 기억하며 이런저런 옛 생각에 잠긴다. 결론만을 얘기하자면 이 작품의 결말은 해피엔딩도, 배드 엔딩도 아니다. 함께 한 추억의 일부인 고양이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정리하고, 또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아나가는 것.. 딱히 교훈이랄 것도, 결론이랄 것도 없는 엔딩.. 이 웹툰은 결말보다는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예술작품의 가장 큰 목적이 어떤 메시지나 느낌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홍 작가의 고양이 장례식도 2~30대의 사랑은 이래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준다기보다는 그냥 그들의 사랑은 이러했다. 하고 덤덤히 말해주는 느낌이다. 결과만을 원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이런 잔잔함을 느끼는 과정을, 그 느낌을 고스란히 받는 것 자체에 많은 위로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 아니었을까.

 
 

고양이장례식4.png

 

 

‘나의 기억이 곧 너의 기억이 될 수 있을까? 우린 그렇게 사랑했나?’

 

이 구절을 읽고 있자니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라는 노래가 문득 떠오른다. 같은 곳을 바라보지만 다르게 적히는 추억. 같이 있었다 해서 추억을 같은 느낌으로 간직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의 뇌는 하루에도 수십수백 번씩 착각을 하고, 기억을 왜곡시켜 저장한다. 사랑해서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만나다가 사랑한지도 사랑해서 만난 건지도 알 수 없이 왜곡되어 버린 기억.. 사랑했던 기억들도 조각이 되고 그들의 일부가 되어 서로에게 아쉬움만 남긴 채 돌아선 그와 그녀.. 그 둘은 고양이의 장례식을 치러준 것과 같이 서로의 추억도 그곳에 묻어버릴 수 있었을까. 지나간 사랑에 대해 후회가 되지만 어떻게 정리할지를 몰랐던 기억이 있거나 시간이 지나도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웹툰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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